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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없는 여행
시와정신사 | 부모님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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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없는 여행



사는 순간순간이 모험이요. 여행이라면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고단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국경선 밖으로 훌쩍 떠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고풍스럽고 매혹적인 건물들과 푸르른 언덕과 꽃밭, 탁 트인 바다와 눈 덮인 웅장한 산맥, 고요한 달빛 아래 몽환 같은 음악을 들으며 한가롭게 차를 마시거나 산책하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이색적이다.

하지만 나는 번거롭게 짐가방을 끌고 떠나는 것보다는 속도 빠르게 광범위한 영역을 오갈 수 있는 티켓 없는 여행을 하려고 한다.

이곳은 파리, 어디로 갈까. 그 옛날 신 구교 갈등으로 다투고 싸우다 무수히 죽어간 이들이 묻힌 곳이나 기웃거릴까.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도 세금을 면제받는 귀족들의 풍족한 삶의 흔적이나 둘러볼까. 아니면 미국독립전쟁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경제 파탄을 부른 루이 16세가 처형된 곳이나 찾아가 볼까.

그보다는 춥고 배고픈 군중들 분노가 폭발해 혁명으로 이어지던 파리 곳곳을 배회하는 건 어떨까. 단두대 이슬로 사라진 로베스피에르와 당통을 뒤로하고 황제 나폴레옹의 피 묻은 깃발들이 보무당당하게 지나가던 개선문이나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볼까.

서민들의 고달픈 삶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좁은 골목에서 몽마르트 언덕으로 향하는 건 어떨까. 몇몇 화가와 문인들을 아는 게 고작인 내 작은 가슴으로 저 차갑고 뜨겁고 예리한 예술혼으로 장식된 파리의 자유를 얼마나 품고 누릴 수 있을까.

삶에 찌든 파리를 떠나 아이티섬으로 들어가 원시적인 자연풍경에, 소박한 원주민들의 생활에, 그들의 토속신앙에 흠뻑 빠져 원초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생명력을 원색향연으로 유감없이 그려낸 고갱을 지나 점선(點線) 화가를 찾아간다.
그는 갈 곳 없는 고갱을 잠시 받아들여 같은 화실을 쓴 적이 있었는데 차갑고 냉정한 객이 자신의 그림을 냉소하며 비난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자기 귀를 자른 뒤 붕대로 칭칭 감았고 그 모습을 자화상으로도 남겼다.

당시 인상파 화가들은 화폭에 빛을 끌어들이려고 애썼는데 그는 정물이든, 인물이든, 풍경이든, 길고 짧고 가늘고 굵은 점선으로 화면 전체를 채우곤 하였다. 빛과 어둠이 뒤섞인 점선들은 깊은 생명력을 품고 고요히 배치되었다가도 폭풍처럼 회오리치는 역동의 시간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불꽃처럼 그림에 매달리던 고흐도 변화무쌍한 시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요동치는 먹구름에 까마귀 떼 음산하게 나는 밀밭 풍경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나는 그림밖에 모르고 살다 자살한 성실한 화가 고흐를 떠나 멋진 콧수염을 가진 모파상으로 향한다. 그는 죽은 지 백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즐겨 찾던 에펠탑 꼭대기에서 파리를 굽어보며 작품 구상에 몰두하고 있을까.

그는 신분 서열 사회가 착하고 어리석은 이들을 어떻게 착취하고 혐오하는지 간결하고 유려한 문체로 허구 속에 잠긴 진실을 꺼내 가로등 불빛처럼 밝히곤 하였다. 나는 200여 편 넘는 소설을 세상에 뿌리고도 창작욕에 영면하질 못하고 파리의 지붕 위를 떠돌지도 모를 그의 영혼에 경의를 표한 뒤 잠시 사르트르를 찾아간다.

그의 소설 「구토」의 주인공은 가끔 카페여주인과 육체적 쾌락을 누리거나 가나다라 순서대로 책을 읽는다는 독학자와 대화를 나누는 게 고작인 고독한 생활을 한다. 어느 날 도서관식당에서 독학자와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가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남는 건 고귀한 인간 정신뿐이라는 말에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한다.

그는 바닷가에서 물수제비뜨기를 하려고 조약돌을 집었다가 구토가 올라와 놓아버린다. 그 후부터는 사물이 몸에 닿거나 스칠 때마다 메스꺼움에 시달린다. 그뿐 아니다.
따분하고 밋밋하고 무미건조한 생명력 없는 말들을 구차하게 주고받으며 사는 이들에게도 염증과 구토를 느끼기도 하고, 독학자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어둡고 부조리한 삶의 불안함을 끊임없이 회의하고 부정하며 무의미한 세계로 접어들면서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는 주인공, 그 곁을 떠나 사뭇 다른 시각으로 글을 쓰는 까뮈의 창가를 서성인다.

