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전쟁과 냉전, 탈냉전의 시대를 지나며 한반도에서 영화는 단지 허구의 이야기를 넘어서 남북한 양국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기능해왔다. 각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 이데올로기는 영화라는 매체와 충돌하거나 교차하며,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하고 기이한 장르를 형성했다. 『분단시대의 영화학』은 남북한 영화에 담긴 한반도 현대사의 다양한 쟁점을 탐색하며, 영화가 한국 사회의 정치·문화 구조와 어떻게 얽혀 있었는가를 탐색한다.
오랫동안 전쟁·반공·분단영화 장르를 정치사회학적 시각으로 연구해온 정영권은 이 책에서 남북한 영화의 서사와 그 배경을 분석하며 한국전쟁의 재현, 민간인 학살, 젠더 및 탈북자 문제 등을 조명한다. 이 책은 단순한 영화 분석을 넘어, 분단된 한반도의 역사와 이념,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추적한다.
출판사 리뷰
▶ 남북한 영화를 통해 살피는 한반도의 정치 사회 풍경
한국전쟁과 냉전, 탈냉전의 시대를 지나며 한반도에서 영화는 단지 허구의 이야기를 넘어서 남북한 양국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기능해왔다. 각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 이데올로기는 영화라는 매체와 충돌하거나 교차하며,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하고 기이한 장르를 형성했다. 『분단시대의 영화학』은 남북한 영화에 담긴 한반도 현대사의 다양한 쟁점을 탐색하며, 영화가 한국 사회의 정치·문화 구조와 어떻게 얽혀 있었는가를 탐색한다.
오랫동안 전쟁·반공·분단영화 장르를 정치사회학적 시각으로 연구해온 정영권은 이 책에서 남북한 영화의 서사와 그 배경을 분석하며 한국전쟁의 재현, 민간인 학살, 젠더 및 탈북자 문제 등을 조명한다. 이 책은 단순한 영화 분석을 넘어, 분단된 한반도의 역사와 이념,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추적한다.
▶ 한국전쟁과 냉전, 영화로 다시 쓰는 분단의 기억
1부는 기억, 민족, 젠더라는 주제로 한국전쟁을 다룬 네 쌍의 영화를 비교 분석한다. 먼저 민간인 학살을 다룬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분석하며 전쟁 기억의 형식과 젠더적 시각을 대비시킨다. 이어 인천상륙작전을 주제로 한 남북한 영화를 비교하며 두 국가가 민족을 어떻게 그리는지 그 차이를 분석한다. 전후 여성의 욕망과 좌절을 다룬 1960년대 한국영화를 통해 저자는 성불구가 된 남편을 중심으로 아내의 성적·도덕적 갈등을 다룬 두 방식을 대비시킨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통해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포화 속으로〉와 전쟁의 비인간성과 허무함을 통해 희생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질문하는 〈고지전〉을 비교하며 전쟁 속 남성성의 재현 방식을 살핀다.
2부는 1960년대 영화를 통해 냉전시대 분단 상황을 분석한다. 저자는 남한의 간첩영화가 5·16 쿠데타 이후 반공 병영국가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고 주장하며, 시대 흐름에 따라 국내 스릴러, 해외 첩보물, 다시 국내 반공영화로 변화해간 과정을 보여준다. 북한영화 〈성장의 길에서〉는 4·19혁명과 6·3항쟁을 남한 민중의 자발적 혁명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미제의 억압에 맞서는 청년 지식인의 각성과 투쟁을 그린 이 영화가 ‘남조선 혁명론’을 선전하는 이념적 서사를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 탈냉전시대, 국가의 서사 뒤에 가려진 존재들
이후 2000년대 이후의 남북한 영화가 젠더, 세대, 탈북 디아스포라를 어떻게 그려내는지를 중심으로, 개인의 삶과 정체성이 어떻게 국가 서사 속에서 억압되거나 재구성되는지를 분석한다. 3부는 2000년대 북한영화의 젠더와 세대 문제를 짚는다. 저자는 ‘선군시대’의 군인으로서 살아가는 젊은 여성을 어떻게 재현하는지 살핀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여성은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성의 가르침과 지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또한 북한이 과학기술중시 정책과 청년중시 정책을 영화에 어떻게 투영하고 있는지, 청년들의 혈기와 용기, 패기를 어떤 식으로 동원하는지 설명한다.
4부는 2000년대 남한영화에 나타난 탈북인들의 디아스포라를 다룬다. 저자는 영화 〈역도산〉이 민족성을 삭제하는 방식을 분석하며, 이는 단지 한일 양국에서 흥행성을 확보하기 위한 상업적 전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역도산의 조국이 남한이 아닌 북한이라는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이야말로 민족성을 제거한 심층적 맥락이라고 결론짓는다. 뒤이어 저자는 탈북자 서사를 그린 두 편의 독립영화를 비교하며 탈북자들에게 남한이 뿌리내릴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뿌리 뽑힌 공간임을 드러낸다.
▶ 주체사상이 정착되기 전, 북한의 세계영화 수용의 역사를 파악하다
5부는 북한에서 유일사상체계가 확립된 1967년 이전의 외국영화 수용을 다룬다. 북한영화의 형성에 끼친 소련영화의 영향에 관한 연구는 대체로 정책적·제도적 측면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저자는 당대의 북한 신문, 잡지 기사·평론 등을 분석하여 기존의 거시적 접근이 담지 못했던 실증적 담론과 문헌 연구 등 미시적 차원에 집중한다.
