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인간과 말의 관계는 인류사를 영원히 바꾸었다. 가축 가운데 가장 뛰어난 속력과 힘을 지닌 말은 특유의 마력(馬力) 덕분에 일찍이 3,000년 전 인류 경제와 문화의 중심부에 자리했고 수천 년간 세계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말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곧 유라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로 세계사의 중심 무대를 확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말의 기원과 생존부터 야생말이 길들여진 말로 변모하는 과정 및 마구의 혁신적인 발명에 이르기까지, 『말발굽 아래의 세계사』는 말이 세계로 확산되면서 인류 문명을 만들어온 역동적인 장면들을 총망라한다.
말발굽 자국을 찾아 몽골, 러시아 등지를 누비는 고고학자이자 탐험가 윌리엄 T. 테일러는 최신 고고학 자료를 바탕으로 말이 이끌어온 역사를 깊이 통찰하고, 오래된 질문들에 새로운 답을 내놓는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최고의 과학 논문 저자들에게 주는 2024년 뉴컴클리블랜드상 수상자로, 촉망받는 이 젊은 연구자의 첫 책은 출간 즉시 《사이언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세계적인 학술지와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출판사 리뷰
인류 문명의 기원에 있는 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말 문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세계사의 지평을 넓히다!
★ 《사이언스》 《뉴욕타임스》 《가디언》 추천
★ 다양한 지도와 컬러 도판 수록
★ 수천 년 역사를 생생히 재현하는 풍부한 일러스트
야생말은 어떻게 인간의 동반자가 되었을까
“인간의 삶은 여전히 말발굽 소리에 맞춰 움직인다.”구석기 시대 동굴벽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많은 사람이 프랑스 쇼베 동굴 벽화의 들소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가장 많이 그려진 동물은 말이다. 유럽 구석기 예술 작품에서 4,700점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말이 전체 동물 이미지 중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말과 인간의 긴밀한 관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유라시아·북미·남미 대륙의 유적지에서 말의 가축화를 연구해온 고고학자 윌리엄 T. 테일러는 『말발굽 아래의 세계사』에 말의 종적 기원에 대한 탐구를 시작으로 말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온 수천 년의 역사를 담았다. 플라이스토세의 빙기 동안 북아메리카에 살던 원시말은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를 연결하는 베링육교를 건너서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 곳곳으로 확산되었다. 초기 인류는 야생말을 사냥했고 말의 고기, 마유, 가죽, 뼈를 활용해서 식량, 옷, 도구 등을 만들었다.
말의 가축화는 전차의 혁신과 함께 시작되었다. 길들여진 말은 목축민들의 운송에 이용되면서 유럽과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의 고대 사회로 퍼져 나갔다. 속력이 빠른 말을 제어하기 위해 굴레와 재갈 그리고 가벼운 바큇살이 발명되었고, 말과 새로운 수레 덕분에 목축민의 이동성은 더욱 확대되었다. 더 나아가 말타기의 출현은 안장과 등자 같은 혁신적인 도구의 발명으로 이어지면서 말 문화를 더욱 번성시켰고 이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목축 생활의 핵심이 되었다.
말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다
“인간과 말의 관계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땅 위에 새겨졌다.”『말발굽 아래의 세계사』는 말과 인간이 수천 년 동안 함께 종횡무진해온 역사적 장소 곳곳을 주목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라시아 대륙이다. 말 가축화와 말타기는 스텝 르네상스를 촉발했다. 스텝문화는 말을 전투에 활용하게 되면서 기마 전쟁을 치렀고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농경문화의 지정학적 권력을 가져올 수 있었다. 13세기 몽골 제국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은 스텝의 통치 조직들이 세계적인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라시아 스텝 지역이 문화, 경제, 세계적 중심지로 거듭나면서 말의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16세기에 식민지 사업과 해상 교역이 번성하면서 말은 세계로 더욱 확산되었다. 유럽의 남아메리카에서 식민지화에 동반한 길들여진 말은 남미 내륙의 원주민 사회에 뿌리내렸고 원주민들의 생활에 변화를 촉발했다. 또한 말은 아프리카, 오스트랄라시아에서 새로운 기마 전통을 일으켰다. 19세기에 이르러서도 말은 운송, 농사, 군사 분야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몽골의 항가이산맥에서 아르헨티나의 팜파스에 이르기까지 말은 세계를 가로지르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최신 연구 자료로 오랜 말 문화를 재조명하다
“가장 중요한 단서들은 고고학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장소에서 나온다.”『말발굽 아래의 세계사』는 과거의 유적과 현재의 기술이 교차하는 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고대 DNA 유전체 분석 및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같은 기술을 활용한 최신 고고학 연구들을 세심히 검토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에 고고학계는 고대 말뼈를 분석하여 최초의 말 가축화와 후대의 확산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아가 저자는 기존의 고고학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원주민 말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구 중심적 역사관의 한계를 넘어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유라시아 스텝과 대평원처럼 과거 연구에서 등한시되었으나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장소들에서 새롭게 발견된 말 문화의 단서들을 소개한다.
몽골과 러시아 등지를 누비며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온 성실하고 열정적인 연구자의 정밀한 시각은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세계사의 이면을 새롭게 펼쳐 보인다.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 다양한 지도와 전문 삽화가의 풍부한 일러스트 등 다채로운 시각 자료는 수천 년의 역사를 단숨에 생생히 재현해내면서 독자들의 고고학 여행에 즐거움을 더할 것이다.

말이 초원에 적응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풀을 먹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커다란 유기체가 어떻게 가늘고 뻣뻣한 식물을 먹고 살 수 있을까? 심지어 칼처럼 생겨서 영어로 ‘칼날(blade)’이라 지칭되며, 함유된 셀룰로스와 실리카 벽 때문에 소화하기가 엄청나게 어려운데? 일단 한 가지 답을 들자면 말의 특별한 치아다.
- 「진화」
고고학 기록이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해부학적 현생인류는 말의 하렘 집단에 있는 야생 카발라인말을 사냥했으며, 강과 호수를 비롯한 지형적 특성을 활용하여 원하는 지점으로 몰이를 한 다음 매복하여 잡았다. 구석기 사냥꾼들은 종종 물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골짜기, 계단 지형, 얕은 물길 등을 활용하여 여러 마리의 말 집단을 매복 사냥하기도 했다. 공간이 제한되면 말들이 달릴 곳이 없기 때문에 엄청난 속력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점을 이용했다.
- 「연결」
작가 소개
지은이 : 윌리엄 T. 테일러
미국의 고고학자이자 작가. 유라시아·북미·남미 대륙 등 전 세계 ‘말의 고장’에서 현장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첨단 과학 기술을 역사적 기록·전통적 지식·개인적 경험과 결합하여 인간과 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뉴멕시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에서 조교수이자 고고학 큐레이터로 일한다. 그의 연구는 《사이언스》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2024년에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최고의 과학 논문 저자들에게 주는 뉴컴클리블랜드상을 받았다.
목차
여는 글
첫 번째 걸음: 말과 사람
1. 진화
2. 연결
3. 길들여진 시기
두 번째 걸음: 수레
4. 바퀴
5. 전차
세 번째 걸음: 말을 타는 사람
6. 갑골문
7. 말타기
8. 말을 타는 사람들
9. 비단길과 차마고도
10. 스텝 제국들
11. 사막과 사바나의 제국들
네 번째 걸음: 세계
12. 바다로 가는 말
13. 귀향
14. 팜파스
15. 태평양
16. 철마
17. 말의 발자취
감사의 말
주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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