도서 소개
2017년에 시작되어 지금도 진행 중인 김성환의 작품 <표해록>과 동명으로 하는 단행본 비평서다. 『표해록』은 단일 작품에 깊이 침잠해, 복잡한 감각과 역사, 그리고 서사와 장소, 정체성의 다층적 구성들을 하나의 조밀한 장으로 묶어낸다. 김성환의 영상과 퍼포먼스, 텍스트, 설치 작품 속에서 ‘표해’는 미등록 이민자의 삶, 선주민의 땅, 사라지는 기억을 껴안고 이동하는 이미지-몸-사운드의 구조로 재해석된다. 이 책은 김성환의 ‘작품 하나’를 통해 동시대 예술에서의 이주, 식민성, 비가시성, 다층성, 감응성 같은 핵심 이슈들을 드러내며, 단일 작품이 어떻게 세계를 사유하는 매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비평의 미학적·정치적 가치는, 단지 작품 해석을 넘어서 동시대 예술 읽기의 하나의 방법론으로 기능한다.지난 20년간 자신의 ‘지리적 이동성’을 주제로 작업해 온 김성환은 이번 연작에서 서구적, 규범적, 시스젠더-이성애-가부장제적 재현의 좁은 한계를 다시 그려내 고착되고 분리된 정체성을 흩뜨리고, 이를 통해 하와이에 도착한 한인이 다른 이주민과 선주민 공동체, 또한 자국 문화에 미친 복합적인 영향을 조명한다.
김성환은 종종 문화가 교차하고 변화하며, 나아가 서로를 인정하고 강화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표류하는 유사점들 가운데, 영상 작품 〈강냉이 그리고 뇌 씻기〉(2010)를 위시하여 냉전 시기 한국 점령에 관한 작가의 탐구는 〈표해록〉에서 하와이의 해방 투쟁과 예상치 못한 공명에 맞닥뜨린다.
작품 <표해록>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재 진행형이면서 결말이 열려 있는 이 작품에 관해 글을 쓰는 일은 일종의 사변적인 시도, 회고와 추측의 동시적 수행이 된다. 이는 아마도 반복적이고 가변적이며 언제나 미완성인 실천으로서 작업을 대하는 김성환 특유의 태도를 비평에 반영할 여러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재닌 아민
저술가이자 전시 기획자이다. 암스테르담 대학교에서 미술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바드 칼리지 큐레이터학 센터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연금술을 예술을 통한 사회운동으로서 다루는 ‘사이드리얼(SideReal)’을 비롯해, 독립 공간을 공동 운영한 바 있다. 다수의 현대미술 관련 단행본 및 선집을 공동 편집했으며, 다양한 미술 관련 출판물에 기고했다. 최근 기획한 전시로는 아일랜드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늦은 귀가: 조 베어, 거인의 땅에서(Coming Home Late: Jo Baer in the Land of the Giants)》(2023-24)와 암스테르담의 브라드볼프 프로젝트(Bradwolff Projects)에서 열린 《상상할 수도 없는: 차오르는 바다의 호소(Unimaginable: Clarion calls from Rising Seas)》(2024)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