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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오디세이
소설미학 | 부모님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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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바다 이야기, 등대 빛이 비치는 그곳으로 방랑자의 끝없는 여행은 계속되고 모험이 멈추는 섬에서 우리는 슬픈 보헤미안의 이야길 듣는다. 등대 오디세이는 신비로운 사랑을 들려준다.

  출판사 리뷰

서평

등대 오디세이는 섬.바다 이야기다. 무한한 사랑과 감성의 이야기가 수필과 에세이와 소설로 구성되어 흥미를 더할 것이다. 미래를 꿈꾸는 자는 바다로 가라. 그곳에 욕망을 펼칠 무한가능의 세계가 있다. 바다는 구하는 자에게 낭만과 여유로운 풍요를 안겨주지만, 한편으로 예리하게 인간을 실험한다. 지혜로운 능력을 갖춘 자와 끝없는 도전으로 탐구하는 자에겐 풍요를 안겨주지만 어리석고 아둔한 자에겐 무서운 제압의 거친 모습을 드러낸다.

실향민의 영혼이 묻힌 묵호등대 이야기, 인생의 비전과 희망은 소설이 만든다. 소설을 읽지 않는 자는 무엇으로 세상을 이야기하랴. 이야기 없는 세상,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로 수많은 신화를 생과 사후 이야기로 남겼다.

-일리아드는 트로이아 전쟁의 이야기에서 운명과 분노라는 키워드를 남겼다. 아무리 유명한 영웅일지라도 죽음 되엔 분노만 남는다. 오디세이가 그의 땅으로 돌아오는 운명처럼 우리는 트로이아 전쟁 전에 있었던 일과 전쟁 후 일어날 일을 다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신의 사랑을 받던 용맹하고 강인한 사람도 죽음이라는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였다.-

묵호등대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등대이다. 따라서 명성만큼이나 묵호등대엔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있었다. 난 등대 이야기 오디세이를 만들려고 묵호등대를 찾았다. 묵호등대는 섬 아닌 육지 해변의 언덕에 세워진 유일한 등대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경을 가진 등대이다. 묵호등대는 어느 등대보다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전란으로 불행을 맞은 실향민들의 슬픔과 절망의 바다에서 생업 하는 어부들의 숨 가쁜 애환이 절절하게 서려 있었다. 해발 150m 논골담길 산상에 세워진 등대는 오르기가 숨차다. 왜 이런 곳에 등대를 세웠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막상 사연을 듣고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한국 전란 때 이북 피난민들이 임시 거처로 만든 기거 촌이란다. 언제나 돌아갈까 기다림에 지친 실향민에게 희망을 주는 등대였다. 육지로 못 가면 바다로 가겠지. 항구로 오는 뱃길보다는 떠나는 뱃길을 염려한 것 같았다.
바람의 언덕 위에 세워진 등대는 동해안 어장의 중심지인 묵호항으로 들어오는 오징어. 꽁치, 명태를 실은 어선의 행로를 밝혀주는 이정표였다. 묵호(墨湖)라는 이름은 검은 바위로 암초가 많은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장이 활기를 띠면서 오징어 먹물과 흑태, 먹태를 만들던 덕장의 물이 바다를 검게 할 정도로 풍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좋은 어항이 동해로 옮겨지면서 묵호는 활기를 잃었다.
묵호등대는 1962년 실향민들이 논골에 지게로 자갈과 모래를 실어나르고 여인들은 대야로이고 날라 희망의 상징인 등대를 세웠다. 다시 2006년에 개축한 것이 지금의 등대이다. 그런데 번창하던 논골담 등대길이 실향민이 하나둘씩 죽어가면서 빈집이 생기면서 활기를 잃었다. 그러나 명승지로 바뀐 것은 주민이 떠난 집에 관광 펜션이 생기면서 밤의 아파트 논골은 여행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장소가 되었다. 다시 등대 길은 관광지구로 만들어졌다. 그 언젠가 통일이 되면 이곳에서 죽어간 실향민의 후손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묵호의 논골담 언덕에서 그리스 산토리니섬에 온 착각에 빠진다. 주민이 떠난 논골담 옛길에 잡초만 무성하였다. 논골을 따라 담을 쳤다고 해서 논골담 마을이란다. 묵호등대는 그리스 산토리니섬의 오이냐와 피사의 산상 도시 풍경을 자아낸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산토리니는 성벽 도시 같고 논골담 마을은 불빛이 켜진 고층 아파트 단지 같은 야경을 자아낸다. 바람의 등대 언덕 논골담 마을은 실향민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슬픔이 얽혀 있었다. 한국 전쟁 때 이북 땅을 떠난 실향민들이 임시 거처로 정착촌을 이룬 곳이다. 언젠가는 전쟁이 끝나며 돌아갈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임시 거처를 만들었다. 가파른 언덕을 파서 집터를 만들고 비탈에 논둑 같은 담을 치고 움막집을 짓고 빈터엔 꽃과 나무를 심었다. 그야말로 괭이로 땅을 파고 지게로 흙과 돌을 실어날라 집을 짓고 루핑과 양철과 슬레이트로 지붕을 만들고 눈비를 막을 정도의 집이었다. 살면서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였다.
