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20세기 위대한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그러나 그의 신학과 영성이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발타사르의 삶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관통하고 있고, 그의 방대한 저술은 모두 공의회를 전후로 집필되었다. 하지만 발타사르의 인생은 동시대 신학자 칼 라너와 달리 공의회, 심지어 가르치는 일과도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발타사르의 신학과 영성은 20세기 교회의 중심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서 독자적으로 형성되었고, 바로 이 점에서 21세기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톨릭출판사는 앞서서 지식의 차원을 넘어 예수님과 깊이 만나는 길을 안내한 《발타사르, 예수를 읽다》, 발타사르 특유의 신학적 미학을 드러낸 《남겨진 단 하나, 사랑》,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을 노래한 《발타사르, 죽음의 신비를 묵상하다》, 그리고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를 통해 오늘날의 영성을 조명한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의 첫 만남》을 통해 독자들에게 발타사르의 신학과 영성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다섯 번째 도서로 《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를 선보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묵상이라는 실천적 행위 안에 응축된 발타사르만의 독창적인 신학과 영성을 느끼고,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묵상은 나를 비우고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는 시간발타사르는 《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에서 묵상의 본질을 고찰한다. 그에게 묵상은 단순한 감상적 위로나 마음의 위안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께 자신을 의탁하는 내맡김이다. 그는 이를 ‘수동성’이라고 부른다. 즉, 묵상이란 하느님을 신뢰하며 모든 것을 내어드린 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하실 그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이 곧 묵상의 본질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내맡김은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머물러 주심으로써 비로소 온전히 품어지고 변화된다.
발타사르는 이러한 묵상의 모범으로 마리아를 제시한다. 마리아는 예수 그리스도를 낳고 기르시며 마지막 순간까지 동행하신 분으로, 삼위일체의 신비와 가장 깊은 일치를 이룬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결정에 몸과 마음을 다한 한 마디, “예”라고 응답하였을 때, 신비는 세상에 왔고 실현되었다. 이처럼 마리아는 그리스도인이 묵상 안에서 하느님께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고, 하느님의 현존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지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모범이다. 그리스도인은 마리아가 하느님께 자신을 내맡기고 그분께 응답한 길을 따라 자신을 비우고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할 수 있다.
《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는 묵상을 ‘하느님께 나를 내맡김으로써 온전히 품어지고 변화되는 과정’으로 소개하며, 그 모범을 마리아가 걸어 왔던 길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독자에게 인생이란 길 위에서 묵상이 갖는 가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열어준다.
“그리스도교 묵상의 본질은 수동성이다.
그리스도교 묵상은 기다림, 신뢰, 수동성, 내맡김을 통해 비로소 능동적인 것이 된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자 안에 머무르시며,
그 사람은 머무르시는 하느님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교회 안에서 되살아난 묵상의 참의미,
이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리스도인발타사르는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억하고, 응답하는’ 행위를 통해 묵상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말씀은 곧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시대 속으로 깊이 몰입하여, 그분의 말씀과 행위는 물론 사소한 표정까지도 느껴야 한다고 발타사르는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을 자신의 일상 속에서 ‘듣고, 기억하고, 응답하는’ 과정을 거쳐 하느님과 함께 머무는 자리로 이어가야 한다. 이 모든 여정이 바로 발타사르가 말하는 ‘묵상’이다.
이러한 묵상의 출발점은 개인이 아니라 교회이다. 그리스도인이 신앙 안에서 사사로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묵상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나와 하느님의 만남’이자 동시에 ‘세상을 향한 나와 하느님의 만남’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은 교회와 내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발타사르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성사와 전례를 통해 성장하며, 성령 안에서 세상과 자기 자신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부름받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얻은 영적 영양분으로 풍성해진 묵상은 결코 세상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 단절되지 않는다.
《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는 독자들이 묵상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을 경험하게 한다. 또 우리가 교회 안에서 다져진 믿음을 바탕으로,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시선을 품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발타사르의 열망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발타사르가 전하고자 했던, 삶이 하느님으로 가득 채워지는 ‘묵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교 묵상은 완전히 삼위일체적이며 동시에 전적으로 인간적이다.
아무도 하느님을 찾기 위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성에 등을 돌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하느님을 찾기 위해 모든 이는 성령 안에서 세상과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서 보시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 본문 중에서

따라서 그리스도교 묵상은 완전히 삼위일체적이며 동시에 전적으로 인간적이다. 아무도 하느님을 찾기 위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성에 등을 돌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하느님을 찾기 위해 모든 이는 성령 안에서 세상과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서 보시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 ‘머리말’ 중에서.예수님의 주장은 종교사 전반에 걸쳐 유사한 경우가 없다. 그분은 어떠한 신성한 인간 상호 간의 사랑도, 질서 있는 자기 사랑도 다 제쳐 둔 채, 당신 자신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요구하신다(루카 14,26). 하느님께로 들어가는 유일한 문인 그분을 통하지 않고 들어가는 자를 도둑이며 강도라고 책망하신다(요한 10,8 참조). 그분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해, 그분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는 하느님과의 어떤 관계도 주장할 수 없다.
― ‘중개하는 말씀’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1905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태어났다. 1928년에 취리히대학교에서 독일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문학을 공부하면서 신학에 관심이 생겼다. 1929년에 예수회에 입회했고 1936년에 사제로 서품되었다. 바젤에서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를 만나 영적으로 교류하다 1945년에 함께 재속 수도회를 설립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1972년에는 국제 학술지 〈친교Communio〉를 창간했다. 1988년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그를 추기경에 서임했지만 수여식 이틀 전에 선종했다. 주저인 《영광Herrlichkeit》, 《하느님 드라마Theodramatik》, 《하느님 논리Theologik》와 《세계의 심장》, 《발타사르, 예수를 읽다》, 《남겨진 단 하나, 사랑》, 《발타사르, 죽음의 신비를 묵상하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의 첫 만남》을 포함하여 단행본 110여 권을 집필하고 그외 수많은 출판물을 작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