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김한장의 <유령 지도>. 저자는 “철새같이 떠나는 이들이 돌아올 오리집”을 운영하면서 아는 길을 헤매고 돌고 돌아 걸어야 했던 길을 자신에게 설명하는 과정으로 이 책을 썼다. 페미니스트, 비혼 여성, 레즈비언, 지역을 기반으로 레즈비언 공간을 운영한다는 정체성을 확인한 이후 자신의 진짜 여기 있음을 논증하기 위해 살았던 동네에 다녀와보자는 기획으로 시작한 <유령 지도>는 거기에 내가 없(었)고, 그 사실을 상기하는 일로 내가 거기 있었음을 증명하고, 그곳으로부터 내가 지워졌기 때문에 또 오늘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나의 여기 있음을 살핀다.
출판사 리뷰
어떤 식으로든 소속감의 부재(그것이 직업이든, 지역사회든, 가족이든)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 책과 함께 배회할 수 있다. 재치와 냉소를 오가는 문체가 독자를 긴 산책으로 초대하니까. 다만 함께 걷다가 갑자기 플라스틱 의자가 나와 앉았더니, 드르륵 탁, 사실 나 말이야……라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블로그 pro)
무엇인가로부터 떠나오는 일은 항상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을 당긴다.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여기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을 수반하여 묻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철새같이 떠나는 이들이 돌아올 오리집”을 운영하면서 아는 길을 헤매고 돌고 돌아 걸어야 했던 길을 나 자신에게 설명하는 과정으로 이 책을 썼다. 페미니스트, 비혼 여성, 레즈비언, 지역을 기반으로 레즈비언 공간을 운영한다는 정체성을 확인한 이후 나의 진짜 여기 있음을 논증하기 위해 살았던 동네에 다녀와보자는 기획으로 시작한 <유령 지도>는 거기에 내가 없(었)고, 그 사실을 상기하는 일로 내가 거기 있었음을 증명하고, 그곳으로부터 내가 지워졌기 때문에 또 오늘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나의 여기 있음을 살핀다.내가 누구인지 알려고, 어디에 있어야 진정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먼 길을 돌아 찾아 다녔는데, 과거와 미래를 다리에 두고 있을 오늘의 나는 누구인지 여전히 알기 어렵다. 찰나의 시간에도 여러 겹의 시간을 사는 것 같고 몸이 여기 있는데도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환상처럼 믿기지 않는다. 지금 이곳에 있는 내가 유령같고, 여기 있는 나의 실체를 연산해낼 수가 없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태도이기도 하다. 지금을 배반하고 싶은 순간이 쌓여 진실은 온데간데 없고 과거의 어떤 순간은 마치 지금 이 순간처럼 생생하게 감각된다. 감정은 선명하게 남고 말하지 못한 진실의 무게는 티끌 하나 손상되지 않았다. 그걸 지키기 위해 톱밥처럼 깎아 침식된 몸이 있는데, 몸이 서있던 배경은 통일성이 없이 바뀌고, 그 공간에서 내가 맡은 역할들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살아온 날을 모두 셈해서 나를 아는 것은 그래서 톱밥을 다시 뭉쳐 나무 한 그루를 세우는 일같기만 하다. 그래서 유령 지도를 그려야 했다. 유령이 그린 지도라는 뜻이기도 하고, 세상에 있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감각이 지워지지 않도록, 또 누군가가 이런 방식으로 길을 잃을 때에 들춰볼만한 무언가였으면 했다. <유령지도>가 세상에 나온 배경을 설명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모든 것들의 환유처럼 잡초는 거기에 있을 거다.”
“ 마음에 친정 하나 두려면 거기 가까이 살되 그걸 마주하고 살아서는 안 되었다. 정말로 도망가야 할 때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질까 무서웠다.” ?
“인구학적인 사실, 지리학적 통계, 시장에서의 합리적인 판단이 가리키는 도시의 한 구성원이 되어 시대의 전형적인 인간으로 살게 되면 그 사회의 정상 기준에 편입되는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은 구조 자체에 문제가 내재하여 있다는 사실을 가린다.”
“영화에 나오는 사물을 만질 수 없듯이 산책하면서 보는 모든 것들을 만져볼 수는 없다. 산책이란 아주 짧고 간단한 형식의 관광이다. 관광은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벗어나 아주 외따른 곳에 도착하여 원래 살고 있던 곳에서 보던 사물과 멀어지는 일, 혹은 그렇게 애를 써서 다다른 곳에서 일상과 비슷한 것을 찾는 일, 그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근거를 찾는 일이다. “
“마음을 거기에 놓아 자라는 것, 그것이 거기 있다고 해서 비난받을 수 없듯이, 거기에 그냥 있는 마음을 욕심이라고 할 수 없듯이.”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한장
2022년부터 오리집을 운영하며 레즈비언 독립 문예지 『사포』를 기획, 발행하고 인스타그램에 한장툰을 연재했다.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기입하고 '밝고 명랑한 레즈비언 문화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목차
뱀 그리기 4
홍은2동 18
금촌2동 25
군산 40
산책 이론 : 워커스 블루 43
이리와 뉴어크 87
자두 칠러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