이곳의 실향민들은 모두 어장에서 일했다. 꽁치 어장과 오징어, 명태어장에서 일하고 하루 품삯은 보리쌀 한 되. 밀가루 한 되를받았다. 그나마 묵호 어장은 이들을 먹여 살렸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바람의 언덕 비탈 소나무밭에 덕장을 만들어 오징어, 먹태를 말려서 팔곤 하였다. 그러나 80년대까지만 해도 돌아갈 희망을 품고 임시 거처했는데 세월이 가고 동료 실향민이 점차 죽어가면서 절망의 땅이 되었다. 실향들이 죽고 떠나면서 논골담 마을은 빈집만 흉한 몰골로 드러냈는데 어느 날 등대 언덕 오두막이 관광 여숙(旅宿)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논골담 묵호등대는 바다에서 길 잃고 육지에서 절망에 찬 실향민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난 그들의 절절한 사연을 이야기로 전하고 싶었다. 그만큼 바람의 언덕에 세어진 등대는 숱한 이야길 여행자들에게 들려준다. 등대에 오르는 이야기는 5길로 나누어 진다. 제1길은 포토죤과 나폴리 다방, 기념품 가게가 들려주는 이야기이고 제2길을 시간여행의 묵호 극장이 보여주는 이야기며, 제3길은 장화 돌담 이야기, 묵호 액자 그림, 만복이네 집, 솟대 동산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많다. 제4길은 바람막이 길로 행복 우체국에 실린 등대 이야기이며 제5길은 등대 오름길 바람개비 풍차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길 위에 놓여있다.
논골담 마을을 지키는 할머니가 손짓한다. ‘아저씨, 우리 강아지 혼 좀 내줘요. 도통 내 말을 안 들어요.’ 여행자 펜션이 늘비한 바람의 언덕 논골담 마을에 90 노령의 할머니 한 분이 마당에 와상을 놓고 앉아 먼바다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길이 가파르니 조심하세요. 잘 넘어져요. 어떤 젊은이가 자빠져서 다리를 부러뜨렸어요.’ 할머닌, 누군가에게나 실없는 말을 거는 것이다. 논골담길에 자연 초에 묻혀 신선처럼 사는 노인이다. 약간의 치매기가 있다. 할머닌 바람의 언덕에 무성하게 자란 화초 같았다.
“낯선 아저씨, 저기 바람의 언덕으로 돌아가면 경치가 아주 좋아요.”
“할머니는 이곳에 혼자 사세요?”
“네. 손자와 같이 살다가 저 아래 아파트로 이사 갔어요. 저녁에 한 번씩 왔다 가요.”
“그렇군요.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시청에서 밥 지어 날라다 주는 아줌마가 있어요. 아침에 세끼 양을 가져다 놓아요. 그리고 전화하면 달려와요.”
“그렇군요, 따뜻하게 주무셔요.”
“등대 불빛이 강렬하죠. 어둠 속에서도 저 멀리 들어 오는 배가 보여요.”
“맞아요. 등대는 희망이지요.” 그때 털복숭이 강아지가 마당을 뛰어다녔다.
“아저씨, 저놈(강아지) 혼 좀 내줘요. 도통 내 말을 안 들어요.”
“네 이놈, 강아지야, 왜 할머니 말을 안 듣니?”
강아진 들은 척 만 척하고 마당을 뛰어다녔다. 고양이 떼가 나타났다. 강아진 고양이를 쫓아다녔다.
“저 고양이 좀 쫓아 줘요. 도둑놈이에요. 내 밥을 늘 훔쳐 먹는다니까요.”
이곳 언덕엔 고양이가 많았다. 깨끗한 털에 신선 같은 모습의 예쁜 고양이었다. 이곳에 고양이가 많은 것은 오징어, 명태 덕장이 생기면서 많아졌다. 고양이가 나타나자 할머닌 지팡이를 내젓는다. 할머닌 고양이를 도둑놈이라고 몹시 싫어했다.
“여기서 얼마나 사셨어요.”
“73년이요, 피난 와서 살았어요.
“연세가 어떻게 되셔요?”
“90이요. 같이 살던 친구들도 모두 다 가고 나 혼자만 남았다오.”
저녁 산책길에서 잠시 만난 할머니와의 이야기였다. 애절한 절규를 듣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 왔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고향인데 이젠 갈 수도 없지만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등댓불이 지평선을 향하여 센 빛을 발한다. 바다에 고깃배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뱃길을 찾는 어부들에겐 희망의 빛이었고 할머니에겐 더 큰 희망의 빛이었다. 바람의 언덕 등대 펜션에서 하룻밤을 새운다. 파도 소리마저 고요한 밤이다. 논골담 등대마을, 산토리니 언덕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논골담 등대에서 망상 해변을 바라보다가 아침 트래킹을 나선다. 논골담 등대에서 어달해변, 대신 해변, 노봉해변을 거쳐 망상해변 해수욕장까지 5km 해파랑길을 걷는 트래킹이었다. 도채비(도깨비)골 해랑 전망대와 도채비 스카이밸리를 지나는 해변 트래킹은 묵호 여행의 절정이었다. 그러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나무 그늘 하나 없는 해변을 걷기가 무척 힘들어서 어달해변에 왔을 때 도보 행을 포기하고 택시로 이동하여 망상해수욕장까지 갔다. 어달(漁達)해변은 고기떼가 몰려든다는 곳이다. 동해의 거친 파도에 지친 오징어 명태가 떼가 먹물을 품으며 이달 해변에서 쉼을 갖는다.
