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K-뷰티 성공 신화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
브랜드 없이 세계 1위가 된 기업의 33년 혁신 여정2024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인 102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K-뷰티의 눈부신 성장에 다시 한 번 놀라워했다. 하지만 정작 이 성공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코스맥스’다.
《같이 꿈을 꾸고 싶다》는 1992년 창업 이후 33년간 엄청난 성장을 기록하며 10년간 글로벌 화장품 ODM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코스맥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K-뷰티 성공담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화려한 브랜드 마케팅이나 K-팝 스타의 영향력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기술력을 쌓아온 ODM(제조자 개발 생산) 기업의 역할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브랜드 없이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숨은 조력자들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공코스맥스라는 이름이 낯설더라도 올리브영은 모두들 이용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3분의 1 이상이 코스맥스 공장에서 출하된다는 것을 아는가. 서로 경쟁하는 브랜드들의 제품이 실제로는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2024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 중 26%가 코스맥스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제품이며, 코스맥스는 지금까지 전 세계 4,500개 브랜드와 협업해왔다. 이 수치는 코스맥스가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K-뷰티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이야기 중 하나는 티르티르의 ‘마스크 핏 레드 쿠션’ 사례다. 흑인 뷰티 크리에이터인 미스달시가 “한국 파운데이션 중 가장 어두운 색도 나에게는 너무 밝다”고 실망을 드러낸 영상을 올렸을 때, 티르티르는 단 두 달 만에 20가지 색상의 쿠션 샘플을 완성해 보냈다. 색조 제품의 색상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색소만 바꾸는 게 아닌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속도전이 가능했던 것은 코스맥스의 기술력 덕분이었다. 이 사례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K-뷰티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략적 혜안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코스맥스가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전환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들에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코스맥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을 고객사들과 나누기로 했다. 원자재 공급 가격을 동결하고, 최소생산수량 한도를 없애며, 심지어 주말에 특근을 해서라도 납기를 맞춰주었다. 많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고객사와 거리를 두던 시기에, 코스맥스는 오히려 고객사에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당장은 코스맥스에도 손해였지만 “고객이 살아야 코스맥스가 살 수 있다”는 신념을 관철한 것이며, 그 결과는 3년 만에 매출 2배 증가로 나타났다. 코스맥스가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걸까. 그렇지 않다. 위기 상황에서도 상생의 관점을 잃지 않는 경영 철학의 승리였다.
2004년 중국 진출 결정도 마찬가지다. 당시 많은 기업이 중국을 저렴한 생산시장으로만 바라볼 때, 코스맥스는 중국을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내다봤다. ‘메이드 인 상하이’라는 브랜드 가치에 주목해 비싼 상하이에 공장을 세웠고, 현지 고객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중국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과 지속적 투자를 통해 코스맥스는 현재 중국 화장품 ODM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K-뷰티 생태계를 키우는 상생의 철학코스맥스의 가장 독특한 점은 경쟁사라는 개념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경쟁사는 없다. 파트너만 있을 뿐이다”라는 철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경영 방식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롬앤, 조선미녀, 마녀공장, 티르티르, 스타일난다 등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메가 인디 브랜드’ 24곳 모두 코스맥스의 파트너사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인디 브랜드 지원 정책이다. ODM 기업으로서는 대량 생산이 수익성 면에서 훨씬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코스맥스는 3,000개 이하의 소량 주문도 받아준다. 경제적 논리로만 따지면 손해 보는 일이지만, 코스맥스는 이를 미래 투자로 여긴다. 지금은 화장품 생산 10위 업체인 스타일난다도 초기에는 코스맥스에서 단 1,000개의 제품을 주문했다. 이런 유연성과 포용성이 K-뷰티 생태계 전체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코스맥스 자신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 혁신책의 후반부는 코스맥스가 준비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디지털 전환과 개인화 트렌드에 발맞춰 코스맥스는 전통적인 대량 생산 방식을 넘어서고 있다.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대를 대비해 2023년 출시한 ‘3WAAU’는 1,260만 가지 레시피가 가능한 일대일 맞춤형 헤어케어 서비스다. 소비자 평점 4.92점, 재구매율 30%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2024년에는 뷰티 업계 최초로 AI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을 개발 완료했다. AI가 모든 색상 값을 수치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연구원이 일일이 색을 맞춰볼 필요 없이 정확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런 기술 혁신은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K-뷰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책이 제기하는 의미 있는 질문 중 하나는 ‘K-뷰티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K-뷰티를 일시적 트렌드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코스맥스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코스맥스는 지속 가능성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제품. 이 조건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K-뷰티의 명성도 수십 년간 수많은 기업과 혁신가들이 함께 이뤄낸 성취라는 것이다.