북한은 1960년대까지는 외국 문화와 영화 수용에 있어 개방적이었으며, 특히 소련과 동유럽 등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문화예술계 엘리트들은 선진적 사회주의 문화예술을 소개하고 서구의 진보적 예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평가하였다. 그러나 1967년 이후 북한 내에서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주체·자주·민족이 최우선시되었다. 이런 점에서 ‘주체혁명’ 직전 북한의 세계영화사 서술을 일별하는 것은 국내에서 거의 연구된 바 없는 북한의 세계영화사 인식을 파악함과 동시에, 주체·자주·민족 일색인 지금의 북한 영화관과 구별되는 역사적 단면도를 그려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1980년대까지 남한영화에서 전쟁영화라는 장르는 반공영화라는 ‘상위 장르’에 포함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반공영화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학문적 엄밀성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반공성은 전쟁영화, 액션영화, 스릴러 영화, 문예 영화를 불문하고 많은 장르영화 속에 각인되어 나타났다. 특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는 남한과 북한이 적과 아로 나뉘어 전면전을 벌였던 역사적 경험을 소재로 했기에 반공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르였다.
전쟁영화는 고유한 장르적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남성성이 재현되는 방식도 오랜 장르적 공식과 관습의 전통 속에서 걸러진 장르영화 고유의 틀을 갖고 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전쟁영화 속 남성을 국가/민족의 대변자로 상정하고 소외된 타자로서 여성을 다루는 것은 손쉬운 일이지만, 이것이 전쟁영화라는 장르의 틀 속에서 구체적으로 재현된 남성성에 대해서 알려주는 바는 거의 없다.
선전이 일관된 방침을 견지한다고 하더라도 영화의 선전 형식이 늘 일관된 것은 아니다. 영화가 예술인 한, 거기에는 어떤 형태로라도 미학적 형식(스타일)이 녹아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영화에 대한 연구는 지나치게 당의 정책과 그 반영으로서의 영화라는 측면에 집중해왔다. 물론, 북한영화가 당 정책의 반영이라는 이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영화의 미학적 형식을 논하는 것을 도외시하는 데 대한 정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영권
비디오도 없던 시절 TV에서 방영하는 영화들을 놓치지 않고 보는 것으로 영화에 대한 사랑을 키운 이래, 중고등학교 때 <택시 드라이버>, <지옥의 묵시록> 등 난해한 영화를 혼자 보러 다니면서 영화광이란 필시 고독한 존재임을 실존적으로 깨달았다. 학부에서는 불문학을 전공했으나 전공보다는 영화 비평과 이론 공부로 한눈팔았고, 동국대 대학원 영화영상학과에 진학하여 영화이론에 정식 입문했다. 석사과정 시절 시네필 특유의 유아독존적 오만함으로 앙드레 바쟁, 루돌프 아른하임 등의 순수 영화이론과 예술영화에 심취했지만, 로빈 우드의 영화 이데올로기 이론, 스티브 닐과 릭 알트먼의 영화장르 이론이 너무 재미있어 영화사회학과 장르영화로 눈을 돌렸다. 이때 미학·철학보다는 정치사회학·문화정치학이 더 맞는 옷임을 직감했다.한국 반공영화의 제도화·장르화 과정을 역사적으로 접근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자연스럽게 반공·분단·(탈)냉전·북한영화로 연구영역을 확장해 이와 관련한 적지 않은 논문들을 썼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영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며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의 영화장르를 정치·사회·문화사적 관점으로 진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영화학회 학술이사를 거쳐 현재 편집위원으로 있으며, 동국대·한국외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저서로 『적대와 동원의 문화정치: 한국 반공영화의 제도화 1949~1968』, 『영화 이론 입문: 포토제니론에서 디지털 이론까지』, 『영화 장르의 이해』, 공저로 『지향과 현실: 남북문화예술의 접점』, 『세대와 젠더: 동시대 북한문예의 감성』, 『속도의 풍경: 천리마시대 북한 문예의 감수성』, 『해방과 전쟁 사이의 한국영화』, 『영화는 역사가 아니다: 한국 현대사 영화는 어떻게 관객을 사로잡았나』 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한국전쟁과 기억, 민족, 젠더
1장 전쟁과 기억: 〈그 섬에 가고 싶다〉(1993), 〈할매꽃〉(2007)
2장 전쟁과 민족: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월미도〉(1982)
3장 전쟁과 여성: 〈이 생명 다하도록〉(1960), 〈귀로〉(1967)
4장 전쟁과 남성: 〈포화 속으로〉(2010), 〈고지전〉(2011)
제2부 냉전시대 남북한 영화의 정치학
5장 1960년대 남한의 간첩영화와 반공병영국가의 형성
6장 1960년대 북한의 ‘남조선혁명’: 〈성장의 길에서〉(1964~1965)
제3부 탈냉전시대 북한영화의 젠더와 세대
7장 북한의 여성과 가부장적 온정주의: 〈복무의 길〉(2001)
8장 북한의 청년세대: 〈흰 연기〉(2000), 〈청춘의 자서전〉(2001), 〈세대의 임무〉(2002), 〈청년들을 자랑하라〉(2003)
제4부 탈냉전시대 남한영화와 (탈)북한 디아스포라
9장 ‘세계인’의 균열과 북한이라는 ‘얼룩’: 〈역도산〉(2004)
10장 탈북자의 장소상실과 정체성: 〈처음 만난 사람들〉(2007), 〈무산일기〉(2010)
제5부 ‘주체혁명’(1967) 이전 북한의 외국영화 수용
11장 북한 초기(1945~1953) 소련영화 수용과 영향
12장 ‘주체혁명’(1967) 직전 북한의 세계영화사 인식
참고문헌
최초 게재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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