망상해수욕장은 황금 모래벌 같았다. 지각 변동으로 모든 해수욕장이 모래 유실이 많다는데 유독 망상해수욕장은 모래가 모여드는 사달(沙達)로는 모래량이 많고 모래질도 좋은 아름다운 사장이었다. 동해안 해수욕장 하면 망상해수욕장이 유명해서 하절기 방송 제가 자주 열리던 곳이었다.저 멀리 사장 끝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에 한 여인이 서 있다. 먼바다를 바라보면 멍때리기 라도 하는 듯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참 후 여인은 파도가 밀어 올린 모래 자락을 걷고 있었다. 망상은 추억을 버리는 곳이다. 바다를 향하여 큰소리쳐본다. 가슴에 담긴 한과 화를 풀어 외쳐본다. 맺힘이 풀려 가슴이 펑 뚫린다. 이렇게 가벼운 것을 진즉 바다에 나와 소리쳐 외쳐보지 못했던가. 신발을 벗고 사장을 유소년처럼 뛰어본다. 젊은 날 사랑했던 첫사랑이 생각난다. 세상을 살다가 다투고 싸웠던 일, 아름다운 사랑과 만남이 생각난다.
백사장에 벤치가 드문드문 놓였다. 벤치에 앉아 추억을 그리고 망상한다. 바다는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거센 파도로 돌변할 땐 무서운 악마가 된다. 절망의 삶과 죽음의 결전장이 된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망상의 사장을 걸으면 어린애처럼 웃으며 망상을 향하여 망상에 젖는다. 그런데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더니 소낙비가 내린다. 모두 해변 카페로 뛰어들어 커피를 마시며 창밖의 비오는 망상의 바다와 모래벌판을 넋 없이 바라보며 명상에 젖는다. 오랜만에 갖는 명상이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해 아쉬움과 버리지 못함에 힘든 생각을 떨쳐버리는 몸부림 같은 혼란이었다. 그 혼란 뒤에 한없는 자유와 평화를 느낄수 있었다. 묵호기행 이야긴 더 많은 이야기로 태어날 것이다.


오랜만에 아내와 같이 겨울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운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만큼 간절했다. 우린 겨울 섬 여행에서 사랑의 전설을 만들 것이다. 서로가 바쁜 일상에 젖어 애틋한 사랑의 묘미를 잊고 살았다. 난 작품에 몰두하여 밥이 되는지 죽이 되는지 세상 물정 모르고 무개념 자아 도취로 살아왔고 아내는 아내대로 살림하고 손주를 봐주면서 시간을 쪼개어 자기 취미 활동으로 바쁘게 살았지만 둘만의 시간은 없었다. 대화조차 없는 날이 많았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 바쁜 사람들의 생활일 것이다. 노인들에겐 남는 게 시간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정년 후 시간이 많아 지루한 노후 생활을 보낸다는데 난 늘 바빴다.
그러나 어느 날 차를 마시다가 아내의 늙고 거칠고 해쓱한 모습이 눈에 거슬렀다. 세월의 환에 매인 인생의 모습이려니 생각하다가 정신이 번뜻 드는 것은 그것이 내 모습이라는 것이다. 비로소 나이가 들고 있음을 알았다. 서로가 늙고 지친 모습을 보고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웰빙을 결심하였다.
“여보, 우리 겨울 여행갈까?”
“아이들 뒷바라지도 바쁜데 무슨 여행이요.”
아내는 손주 돌봄을 걱정하였다.
“다 떨치고 우리만의 시간을 가져봅시다.”
난 곧장 겨울 섬여행을 기획하였다. 푸른 바다와 맑은 공기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웰빙의 시간을 갖는 것은 무뎌진 부부의 사랑을 환생시키는 것이었다. 젊은 날의 열정이 사라지고 노년의 무력함을 힘찬 로맨스 그레이로 바꾸어 보자는 새로운 전설을 기획하였다. 그것은 여수의 개도 여행이었다.
개도 여행을 선택한 것은 우리나라 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개도에서 풍요로운 정서를 충전하기 위함이었다. 개도는 아름다운 청석 해변과 배상금 비렁길이 있는 곳이다. 개도로 가는 항로는 돌산에서 가는 길과 백야도에서 가는 길, 여수항에서 직접 가는 3길이 있다. 여행은 배를 타고 가서 육로를 걷는 것이 묘미가 있었다.
개도는 여수 가막만의 200여 개의 도서를 거느린 화정면 사무소가 있는 곳이다. 월항, 신흥, 화산, 여석, 모전, 호령 해변의 굴곡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 낭만의 해변을 우리가 나란히 손을 잡고 시원한 바람과 푸른 파도가 뿌리는 이슬을 맞으며 마치 청춘들처럼 속삭이고 싶었다.
