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90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시간의 모래톱에서 건져 올린 보물
“내가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고양적이며 삶을 긍정하는 책이다”내가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고양적이며 삶을 긍정하는 책이다. 1931년 출간된 이 책은 평범한, 조금은 쪼들리는 가족이 그들의 화려할 것 없는 여름휴가를 준비하고, 이동하고, 또 즐기는 이야기를 고도로 정교한 솜씨로 풀어낸다. 이 책에서는 거의 어떠한 극적인 사건도 없다. 그러나 작가는 무엇이 재미있고, 무엇이 재미없는지에 대한 우리의 기준을 마술처럼 재정립해 우리가 이 가족들의 감정에 온전히 조음하게 만든다. 일상적 삶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존엄성이 이보다 섬세하게 포착된 경우는 드물다. -가즈오 이스구로(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강력 추천
가디언, 텔레그래프, TLS, NPR, 패리스 리뷰, 펍헙, 오브저버, 데일리메일 강력 추천
조지 오웰과 프란츠 카프카를 출간한 전설적 출판인 빅터 골란츠가 발탁한 데뷔작
가즈오 이시구로가 건져낸 시간의 모래톱에 숨겨진 보물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시기, 영국의 한 언론이 전 세계의 유명인들에게 고립되고 외로운 코로나 시기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청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책을 추천했지만 그중 단연 화제가 되었던 것은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자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추천사였다. “내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고양적이며 삶을 긍정하는 책”이자 “일상적 삶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존엄성이 이보다 섬세하게 포착된 경우는 드물다”라던 이 책은 바로 1931년 출간되어 복간과 절판을 거듭했던 책 『구월의 보름』이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헌사를 계기로스크리브너사는 이 책을 특유의 정취를 되살려 복간했고 90년 만에 우리 곁에 돌아와 다시금 전 세계의 언론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고양적이며 삶을 긍정하는 책이다. 1931년 출간된 이 책은 평범한, 조금은 쪼들리는 가족이 그들의 화려할 것 없는 여름휴가를 준비하고, 이동하고, 또 즐기는 이야기를 고도로 정교한 솜씨로 풀어낸다. 이 책에서는 거의 어떠한 극적인 사건도 없다. 그러나 작가는 무엇이 재미있고, 무엇이 재미없는지에 대한 우리의 기준을 마술처럼 재정립해 우리가 이 가족들의 감정에 온전히 조음하게 만든다. 그는 절대 주인공들을 위에서 내려다보지도, 그 존재 이상으로 추어올리고 신성시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주인공들의 서로와 타인에 대한 본능적인 예의와, 개인적인 좌절과 불안에도 불구하고 자의식에 휘둘리지 않으며 불완전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는 품성에 주목하고 존중한다. 일상적 삶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존엄성이 이보다 섬세하게 포착된 경우는 드물다.
–가즈오 이시구로(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출간하겠습니다!”
조지 오웰의 편집자가 두 팔 벌려 환영한 데뷔작 그러나 『구월의 보름』이 무명의 작품은 아니었다. 『구월의 보름』은 영국에서 교과서에 수록되는 등 이미 고전으로 자리 잡은 R.C. 셰리프의 희곡 『여행의 끝』의 이면에 있는 작품이다. 열여덟 살에 1차 대전에 참전했던 작가가 참호에서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기초로 쓴 『여행의 끝』이 전장의 지난한 참상과 그 안의 비애며 우정에 대해 생생히 담았다면 『구월의 보름』은 그 참호의 소년들이 간절히 돌아가고 싶어 했던 그 무엇이다. 첫 작품이었던 『여행의 끝』이 큰 성공을 거둔 후 실패를 거듭하던 셰리프는 오랜만에 찾은 보그너 레지스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집에서의 삶이 어떤지 궁금해 하면서 무작위로 그 가족 중 하나를 택해 그들이 바닷가에서 매년 휴가를 보내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거창할 것 없는 사람들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는 온전히 자신을 위하여 이 글을 썼고, 출판이 가능한지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니 조지 오웰과 카프카의 에디터이자 당대 영국의 대표적 지성이었던 빅터 골란츠의 회신을 받고 나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아주 마음에 드는데요,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내겠습니다.”
