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찰나를 프레임에 담다《크롭 인 제주 Crop in JEJU》는 제주도의 풍경들을 ‘크롭(crop)’이라는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낸 감성 포토 에세이입니다. ‘크롭’은 단순히 크기의 조정이 아니라 순간을 응시하고 의미를 압축하는 작업이고, 장면의 한 조각을 프레임 속에 담는 행위입니다. 잘라낼수록 깊어지는 미학이기도 합니다.
제주도의 해변과 모래, 한라산과 시내의 시장까지, 이 책은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이 만든 찰나의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해변의 모래 알갱이, 이중섭 거리의 밤거리, 한라산의 낮은 관목들, 동문 시장의 노점들…. 그 찰나를 섬세히 기록하고, 다시 특정 크기로 잘라내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프레임을 달리하면 세계가 달라집니다.’ 크롭 기법은 낯선 시선 또는 익숙한 풍경도 다른 시각으로 반짝이게 합니다.
이 책은 크롭 된 사진, 영문과 국문의 시적인 텍스트로 크롭 사진에 감성을 더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듯, 크롭 된 한 장의 장면을 천천히 각인시키고, 시적 감성과 에세이를 결합한 텍스트를 따라가면 어느덧 마음을 보듬어주는 듯합니다.
페이지 하단에 삽입된 다섯 개의 컬러칩은 각 사진에서 추출한 5가지 감성 컬러입니다. 자연과 사람, 풍경에서 온 컬러들로, 사진에서 추출하여 창작과 영감에 도움이 되는 컬러입니다. 어울리는 색 조합으로 디자인이나 PPT 등 컬러 픽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RGB와 CMYK 코드를 모두 담았습니다.
촬영 위치를 표시한 지도는 공간적 맥락을 더해, 독자가 장면과 장소를 함께 그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어쩌면 독자가 가봤을 그곳, 작가가 사진을 찍은 그곳, 그리고 구글맵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곳은 같은 장소이지만, 바라보는 시점이 달라질 때마다 완전히 다른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소 입력으로 색다른 여행의 시점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이자 아트북으로, 화려한 명소 대신 일상의 디테일과 여백을 택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도쿄 골목과 오사카의 한낮을 거니는 듯한 감각을 불러오며, ‘보는 여행’을 넘어 ‘머무는 여행’을 제안한다. 도시를 크롭하는 순간, 독자는 자신의 시선을 재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크롭 인 제주 - 순간을 잘라내어 영원으로 만드는 시간때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바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 무심코 지나치는 골목의 그림자, 잠깐 머문 카페 창가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 《크롭 인 제주 Crop in JEJU》는 그런 순간들을 카메라 렌즈 안에 담아낸 후, 다시 한번 마음으로 잘라내어 완성한 감성의 기록이다. 이 책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떠났지만, 결국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은 시간이 머무는 공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제주의 푸른 바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 검은 돌담, 작은 모래 알갱이에는 우리가 몰랐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의 카메라 렌즈와 감성적 시선을 통해 포착된 그들의 일상적 흔적은 자연과 사람을 잇고 있다. 이 모든 장면은 단순한 관광 사진이 아니라, 그 순간을 살아낸 사람의 온기가 묻어난 이야기들이다. 한 컷 한 컷의 사진과 그에 수록된 국문과 영문의 시적 텍스트는 각 장면의 분위기와 감동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크롭'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사진을 자르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무한한 현실 속에서 가장 소중한 한 조각을 선택하는 마음의 작업이다. 저자는 넓은 풍경 전체보다 그 안에 숨어있는 작은 디테일에 시선을 머물게 했다. 크롭이라는 기법은 전체 풍경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만을 선택하여 그 순간의 본질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한 관광 사진이 아닌, 시간과 공간이 압축된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만나게 된다.
각 사진 옆에 놓인 다섯 개의 컬러칩은 마치 그날의 감정을 색깔로 번역한 것 같다. RGB와 CMYK 코드로 정확히 기록된 이 색상들은 과학적 데이터이면서 동시에 가장 주관적인 감성의 언어이기도 하다. 독자는 이 색상들을 통해 그 순간의 온도와 습도, 그리고 마음의 떨림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그 정확한 컬러코드로 독자들은 각자의 디자인에 활용할 수도 있게 하는 친절함도 담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사진 한 장 한 장에 새겨진 정확한 좌표이다. 지도와 주소가 함께 제공되어, 독자는 언제든 그 장소로 빨려 들어가듯 찾아갈 수 있다. 구글맵에 주소를 입력하면 저자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를 확인할 수 있고, 같은 시간, 같은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추적할 수 있는 감성적 내비게이션이다.
국문과 영문으로 쓰인 텍스트들은 각 사진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시와 같다. 저자가 그 순간 느꼈던 바람의 방향, 공기의 냄새, 마음속에 일어난 작은 파동들이 두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같은 감정이지만 한국어로 읽을 때와 영어로 읽을 때의 울림이 다르다. 마치 같은 선율을 다른 악기로 연주할 때 생겨나는 미묘한 차이처럼, 독자는 하나의 순간을 두 가지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을 펼치는 것은 타인의 여행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일과 같다. 아니, 그보다 더 친밀한 경험이다. 저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낯선 도시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그곳 사람들의 하루를 조용히 관찰한다. 평범한 장면들이 크롭되어 특별한 순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는 시간 여행자가 된다. 저자가 그 자리에 서 있던 정확한 시점으로 돌아가,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빛을 바라본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여행의 진짜 의미는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라는 것을.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걸으며 우리는 비로소 평소에 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크롭 인 제주》는 포토에세이지만 묘한 치유의 순간을 선사한다. 각각의 크롭 된 이미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보았는가? 당신의 일상에는 어떤 색깔들이 숨어있는가? 당신이 서 있는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싶은가?" 이 책은 독자가 자신만의 크롭을 만들어가도록 부드럽게 이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 시간을 붙잡는 감성적 기술, 그리고 평범한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음의 힘을 선물한다.








숨결조차 가벼운 하늘을 향해, 사람들은 천천히 오른다. 나무로 된 계단 마다 삶의 무게와 숨결이 포개지고, 닳은 발바닥은 시간의 침묵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산은 말이 없지만, 그 고요 속에 귀 기울이고 있다. 지친 숨을 내쉬는 이들의 고독과, 발걸음을 멈춘 여인의 깊은 경외를 가만히 보듬는다.
그녀가 앉아 있다. 바람과 고요를 어깨에 스카프처럼 두르고, 풍경 너머의 감정을 응시한다. 그녀를 오르게 했던 것은 정상의 이름보다 더 오래된 무언가, 저 푸르름 속에 숨어 있는 말없이 찬란한 부름일지도 모른다.
_바라보다
밤의 그림자가 내린 거리, 골목의 오르막길 언저리에 핀 꽃들은 낮보다더 선명한 빛을 품고 있었다. 거리의 소음이 사라지고, 다른 공간으로의 입구 같은 불 꺼진 창문들 사이로 반사된 불빛이 은은히 번지는 곳. 누군 가의 손길은 꽃들을 가꿔냈고, 그래서 꽃들은 어둠 속에서 오히려 또렷한 분홍빛을 뿜어냈다.
꽃들은 언어가 아니라 색깔로만 위로의 말을 건넨다. 닫혀있는 가게 문앞엔 아직도 그 위로를 전해 받은 누군가의 흔적이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고요한 밤, 이 거리의 풍경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_바라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