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0년 9월 18일, ‘진보의 아이콘’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대법관 중 한 명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87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평생을 정의와 평등, 인권을 위해 헌신한 위대한 법조인이었으며, 소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던 긴즈버그의 죽음에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애도에 동참했다. 낸시 펠로시 의장은 “우리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며 조의를 표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투병 중에도 민주주의와 법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지킨 긴즈버그에게 경의를 표했다.생전에 고인과 자주 갈등을 빚었던 트럼프 대통령마저도 “법의 거인이자 역사의 선구자를 잃었다”며 미 전역의 모든 연방 건물과 군 기지 등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명령했다. 긴즈버그는 여성 최초로 미 국회의사당에 안치된 후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되었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물결이 전 세계 SNS를 물들였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또 세대를 가리지 않고, 한 명의 법조인이 이토록 많은 이들의 찬사와 경의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입학생 500명 중 여성이 고작 9명에 불과했던 1950년대, 여성에게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던 당시 법조계의 분위기에 좌절하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갔던 긴즈버그는 1970년대 여성의 법적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수많은 소송을 주도했고, 특히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여성 권익 프로젝트를 이끌며 성차별 철폐에 큰 기여를 했다. 1993년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에 임명된 후에는 다양한 판결에서 사회적 약자의 손을 들어주었고, 특히 보수가 다수가 된 대법원에서 반대의견을 소신있게 밝히며 ‘위대한 반대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책 《진보의 품격》은 법에 근거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했던 법조인의 육성을 온전히 담았다. 그가 살아 생전 남긴 연설문과 기고글, 그리고 판결문 중 그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것들만을 골라 엮은 것으로, 책 한 권으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진면목과 그가 남긴 유산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인준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도덕적 우월성, 탁월한 업적, 출중한 지적 능력과 판단력, 타고난 겸손함과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투철한 국가관으로 심지어 공화당 의원들마저 민주당 못지않은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그 결과 미 의회 역사상 극히 이례적으로 열여덟 명의 소속 상원의원 전원이 합의함으로써 법사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그의 인준이 통과되었다.
어느 대법관이든 다수의견이 잘못됐다고 확신이 서면 본인이 나서서 반대의견을 피력할 수 있으며 저도 그와 같은 특권을 최대한 활용하곤 합니다. … 하지만 저희 대법관들은 진실로 서로를 존중하고 심지어는 친구처럼 지내기도 합니다. 동료 간 협력 관계는 연방대법관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제가 자주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여성들이 판사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미국이란 나라의 사법체계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 그간에 미국의 사법체계상 판사들의 출신 배경이 다양해진 것과 경험 측면에서 훨씬 풍부해진 것은 인정받아 마땅합니다. 돌이켜보면, 사법체계의 모든 참여자가 대부분 똑같은 틀에서 쏟아져나오던 시절은 그야말로 비참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지냈다. 1933년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코넬대학교에 입학하고 1954년 동문인 마틴 긴즈버그와 결혼, 이듬해에 딸 제인 긴즈버그가 태어났다. 1956년에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에 입학, 뉴욕에 일자리를 구한 남편을 따라 다시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로 편입학했다. 로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졸업하지만 당시 법조계에 만연했던 여성 차별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다가, 교수의 추천으로 에드먼드 팔미에리 판사의 재판 연구원이 되었다. 이후 컬럼비아대 로스쿨이 후원하는 스웨덴 민사소송 연구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젠더 차별에 반대하는 스웨덴 사회의 분위기를 접하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72년 컬럼비아대 로스쿨에 종신 재직권이 보장된 첫 여성 교수로 부임했다. 같은 해 긴즈버그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과 여성 인권 사업을 추진하면서 적극적으로 젠더 차별과 관련한 사건들을 재판에 부쳐서 변론했다. 이런 노력은 성을 역할로 구분 짓는 법적인 편견과 차별을 개선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80년 컬럼비아 특별재판구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되고 1993년에는 여성으로서는 역대 두 번째로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임명되었다. 대법관으로 연방정부 대 버지니아, 오버게펠 대 호지스 사건 등을 통해 젠더 평등과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의견을 꾸준히 개진해왔다. 일생 여성과 소수자의 권익 증진에 힘써온 노력을 인정받아 미국변호사협회의 서굿마셜상, 벤저민네이선카도조상 등을 수상하고 2015년에는 <타임> 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 2020년 9월 향년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지은 책으로 『스웨덴 민사소송(Civil Procedure in Sweden)』 『성차별적 요소와 법(Materials on Sex-based Discrimination and the Law)』 『나 자신의 말 (My Own Words)』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