해안선 굴곡이 깊고 긴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개도엔 많은 예술가가 모여 작품 활동을 하는 곳이었다. 화가, 오페라 가수, 국악 창가대, 문필가들이 자연의 전당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창작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내가 찾은 이유 중의 하나였다.
백야곳에서 배를 타고 강아지 섬 화산 항에 도착하였다. 웅크리고 있는 섬 모습이 예쁜 강아지 형상이다. 육고여의 긴 암릉은 꼬리이고 천제산. 봉화산은 강아지 귀때기며 월항은 강아지 입이다.
“여보, 먼저 배를 타고 아름다운 해변을 둘러보고 육지 여행을 합시다.”
“그래요. 참 해변이 아름답네요.” 아내는 마냥 즐거워하였다.
화산 항에서 북쪽의 여석항으로 뱃길을 돌린다. 해변을 돌아가니 여석항 벅수가 우릴 반긴다. 벅수는 여수 해변을 지키는 석인상이다. 여석항은 말 그대로 숫돌이 나는 곳이다. 벅수와 납석. 숫돌의 명소였다. 예전에는 납석 광산이 있어서 타일 재료를 생산하였고 납석에 박힌 여석은 질이 좋은 숫돌로 삼남 지방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뱃길은 해산물을 많이 집산하는 모전항에 이른다.
모전항의 자갈밭 해변은 장관이었다. 검은 자갈밭이 갯벌에 검은콩 같이 깔려있다. 모전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개의 꼬리 육고여(陸高礖=바위섬)로 나간다. 긴 바위 등성이 개꼬리처럼 뻗은 끝자락에 고여와 딴여, 넙적여가 보일 듯 말듯 물속에 묻혀있다. 육고여를 돌아서 소방울 울리는 생금산 아래 호령 해변에 이른다.
호령 해변은 소가 헤엄을 치는 해변이다. 화산목장에서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야 할 소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에 목부들이 소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목초지 끝 몽돌해변에서 방울 소리가 울렸다. 바라보니 소들이 바다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 후 더운 날이면 목부들은 호령에서 소의 목욕을 시켰다. 그래서 방울이 울리는 해변, 호령(呼鈴)이라고 불렀다.
봉화산과 천제산을 둘러 내린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수직 전경을 자아내는 배성금 비렁길로 접어든다. 청석 바위가 날카롭다. 청석 기암 배성금 해변을 돌아가면 자연의 오페라 극장인 청석포에 이른다. 청석포는 넓은 마당 바위 단애가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 극장을 이룬 곳이다. 어디선가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유명한 청석포 오페라 극장이랍니다.”
“마당 바위가 오페라 극장 같아요.” 어느새 아내는 목청을 다듬어 노래를 부른다.
“오페라 가수들이 모여 목청을 틔우는 곳이래요.”
아름다운 음악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청석포를 거닐다가 솔머리 산 쪽으로 뱃머리를 돌린다.
“여보, 저길 봐요. 산 아래 바다가 뚫려 있어요?” 아내가 감격스러운 소릴 질렀다.
“해식동굴입니다.”
“배가 드나들고 있어요.”
솔갱이 해식동굴이 솔 머리 산을 관통하고 있었다. 개도의 별경이었다. 아름다운 해식동굴을 지나 호수 같은 바다를 지나면 정목 마을에 이르고 이곳이 강아지 입이다. 좁은 해변을 돌아 월항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벵골산과 안산의 해변을 바라보며 돌아 나와 원점인 화산에 이른다.
“여보, 저기 섬과 섬 사이 연륙교가 그림 같이 멋있어요.”
“화태대교, 백야대교인데 앞으로 가막만에 7개 다리가 더 놓인대요.”
여수시는 가막만의 섬들을 연결하는 연륙교를 놓아 섬 관광 문화의 파라다이스를 이루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었다. 다리가 다 연결되며 자동차로 다도해의 환상적인 풍경에 젖어 팔영산 고흥으로 연결되는 바닷길이열린다. 개도 해변 청석길에서 푸른 바다의 파도 소릴 들으며 스카프를 날리며 아름다운 해변에서 세상 근심을 다 잃어버리는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조선 때 개도엔 국립목축장이 있었다. 넓고 푸른 야산에 목초지에 화산목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농경지로 개간되었다. 화산마을을 걷다가 주조장을 발견하였다. 화산곡주, 뱃사람들과 목부들이 즐겨 마시는 개도 막걸리를 만드는 술도가이다. 개도 막걸리는 섬 특유의 물맛 때문인지 술맛이 최고였다. 도가에 들려 화산곡주,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나니 가슴이 펑 뚫리는 기분이다.
개도의 화산에 육지 같은 들판과 넓고 푸른 초원이 있어서 기름진 건초를 만들 수 있었다. 이 목축장에서 2026년 섬 정원 박람회가 열릴것이다.
“조선 때 화산목장에선 우량 식우와 전투마를 사육하였어요.”
“어느 정도였어요?”
“화산목장이 번창할 땐 말 사육이 1천 여두에 이르렀고 식우가 500여두 있었다고 해요. 게다가 300여명의 목부들이 일했답니다.”
개도의 말은 몸집이 크고 질주 본능이 커서 장수들의 애마로 사용하였다. 가막만에 개도를 비롯하여 월호도, 하화도, 사도, 낭도, 백야도, 제도등 많은 섬이 있었다.