그의 감각은 날카로운 것이라 『구월의 보름』은 출간 즉시 한 달에 2만 부 이상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그해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수많은 평론가들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뉴욕의 어느 젊은 여성은 출근길 페리에서 언제나 이 책을 읽는다며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너무도 따뜻하고 자유롭고 소중한 기분이 들어요.”
무엇이 우리를 살고 싶게 하는가
인간의 선량함에 대한 가장 지긋하고 사랑스러운 초상나의 전임자가 이 지면에 이 책에 대해 쓰길 수년 간 읽은 그 어떤 것보다 인간의 선량함을 더 깊이 담아내고 있다고 썼다. 75년이 지났지만 나의 평결 역시 완전히 일치한다.
_<스펙테이터>
『구월의 보름』이 출간된 1931년은 대공황이 전 세계를 할퀴던 시절이었다. 1920년대 개츠비의 시대에 부풀었던 황금의 꿈이 꺼지고, 영국 내 실업률은 15퍼센트에 달했다. 황폐와 혼돈의 시대에도 독자들이 삶을 긍정하게 했던 이 책의 힘은 무엇일까. 그러나 이 책의 반전이라면 어떤 반전도 없다는 것이다. 스티븐스 가족이 연례 휴가를 떠날 준비를 한다. 스티븐스 부부는 신혼여행으로 영국에서 가장 햇볕이 진하다는 보그너 레지스를 처음 방문했고, 그 후로 죽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들은 매번 같은, 매년 더 낡아가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며, 이제는 세 자녀도 함께이다. 스무 번째 떠나는 2주간의 여름휴가에 독자들이 초대받은 셈이다. 큰 재난 하나, 드문 행운 하나, 어두운 비밀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소소한 만족, 은밀한 모험, 작은 좌절과 움트는 희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 슴슴하기 그지없는 작품이 가즈오 이시구로의 찬사를 받고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절판과 복간을 거듭하며 수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이 작품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스티븐스 가족은 바닷가 앞에 오두막 하나를 구한 것에도 뛸 듯이 기뻐하며, 함께 즐길 음료 한 단지를 구매하는 데도 신중하게 고민한다. 좋은 날씨 하나로 무한히 행복해진다. 다른 휴가지며 숙소들을 내심 궁금해 하면서도 의리 때문에 낡아빠진 게스트 하우스를 20년째 찾아오고, 종업원이 좀 더 일찍 퇴근할 수 있게 해주려고 재미있던 공연을 다 보지 못하고 돌아오며, 숙소 사장이 아픈 눈에서 고름을 찍어내는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지만 그 감정을 부끄러워한다. 그들은 시시한 흠결도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다른 사람 또한 저마다의 이유와 사연을 품은 인간임을 결코 잊지 못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사소한 기쁨을 한껏 누릴 줄 안다.
셰리프가 그린 인간의 선량함은 당위적인 이상이 아니라 오늘 더 깊이 잠들고 내일 더 산뜻한 기분으로 일어나게 하는 무엇이다. 인간의 사랑스러움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그의 지긋하고 세심한 시선은 보그너 레지스의 늦여름 햇살처럼 독자의 마음에 가닿는다. 좋은 책을 덮고 나면 늘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구월의 보름』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조급증에서 벗어나 삶의 아름다운 구석을 읽어내는 시선을 일깨우게 될 것이다.

휴가를 떠난 사람은 상황만 조금 달랐어도 자신이 되었을지도 몰랐던 사람, 자신이 되었을 수도 있었던 사람이 된다. 모든 이는 휴가 중에 동등하다. 모두가 비용이나 건축 기술일랑 고려하지 않고 저마다의 성을 꿈꿀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토록 섬세히 직조된 꿈들은 숭배하듯 보살펴야만 하고 그다음 주의 투박한 빛으로부터는 떨어뜨려 놓아야만 한다.
당신은 사실, 기어를 바꾸려고 더듬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한순간 여행길이라는 윙윙대는 저속 기어와 휴가라는 보드랍고 천천히 변하는 고속 기어 사이 중립의 공백 속에서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목적 없는 통제 불능의 순간에 당신은 양손을 꼼지락거리고,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고, 스티븐스 씨처럼, 다소 변변찮게 말하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그래…… 다 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