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미국 문화인류학자 애니타 해닉이 수년간 조력 사망의 현장을 직접 동행하며 써낸 죽음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밀도 깊은 기록이다. 저자는 오리건주를 비롯해 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지역의 환자, 가족, 의료진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법 제도 바깥에 숨겨진 인간의 고통과 결단, 그리고 연대의 현장을 포착한다.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고자 하는지, 그 결정을 둘러싼 문화적, 제도적, 정서적 측면을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우리 사회에는 죽음에 대한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이 죽음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언어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에 간호사이자 조산사였던 데리애나는 죽음을 출산과 같은 방식으로 대했다. 양쪽 모두 한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의 엄숙한 전환이었다. 데리애나는 자신의 임무가 그 전환을 촉진하고 환자가 생사의 경계를 넘어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여겼다.“우리는 그들과 함께 문턱까지 가서 배웅하지만, 실은 문을 넘어서까지 그들을 보살피고 돌보는 거예요.”- <머리말> 중에서
조력 사망은 우리가 의학의 잠재력을 이해하는 방식을 재구성한다. 생명 연장이 아니라 죽음 과정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조력 사망은 단순히 치사량의 약물을 삼키는 것이 아닌 그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죽는 방식,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나아가 의료 조력 사망은 인간이 삶의 마지막을 직접 결정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나는 죽음의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임종을 직접 목격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고 연출하는 것이 죽어가는 사람은 물론 남겨진 사람에게도 큰 힘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환자는 죽음의 시간과 장소를 직접 지정하며 완전한 무력감에서 벗어나 새롭게 통제권을 찾았다. 가족에게 유산을 어떻게 분배할지 생각하고,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최후를 계획했다. 조력 사망은 애도 과정을 덜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유족이 무방비 상태에서 죽음에 기습당하지 않기 때문이다.-서문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애니타 해닉
시카고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브랜다이스대학교 인류학과 부교수로 재직하며 의학・종교・죽음・임종에 관해 가르쳤다. 최근에는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보스턴글로브〉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미국에서 죽음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저서 《수술 너머(Beyond Surgery)》로 2018년 미국 의료인류학회에서 수상했다. 해닉은 5년에 걸쳐 존엄사 제도를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연구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임종을 앞둔 이들 곁에 머물렀으며, 환자와 가족, 의료진과 함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동행하는 참여관찰자로서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했다. 이 책은 존엄사에 관한 제도적 배경, 법적・사회적 쟁점, 개인의 감정과 신념 그리고 문화적 차원에서의 의미까지 폭넓게 다루며 존엄사를 입체적으로 탐구한다. 이로써 삶의 끝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의 의미, 나아가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