“가막만의 섬들은 각기 동물의 애칭으로 불리고 있어요. 제비섬, 닭섬. 호랑이 섬, 이리섬, 공룡섬, 거북섬, 기러기섬, 솔개섬, 고양이 섬이 그래요.”
“섬의 동물 애칭이 재미있군요. 그런 애칭으로 불린 이유라도 있었나요?”
“전설에 의하면 가막만은 동물의 목장이었대요.”
“그러니까 신생대엔 가막만이 육지였다는 거군요.”
“이런 자료는 내가 소설을 쓰려고 조사한 것입니다.”
개도는 설화와 전설을 가득 담은 판타지 같은 섬이라고 내 소설을 그려내고 있었다. 유별나게 풍광이 아름답고 해변이 경이로워서 설화와 전설이 많았다. 해변의 고을마다 숨겨진 설화가 있었다. 호녁개 돌모래 사장과 몽돌해변과 소 떼가 방울 소릴 짤랑이며 목욕하는 호령 해변과 화산목장에 재미난 이야기로 전한다.
⦁백마와 마녀목 이야기
목녀와 백마의 슬픈 사랑이 엮어진 마녀목 전설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저민다. 화산엔 늙은 느티나무가 있다. 마녀목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얽힌 전설이 슬프다. 화산목장에 비천마란 백마가 있었다. 전투 백마가 훈련 중에 다리가 부러져 전투마론 부적격하여 폐마로 낙인되어 죽이려고 하였다.
“아버지, 백마가 불쌍해요. 죽이지 마세요.”
목부의 딸이 애원하였다.
“다리가 부러져서 소용이 없는 전투마야.”
“제가 다리를 고쳐 전투마로 만들겠습니다.” 목부의 딸이 다리가 부러진 백마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부목을 대고 극진히 보살폈다. 백마는 다리 치료를 받고 건강한 전투마가 되었다. 목관은 전투 백마를 한양으로 보내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날 밤 백마는 목부의 딸과 헤어지기 싫어서 비렁에 떨어져서 다리를 부러뜨렸다. 화가 난 목관이 백마를 느티나무에 묶고 처살 해버렸다. 백마가 죽자 목녀는 말의 시신을 붙들고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백마가 죽은 느티나무에 목을 매어 같이 죽었다. 사람들은 그 느티나무를 마녀목 이라고 전하였다.

⦁외팔이 아기 장수 이야기
조선 선조 때 정여립의 난으로 도피해 온 동인계 선비가 개도 처녀와 불륜으로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그 사내아이가 건장하게 자라는데 지나는 스님이 아이의 골상을 보고 장수가 될 기풍 상을 보고 놀라 선비에게 일렀다.
“자네 아들의 골상이 심상찮아 장수가 될 상을 지고 났어.”
“그렇다면 훌륭하게 잘 키워야겠습니다.”
“아닐세, 그 아이 때문에 화를 입을 걸세. 자네가 죽임을 당한다네.”
이 말을 듣고 선비와 처자는 아이를 죽이기로 하였다. 아이를 배에 태워 먼 바다로 나가서 몸에 돌을 채워 물에 버렸다. 그런데 아이가 어찌나 힘이 세든지 뱃전을 잡고 기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떼어버리려고 해도 놓지 않아서 선비는 도끼로 팔을 잘라버렸다. 그때서야 아이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20년 후 왜구를 치려고 개도에 외팔이 장군이 나타났다. 장군이 목부가 된 선비를 찾아와서 큰절하였다.
“저를 훌륭하게 잘 키워줘서 고맙습니다.”
라면서 재물을 많이 전해주고 갔다. 선비는 그 장군이 20년 전에 죽인 자기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 물에 던져 죽였던 아들이 장수가 되어 돌아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선비가 목관장에게 물었다.
“그때 버리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는 살해당했을 것이네.”
그래서 살게 되었고 장수가 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슬픈 설화였다.

⦁목부를 사랑한 천신녀 이야기
화산목장에서 이루지 못할 목부와 천신녀에 관한 이야기다. 개도의 천제산에서 천신제를 올리는 신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신녀가 화산에 왔다가 화산주(막걸리)를 마시고 취해서 화산목장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그곳을 지나던 목부가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훔쳐보고 그냥 지날 수가 없어서 그녀를 범하고 말았다. 목부와 정을 통한 신녀는 밤마다 목부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졌다. 이때 인간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상제는 그녀를 육고여 수중 바위섬에 가두어 버렸다. 목부는 그녀를 애타게 찾았으나 신녀가 육고녀 해변에서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육고여로 찾아가서 그녀가 죽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 그들은 육고여와 딴여로 태어났다.
⦁솔갱이 동굴의 슬픈 인어공주 이야기
솔 머리 산을 관통하는 솔갱이 해식동굴은 서에서 동으로 물이 흐르며 자유롭게 배가 드나들 수 있은 신비로운 해식동굴로 지질연구에 큰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솔갱이굴에 눈먼 인어공주가 살고 있었다. 마법에 걸린 인어공주는 보름달이 뜨는 밤 해변 바위에 앉아 멀리 금오도를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어 대고 있었다.