코스맥스는 특히 K-뷰티 생태계의 독특함을 강조한다. 자동차나 반도체처럼 소수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이 아니라,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브랜드부터 소재·원료·패키지 기업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생태계라는 점이다. 이런 다양성과 역동성이 바로 K-뷰티가 계속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파리가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아름다운 도시가 된 것처럼, K-뷰티도 무수히 많은 창업가들의 도전과 혁신으로 만들어진 문화적 자산인 셈이다.
보이지 않는 리더십의 가치33년간 브랜드 없이도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 선 코스맥스의 이야기는 리더십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현대 사회에서 주목받는 것은 대부분 화려한 무대 위의 주인공들이지만, 진짜 변화를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의 리더들이다. 화려한 무대 위의 주인공이 아니라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역할의 가치,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신뢰를 택하는 경영 철학, 경쟁보다는 상생을 추구하는 생태계적 사고방식 등이 그것이다. 코스맥스의 사례는 ‘진짜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K-뷰티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개별 브랜드의 성공담이 아니라 전체 산업 생태계의 혁신 역량에 주목하게 되고, 화려한 마케팅 뒤에 숨은 기술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특히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라는 기존 통념을 뒤흔드는 코스맥스의 성공 스토리는 많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브랜드 없이도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코스맥스의 증명이 주는 울림이 크다.
K-뷰티의 미래에 관심이 있거나, 코스맥스의 진정한 경쟁력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시대의 진짜 혁신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인지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바꾸는 진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때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프랑스, 일본, 미국의 뒤를 쫓는 추격자의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K-뷰티는 이제 세계 미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인이 한국인의 피부를 닮고 싶어 하고 한국인의 화장법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 2011년엔 ‘강남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K-스타일’ 또는 ‘한국 스타일’이라고 해야 맞지 않겠습니까?”
장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경수 회장은 한 박자 쉬며 극장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이곳에 앉아 있는 창업자들과 투자자들 역시 자신의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혁신의 주역들이다. 에너지로 충만한 그들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 이경수 회장의 머릿속엔 지난 일들이 필름처럼 한순간에 떠올랐다. 1992년 3명의 창업 멤버들과 함께 작은 사무실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며 성공을 다짐하던 순간, 공장 허가를 받지 못해 관공서를 쫓아다니며 애를 태우던 날들, IMF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상여금을 받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던 직원들의 얼굴, IMF 위기를 헤쳐나와 마련한 첫 자가 공장 앞에서 3년마다 공장을 하나씩 세우리라 꿈을 품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 <혁신의 심장부에서 K-뷰티를 외치다> 중에서
지금이라도 당장 올리브영 쿠션 코너에 가서 세 명의 여성들처럼 제품 뒷면의 라벨을 확인해 보자. 단언컨대 아주 수월하게 코스맥스의 이름을 계속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비단 쿠션 한 품목에 국한한 이야기는 아니다. 화장품 쇼핑의 성지라 불리는 올리브영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3분의 1 이상이 코스맥스 공장에서 출하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어떻게 코스맥스에서 모두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화장품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ODM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답은 결국 K-뷰티가 왜 세계 중심에 설 수 있었는지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 될 것이다.
- <브랜드는 달라도 제조사는 하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