그의 소설 「페스트」의 주인공은 흑사병이 빠르게 동네에 번지자 틈만 나면 인간 존엄을 입에 달고 다니던 이들이 먼저 도망치는 걸 담담히 바라본다. 짐을 꾸려 서둘러 빠져나가는 이웃들이 함께 가지고 권했으나 의사가 환자를 두고 떠날 수는 없다며 거절한다. 나는 신선한 공기를 마신 것 같은 얼굴로 그의 단편소설 「악령」으로 이동한다.

한 젊은 신학도는 문명이 닿지 않는 밀림 속에서 야만스럽게 사는 원주민들을 구해야 한다는 신부의 강의에 감명을 받고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는 깊은 숲속에 모여 사는 원주민들에게 이 지독한 생활에서 벗어나 문명의 세계로 나가야 한다며 설득한다. 하지만 신학도의 말을 알아들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원주민들은 그를 잡아 나무에 묶은 뒤 손발톱을 뽑고, 혀를 자르는 가혹한 짓을 한다.

처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고통이라서 차라리 죽은 게 낫다며 울부짖는다. 그러나 그 지독한 날들을 참고 견디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고 면역력이 생겨 나중에는 문명에서 살 때처럼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주민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 같은 소식을 들은 신부는 고립된 제자를 찾아가 속히 이곳에서 함께 벗어나 돌아가자고 설득한다. 그러나 제자는 신부의 목을 졸라 죽인다.
까뮈가 연극무대에 자주 올렸다는 이 소설을 가끔 곱씹어본다. 그는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을 소설 소재로 택했지만, 악령이란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광범위하게 살아 숨 쉬는 무지와 악습, 허구와 탐욕이요. 그릇된 권력과 오해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이어지는 세계가 아닌가. 그걸 무슨 수로 평정하고 고사시킬 수 있을까.

철학과 문학이 풍부한 독일 쪽을 기웃거리다 나치의 광기가 떠올라 발길을 돌린다. 인도를 줘도 셰익스피어와 바꿀 수 없다는 영국의 오만과 타락 부패를 신랄하게 비난했다는 「걸리버 여행기」를 거쳐 아름답고 슬픈 아베마리아가 물결치는 밀라노 대성당을 찾아가려다 카프카를 가진 체코 프라하로 가 그의 장편소설 「성(城)」과 「변신(變身)」을 거쳐 단편소설 「굶는 광대」에 이른다.

나름대로 해석한다면 예전에는 사람들이 예술에 열광하며 살았었다. 하지만 세월이 가며 신기한 동물원(산업혁명으로 추측됨)이 생기자 모두 그곳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사람들 발길이 한산해지자 갈수록 춥고 배고픈 광대들은 무기력해져 갔다. 동물원에서 사람이 찾아와 이렇게 지낼 바에는 차라리 동물원의 빈 울안에 들어가 굶는 시합이라도 해보자는 제안을 해온다.

이색적이고 특별한 행사라서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굶는 광대들의 시합은 시작된다. 그러나 드문드문 찾아오던 이들마저 곧 흥미를 잃고 발길을 돌린다. 흥행은 실패로 끝났는데 어느 한 광대는 기록을 갈아치우겠다며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

굶는 광대들은 대부분 시합을 포기하고 돌아갔는데 홀로 남은 그 광대는 굶기를 고집하며 앙상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한 동물원 관리사가 찾아와 그의 귓가에 당신은 세계 최신기록을 세웠다고 속삭인다.

치열한 물욕과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성장해온 현란한 맨하탄의 어두운 할렘가를 떠돌다가 가고 가도 끝없는 갈림길에 지쳐 언어와 습관이 익숙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모험 없이는 살 수 없는 인생사를 위해 다른 여행을 생각해 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황성주
1947년 충북 오송 출생문예춘추, 막심꼬리끼 탄신기념 응모작 최우수상 등단시집 「기나긴 우수의 계절」, 「칼날 위에 핀 꽃」, 「폭풍 같은 시간」

  목차

프롤로그·4

1

중독·9
티켓 없는 여행·25
어느 항해사의 일지(詩)·32
고래마을·37
영화와 아이의 눈물·45
그래도 시인들은(詩)·55
깃발·59
초현실에 대한 단상(短想)·77
평행선·85
참혹한 전투·95
평행선(詩)·101
안개와 간이역·105
꽃구경·113

2

악습·121
악습(詩)·133
처갓집 가는 길·137
기후변화·145
태풍 사라·155
나라와 자유·165
빗나가는 소리(詩)·175
천변 산책길·179
명당자리·187
프랑스 관망대·197
아버지의 비탈밭·205
화투(詩)·213
욕망·217
운명·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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