‘누구 황금 거북을 보았나요? 헤엄을 치지 못하는 거북이랍니다. 거북을 만나거든 내가 여기 있다고 전해줘요.’라고 울부짖었다.
이곳을 지나는 어부들은 그녀를 마법에 걸린 공주라고 불렀다. 그녀가 찾는 애인은 금오도 쌍굴에 사는 거북이었다.
“마법에 걸린 인어공주가 불쌍해요. 애인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내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황금 거북도 마법에 걸렀답니다.”
오, 오 이를 어쩌나. 솔갱이 동굴에서 슬픈 인어공주 이야길 들으며 하루 빨리 마법에서 깨어나서 황금 거북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들은 끝내 만나지 못하고 죽었답니다.
우린 다시 월항으로 나와 찰랑대는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화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목장길과 청석 해변 길을 걸으면서 한량없는 낭만과 행복에 취해버렸다. 아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우리, 서울에 가지 말고 이곳에서 살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정말 행복한 노후를 보낼수 있을 거예요.”
화산의 민박집으로 돌아와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딸아이 전화였다.
“엄마, 오늘 돌아오는 거지⋯⋯.”
“글쎄. 바다 풍경이 너무 좋아 하루 더 지낼까 해.”
“그럼, 내일 아침에 지윤이 유치원을 누가 보내⋯⋯.”
구속 없는 자유가 끝이었다. 우린 저녁에 서울로 향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내는 개도의 아름다운 해변이 눈앞에 선하여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다.

고려 보조국사(지눌)는 흥국사에서 돈오점수, 정혜결사의 불교개혁론을 완성하였다. 대사는 순천 송광사에 이어 흥국사를 창건하고 깊은 계곡 정수암(淨水菴)에 칩거하면서 돈오점수의 수행론을 폈다.
추억의 정수암, 내 초등학교 때 친구가 살던 암자였다. 대처승의 아들인 친구는 높은 고산 암자에서 중흥 초등학교까지 새벽에 내려와서 저녁 늦게 돌아가곤 하였다. 난 친구를 따라 자주 정수암에 놀러 갔었다.
고려의 불교는 귀족불교(교종)는 종교 본연의 자세를 잃고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렸다. 무신정권이 탄생하면서 서민불교(선종)가 새 권력의 지지 기반이 되었다. 이때 보조국사 지눌이 선종과 교종 화합한 불교개혁을 부르짖고 나섰다.
지눌은 누구인가? 불일 보조국사 지눌(知訥 1158~1210)은 항해도 서흥에서 출생하여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조(宗祖)가 되었다. 1182년 선과에 합격하고 선정과 교종사상이 같다는 화엄론(華嚴論)을 폈다. 선종과 교종의 배타적 교리를 통합하여 돈오점수(頓悟漸修)론을 내세웠다. 돈오는 중생의 본성이 본래 깨끗하다는 뜻이고 점수는 깨쳤다 하더라도 번뇌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돈오점수는 학문적으로 꾸준한 선을 공부하면 교에 이른다는 말이다.
지눌은 선 사상의 체계를 조계(曹溪) 혜능의 선 사상에서 발췌하여 자신의 화엄사상에 흡수하여 독창적인 고려의 조계선(曹溪禪)을 창안하였다. 그는 송광산 수선사에 터를 잡고 정혜결사의 불교개혁을 단행하였다. 의천(義天)은 천태사상의 교종으로 선종을 융합하려 하였고 지눌은 조계종의 선으로 교를 융합하려는 운동을 폈다. 불교개혁은 교종인 귀족불교에서 선종인 서민불교로의 재편이 되었다.
지눌은 송광사(수선사)에 이어 흥국사를 짓고 진각국사 혜심(무의자)과 제자인 금나라 6대왕 장종의 왕자인 담당(성징)과 같이 정수암에 와서 불교 정화 운동에 전념하였다. 이곳 정수암에서 지눌의 정혜결사와 돈오점수 이론이 나왔고 당시 최우 무신정권의 후원을 받고 불교개혁 운동을 폈을 때 여수 흥국사엔 전국적으로 수백 명의 스님이 모여 불교개혁을 논의하였다. 지눌 스님과 진각과 담당 스님은 거의 정수암에 머물면서 불교개혁의 이론을 체계화하였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성철스님이 불교개혁 운동을 펴면서 흥국사 정수암에 머물며 지눌의 정신을 이어받아 돈오점수를 수정한 이론을 폈다. 그러나 1980년대 정수암은 알 수 없는 화재로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거대한 고목들 사이에 불타버린 절터만 남아 있었다. 아무튼, 흥국사는 우리나라 불교개혁의 성지였다. 고려 때는 정수암에서 지눌 스님과 현대는 성철 스님이 불가의 바른 교리를 폈던 곳이다. 그런데 안타깝게 정수암은 불타 사라져 버렸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정수암에서 대학 입시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정수암은 고시 공부를 하는 청년들이 열독하는 암자였다. 그때 젊은 스님 한 분을 만났다.
