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패권의 종말은 예견됐지만, 세계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로부터 2년··· 이젠 ‘세계관’과 ‘사상’의 전쟁에 주목하라!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자유무역은 보호주의의 거센 파도에 밀려 후퇴했고, 글로벌 공급망은 각국의 이해에 따라 조각나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재점화되며, 인류가 다시 ‘전쟁의 시대’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고조된다. 미국의 일극 패권은 균열을 드러내고, 이를 토대로 구축된 기존 국제질서의 근간이 요동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향한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내부적으로 가치와 공동체의 균열을 겪고, 외부에서는 그 정당성과 우월성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에 직면해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힘의 재편을 넘어, 탈냉전기의 세계를 지탱해온 자유주의의 사상적 기반, 그리고 그 정당성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다.
‘세계관’의 충돌로 읽는 21세기 국제질서신간 『세계관의 충돌』은 이러한 격변을 단순한 국력 경쟁이나 이해관계의 충돌이 아닌, 국가와 문명 간 ‘세계관과 사상’의 충돌로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의 혼란은 힘의 균형이나 국익 계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군사력·경제력·기술력의 경쟁 밑바닥에는 ‘세계관’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힘이 작동하고 있다. 각 국가와 문명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무엇이 정의롭고 정당한 국제질서인가에 대한 신념이 충돌하면서 오늘의 전략 경쟁을 추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는 언제나 세계관의 경쟁 속에서 진화해왔다. 이 책은 세계사의 결정적 전환들을 사상의 시선으로 다시 엮어낸다. 고대 제국이 세계를 약육강식의 무대로 인식하던 시기에서 시작해, 계몽주의와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적 질서, 19세기식 현실주의와 세력균형 사상, 미국 예외주의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냉전기의 이념 대립, 탈냉전기의 신자유주의, 그리고 오늘날 중국·러시아 등 현상변경 세력이 내세우는 다극적 세계관에 이르기까지?이 책은 인류 역사상 결정적 전환기마다 충돌해온 세계관의 흐름을 쉽고 직관적으로 조명한다.
패권의 종말, 자유민주주의의 실존적 위기 ? 민주주의는 왜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가?이 책에 따르면 오늘날의 글로벌 위기는 크게 세 가지 축에서 기인한다. 첫째, 미국 패권의 약화로 국제 세력 구조가 재편되면서 질서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둘째, 보호주의와 국가주의의 부활로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되고, 세계경제는 통합에서 블록화로 되돌아가고 있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의 내부 균열과 함께 인권·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의 일관성과 우월성이 흔들리며, 자유주의 체제의 도덕적 정당성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관의 충돌』은 우리가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전쟁, 무역 갈등, 가치 논쟁을 파편적 사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자유무역은 더 이상 당연한 전제가 아니게 되었는가? 왜 민주주의 국가들조차 자신들이 내세운 가치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는가? 왜 자유주의적 리더십은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사상·정치·역사·철학을 넘나드는 통찰로 답한다.
자유주의의 변질과 내부 붕괴를 직시하다특히 저자는 외부의 도전만큼이나 자유민주주의 국가 내부에서 벌어지는 철학적 위기와 정치의 실종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민주주의 정치가 타협과 조정의 기술이 아니라 ‘선과 악의 전장’으로 변질되면서, 상호 존중과 공존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가 붕괴하고 있다. 이념 대립은 더 이상 정책의 차이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타협할 파트너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바라보는 도덕적 투쟁으로 치환된다. 그 결과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확산되고, 권위주의가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며 자유민주주의를 구조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혼란의 근원에는 자유주의 자체의 변질이 자리한다고 분석한다. 계몽주의에 뿌리를 둔 고전적 자유주의는 포스트모던 진보주의로 이어지며 철학적 일관성을 잃었고, 극단적 자유지상주의와 급진적 평등주의를 동시에 포괄하는 모순된 이념의 집합체로 변했다. 그 결과 자유주의는 더 이상 공통의 규범적 기반이 아니라, 서로 상충하는 가치들의 전장으로 변모했다. 급진적 좌파는 극우 포퓰리즘을 자극하고, 다시 극우는 급진 좌파를 강화하며, 정치는 타협이 아닌 제로섬 전쟁의 논리로 퇴행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과 러시아 같은 외부의 도전 못지않게,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기부정과 분열이야말로 현재 위기의 근원임을 강조한다.
최전선에서 국제질서의 붕괴를 목도한 전문가의 심오한 통찰!저자 정하늘은 WTO 분쟁의 최전선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켜온 국제통상 전문가다. 일찍이 다자무역체제의 이상에 매료되어 국제통상법을 선택한 그는, 영국의 세계적 변호사 평가기관 Chambers & Partners로부터 최연소 ‘Leading Lawyer’로 선정되었고, 심당학술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는 등 민간 로펌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에 임명되어 한미 철강·세탁기 분쟁, 한일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등 대한민국이 당사자로 참여한 WTO 분쟁의 약 4분의 1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가 임기를 마무리하던 시기, 국제질서는 근본적인 균열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 WTO 체제의 기능 마비, 자유무역의 후퇴는 기존의 국제법과 제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세계는 왜 충돌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탈냉전기 세계경제를 지탱해온 WTO 체제는 물론 그 사상적 기반인 자유주의 국제질서마저 실존적 위기를 맞는 현실을 목도한 저자는 2022년 공직에서 물러나 국제법질서연구소를 설립, 국제법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상호 작용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번 신작 『세계관의 충돌: 21세기 국제질서를 사상으로 이해하기』는 그의 전작 『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 이후 2년 만에 출간된 후속작이다. 전작이 패권 전환기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미래를 설명한 분석서였다면, 이번 책은 전환기의 흐름을 추동하는 숨은 동력, 즉 ‘세계관’이라는 사상적 힘을 파고드는 지적 나침반이다. 단순한 현상 설명을 넘어,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사유하게 만드는 문제의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2025년 6월에 영문판으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아마존에서 세계정치·국제관계·세계화·21세기 역사 등 4개 분야 신간 1위를 동시에 달성한 바 있다. 다극화된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진로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분석을 넘어 실천적 통찰을 제공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결국 정치적 직관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개인의 가치관이다. 사람은 같은 사실을 보고도 가치관에 따라 전혀 다른 '진실'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가치관은 세계관 위에 세워진다. 다시 말해, 세계관이야말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가장 깊은 곳에서 규정하는 근본 기준인 것이다.
이 거대한 변화를 추동하는 동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세력구조의 재편이다. 지난 30여 년간 국제사회는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는 일극체제(unipolarity) 아래 놓여 있었다. 이제 그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압도적 우위로 국제질서를 관리하던 미국의 힘이 약화되면서, 국제사회는 전통적 강대국 경쟁(great power rivalry)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다음 시대의 지형도는 아직까지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둘째는 세계 경제질서의 구조적 전환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자유무역과 경제적 상호의존을 통한 번영과 평화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그러나 그 정당성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빠르면 2016년, 또는 늦어도 2022년부터 미국은 자유무역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보호주의와 산업정책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급망은 분절되고, 시장은 파편화되고 있다. 전면적 자유무역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셋째, 자유주의 이념의 쇠퇴다. 지난 수십 년간 인권·민주주의·환경 보호 등과 같은 진보적 가치는 국제사회의 공통 언어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이젠 이를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어떤 국가는 이러한 가치들이 자국의 문화·전통과 양립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국가는 자유주의 자체의 결함을 지적한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일관된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국제사회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마저 상실하고 있다. 가치의 공통분모를 잃은 세계는 필연적으로 불안정해진다. 다자주의는 흔들리고, 국제적 긴장은 고조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