1964년 성철스님은 대구 파계사 성전암을 나와 떠돌다가 이곳에서 하안거와 동안거로 머물고 있었다. 스님은 정수암에 머물면서 불교 정화 운동의 체제를 확립하였다. 고려 때 지눌 대사가 선종과 교종이 대립한 상태에서 돈오점수로 불교 통일개혁의 정혜결사를 완성했듯이 성철스님은 지눌의 주장과 반대인 돈오돈수 이론에 착안하여 불교개혁을 주창하였다. 스님은 하안거, 동안거를 마치고 다음 해 겨울 서울의 도선사로 자리를 옮겨 수행하여 큰 스님이 되었다.
지눌의 정혜결사가 불가의 법문을 바꾸어 버렸다.
고려 불교는 법상종, 화엄종의 교종이 왕족 편에서 교학을 주도했는데 서민불교인 선종이 새로운 무신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대두되면서 두 종파의 갈등이 일어났다.
따라서 선종과 교종 간의 갈등은 교리적 이해 차이로 심해졌다. 선종은 ‘마음이 본래 깨끗한데 억지로 수행할 필요가 없다’ 라고 하였고 교종은 경전을 공부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주장하였다. 지눌은 바르게 수행하는 참선만이 스님의 길이며 깨달음이라 하였다.
교종은 부처님의 마음(心)이라 믿는 법안 중, 천태종, 조계종 계이고 선종은 부처님의 말씀(言)으로 깨닫는 화엄종, 법상종이다. 지눌은 화엄종의 교선 일체 사상에서 조계종으로 불교개혁의 ‘권수정혜결사문’을 천명하였다.
지눌은 명리에만 기운 귀족 승가의 길을 배척하고 서민불교를 지향하는 동지들을 여수 흥국사 정수암으로 불러모아 연구한 정혜결사(定慧結社)를 다짐하고 마침내 1190년 팔공산 거조사에서 25세 나이에 ‘권수정혜결사문’을 낭독하고 개혁을 부르짖었다.
“마음에 끝없는 번뇌를 일으키는 것은 중생이요, 마음의 깨달음을 일으키는 것은 부처이다. 어두움과 깨달음이 비록 다르나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마음을 닫고서 부처를 찾아서는 안 된다.”
지눌은 깨달음으로 가는 구체적인 수행 방법을
정혜쌍수(定慧雙修)라고 하였다. 정(定)은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고요를 찾아 망념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며 혜(慧)는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환히 비추어 보는 지혜이다. 지눌은 정과 혜를 함께 닦는 수행을 정혜쌍수, 성적등지문(惺寂等持門)이라고 하였다.
성철스님은 지각없는 사람들에게 늘 공부하는 삶을 말씀하셨다.
‘밥은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옷은 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고, 공부는 밤을 새워서 해야 하는데 공부는 안 하고 쓸데없는 밥만 배터지게 먹고, 쓸데없이 비싼 옷으로 사치하는 중생이 가소롭도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세상 모든 만물은 다 때가 되면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것이 우주의 이치인데 진리를 역행하면 화가 따를 뿐이다.’
‘세상엔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이 있는데 내 것도 못 챙기는데 남의 것을 탐하는 것은 번뇌이니 속욕에 물들지 말라’ 고 하셨다.
1960년 초반에 내가 만난 성철스님은 늘 공부하는 스님이었다. 흥국사 정수암 요사채는 고시 공부하는 고시생들과 불교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스님들로 차 있었다. 삼바리가 처진 문간 댓돌에 나란히 하얗게 놓여있는 흰 고무신은 스님의 신발이요, 까만 고무신은 고시생의 신발이었다. 나도 여름 방학 동안에 정수암 고시방에서 입시 공부를 하였다. 정수암은 고요 속에 묻힌 암자였다. 예불 때 독경 소리를 제외하고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와 간혹 땔 나무를 하러 온 나무꾼의 발자국 소리만 날 뿐 항상 고요 속에 묻혀있었다.
아침 공양 전에 감로천 정수간에서 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스님이 새벽 염불을 마치고 명덕산을 돌아오는 시각에 고시생들은 일어나서 감로천 세수간에 모여 세안하고 공양 실로 간다. 스님은 늘 헤지고 낡은 승복을 입고 낮엔 텃밭에 나가서 야채를 가꾸고 밤이면 불경 공부를 하셨다. 어느 날 아침 감로천 세안간에서 한 고시생에게 물었다.
“왜 공부를 하느냐?”
“출세하려고요.”
“출세는 세상에 나간다는 뜻인데 어떤 세상을 말하는가?”
“신분 상승의 출세를 말하지요.”
“신분 상승이라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말하는가?”
“그런 의미도 있지만 누리는 거죠.”
“출세하면 잘 살 수 있고 그것을 누리는 것이며 그것이 성공하는 행복이라고?”
“네. 스님.”
“고시 공부를 하는 이유가 그거라면 잘못된 것이 아닐까? 고시는 법관이 되거나 고급 공무원이 되어 나랏일을 하는 사람인데 단순히 자신의 영욕을 위한다는 것은 잘못된 꿈이 아닌가, 내 생각은 바른 법관이나 공직자는 나를 위하는 것보다 공익을 위하고 정의를 위하며 약자 편에 서겠다는 자세가 더 중한 것 같은데.”
고시생은 계면쩍은 표정을 지었다.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허허, 아침부터 무거운 대화를 했구먼. 그래, 꼭 꿈을 이루어 성공하게, 행복한 성공은 의로운 일과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라네.”
스님은 맑은 미소로 말했다. 난 옆에서 잠깐 스치며 나눈 스님의 이야기를 늘 가슴에 색인하고 있었다. 그런데 훗날 그분이 바로 우리나라 불교의 거장이신 성철 스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님은 정수암을 나와 서울 도선사에서 수행을 하다가 대 스님이 되셨다. 그리고 내가 성년이 되어서 정수암을 찾아갔을 때 이미 불타버리고 인적 없는 절터와 수목만 무성한 정수암의 모습에 놀랐다.
흥국사는 그렇게 창건 취지가 불교개혁의 수행도량처로 시작하였다. 훗날 이 절이 호국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사찰이었다. 임진왜란 때 의병수군 대장이었던 자운대사(화엄사 8도 도총섭)가 기암대사, 김대인 무장, 옥형스님등 승병대장이 나왔고 400여 명의 수군을 훈련 시켜 이순신을 도와 실전에서 공을 세웠던 호국 사찰이다.
고려 때 불교개혁의 요람이었던 흥국사는 1195년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고 몽고 침략과 삼별초의 난으로 불탄 것을 법수대사가 1560년 1천 여 칸으로 중건하였고 정유재란으로 완전히 소실 된 것을 1624년(인조) 계측대사가 3차 중건을 하였다. 송광사 후사인 흥국사는 보조국사와 법수대사, 자운대사. 기암대사를 비롯하여 낭월, 일명, 호봉, 금계, 능하, 취하, 우룡, 경서 대사와 8도 도총섭 응운대사와 응암 대사등 13명의 대사들이 거쳐 갔었다.
정수암은 많은 대사의 정신 수행도처였다. 정수암에 보조국사 지눌의 부도탑이 우뚝 서 있었는데 흥국사 부도탑 군으로 옮겨 겼다. 흥국사 증수비에 보조국사 지눌과 진각국사 혜심과 금나라 왕자인 담당 국사의 수행처라 기록되어 있었는데 정수암이 불타 없어진 것이 안타깝다. 이제라도 불타버린 불교개혁의 본산인 흥국사 정수암을 복원하여 국사의 진맥을 기리 빛내야 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용필
여수출생, 순천고, 홍익대 졸업. 교육공무원 정년퇴임. KBS 교육방송 극작가 (77년). 열린 문학등단,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및 감사 역임, 국정홍보 교육정책 리포터 역임, 독서와평설 논술위원역임, 한국문인협회 이사역임. 문협마포지회장역임. (현)daum 인터넷 뉴스, 코스미안(cosmian) 뉴스 고정 칼럼리스트 외 150여 편 .월간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마포문학상. 직지소설문학상, 한국바다(해양)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KBS 청소년문학상, 스토리텔링 문학상(소설가협회, 경남도, 인천시, 남해군), 수필문학상 등 다수.단편집 <달빛소나타><청살무> <분노의 바다><사그레스 대항로> 등 4권.장편소설 대하소설 <연해주 전5권> <잃어버린 백제> <연암 박지원> <사마르칸트의 여인> <부다페스트의 실종> <전범> <여수의 추억> 등 16권.장편e북 전쟁과 여인, 베네치아의 여인, 코리안 드림, 해전도, 스페인문명기행,대마도 사무라이, 서포의 어머니, 해동공자 설총, 가야의 부활(오디오북) 등 12권.X세대(에세이), 화엄경(에세이), 논술서, 문예창작실제 등.문공부 우수도서선정 <화엄경>

  목차

5 작가의 말. 운명의 바다
9 제1경. 금오도 비렁길 트래킹
21 제2경. 여자島의 세 여자
44 제3경. 등대 빛이 가는 끝
53 제4경. 리스본에서 이별
66 제5경. 해안선이 아름다운 개도
77 제6경. 그녀가 초도에 머무는 이유
88 제7경. 소리도 등대를 찾아서
96 제8경. 정수암에서 만난 성철스님
104 제9경. 소매몰도 등대 모험
112 제10경. 거문도 신지꺼 인어공주
123 제11경. 여수의 아일랜드 브리지 로드
127 제12경. 이분의 유실 바다
143 제13경. 흑산도 홍어와 아이슬란드 하우칼 상어
148 제14경 토속신의 성지 횡간도
153 제15경. 러시아의 “거문도 해상기문”
164 제16경.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90 제17경. 4색 바다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194 제18경. 동학군의 마지막 순교지
198 제19경. 수월관음도의 미소
204 제20경. 안도의 연인
210 제21경. 미소의 천사, 상괭이가 죽어요
218 제22경. 송강 정철이 놀던 순천만 갯벌
225 제23경. 이야포를 걷는 여인
233 제24경. 치유의 기적(애양원 피득길)
251 제25경. 여류화가의 정사
279 제26경. 블루로드 영덕 트래킹
287 제27경. 그 사람이 보고 싶다
292 제28경. 꽃바람 타고 노을길 걷는다
302 제29경. 세모시 백색치마, 서천 해파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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