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시대보다 앞서간 음악가들의 뜨거운 기록,
그 너머에서 만나는 인간의 이야기” 음악의 변화는 언제나 인간의 변화와 함께 있었다. 이 책은 그 변화의 순간마다 탄생한 소리들을 따라가며, 미래를 먼저 들은 사람들의 용기와 아름다움을 전한다. 현대음악의 낯섦을 친근한 이야기로 풀어내며,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에서 패르트와 진은숙까지, 혼란의 시대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여정이 펼쳐진다. 낯설던 현대음악이 가까워지는 순간, 20세기의 울림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진행 중인 ‘미래의 음악’을 듣는다.
“현대음악의 지형도를 새로 그리다.
미래를 먼저 들은 예술가들의 증언” 낯설던 현대음악이 한층 가까워지는 순간, 우리는 시대를 바꾼 소리들의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혼란의 시대에도 멈추지 않았던 창조의 기록 속에서, 미래를 먼저 들은 예술가들의 용기와 열정이 생생히 빛난다. 그들의 음악은 혁신과 저항, 그리고 인간적인 숨결로 이어지며, 한 권의 책 속에서 다시 하나의 지도로 펼쳐진다. 오랜 시간 음악의 현장을 기록해온 기자이자 해설자 김성현은, 그 길 위에서 20세기의 울림과 함께 여전히 진행 중인 ‘미래의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현대음악은 반드시 들어야 하나요?" 클래식 음악을 담당하는 저자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는 '현대음악 연주회에 가고 음반을 듣고 그것만으로 모자라 책까지 펴냈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의 '본업'과 연결된다.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이자 음악회 해설자로, 블로그 '클래식 네버랜드'와 유튜브 '클래식톡'을 통해 음악을 소개해온 저자는 직업 특성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클래식 공연을 접한 사람 중 하나다. 그런 그에게도 현대음악과의 만남은 결코 쉽지 않았다. 미술이나 문학과 달리 클래식 음악은 여전히 ‘서양 고전음악’의 틀에 갇혀 있고 특히 현대음악은 그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19세기까지 조성이라는 공통 문법을 공유했던 음악이 쇤베르크의 무조, 12음 기법, 이후 총렬주의 같은 방법론이 등장하면서 그 문법 자체가 무너졌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음악처럼 익숙한 구조는 사라지고, 반복을 지우거나 시간과 소리를 파편화하며, 심지어 침묵까지 작품의 일부로 삼는 방식으로 형식이 해체된 것이다.
그러나 까다롭고 난해해 보이는 현대음악도 시대와 음악가들의 관계 속에서 들여다보면 의외로 흥미롭고 매력적인 항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에게 현대음악을 소개한다는 것은, 결국 ‘너른 바다를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지도를 건네는 일’이다.
다이제스트 형식의 현대음악의 지도
저자는 '역사를 공부할 때 반드시 선사시대와 고조선부터 펼쳐야 할 필요가 없듯, 클래식 음악 역시 얼마든지 연표를 뒤집어서 볼 수 있다. 음악사에서도 '콜롬버스의 달걀'과 같은 시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11쪽)'고 말한다. 이는 곧 모든 것을 순차적으로 익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흥미롭고 생생한 지점을 먼저 짚으며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음악사를 탐색하는 것, 바로 그 방식이 현대음악의 낯섦을 친근한 이야기로 바꿔준다.
그렇게 이어가는 과정에서 '현대음악의 지도'는 흩어진 점들을 하나의 지도로 엮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네 개의 지형도에 담은 일곱 좌표 이 책은 네 개의 지형도를 축으로 현대음악을 펼쳐낸다.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 ‘히틀러와 스탈린’, ‘현대음악의 제3지대’, ‘구대륙 유럽과 신대륙 미국’이 그것이다. 여기에 ‘19세기와 20세기 중간에서’, ‘러시아와 동유럽의 아방가르드’, ‘미국의 목소리’를 더해 총 일곱 갈래의 좌표로 지형을 확장했다. 이것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경계가 겹치고 흐르기도 하지만, 바로 그 점이 현대음악의 역동성과 혼재성을 드러낸다.
책의 서문 뒤에는 글과 이미지로 된 현대음악의 지형도가 실려 있어 독자에게 입체적인 안내서가 된다. 인물과 사건, 시대적 배경이 점을 찍듯 이어지고, 음악가들의 관계와 에피소드가 작은 이야기 단위로 펼쳐진다. 덕분에 책은 가볍게 읽히면서도, 좌표를 따라가며 현대음악의 지형도를 엮어가는 독서경험이 될 수 있다.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 현대음악의 탄생은 두 번의 충격으로 시작되었다. 1913년 파리에서 초연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경찰이 출동할 만큼 격렬한 파문을 일으켰고, 같은 해 빈에서 열린 쇤베르크와 제자들의 연주회는 ‘스캔들 콘서트’라 불리며 음악사의 또 다른 폭발을 일으켰다. '화려한 스타로 군림한 스트라빈스키'와 '고독한 선지자 쇤베르크'의 평행과 균열은 20세기 현대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한 세기를 거치며 그들의 음악은 급진적 문제작에서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히틀러와 스탈린 1930~40년대, 히틀러와 스탈린은 예술을 이념에 종속시켰다.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예프는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쳤고, 수많은 예술가들은 망명과 추방의 길을 걸었다. 쇤베르크 역시 나치 집권 후 프랑스와 미국으로 망명했고, 쿠르트 바일 역시 나치의 박해로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처럼 정치 권력의 폭력은 예술사의 국면을 바꾸었고, 2차 세계대전은 현대음악의 결정적 분기점이 되었다.
현대음악의 제3지대 19세기 후반 유럽 전역을 휩쓴 바그너 열풍은 음악사의 거대한 쟁점이었다. 그 계승과 단절은 곧 19세기와 20세기를 가르는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라는 두 거장이 맞선 가운데, 드뷔시와 이후 프랑스 작곡가들은 그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경계 위에서 그들이 열어낸 길을 '현대음악의 제3지대' 속에 담았다. 동시에 이 흐름은 '19세기와 20세기 중간에서'라는 좌표와도 맞닿아 있으며, 엘가·아이브스·야나체크 같은 작곡가들의 궤적과 교차한다.
구대륙 유럽과 신대륙 미국 전후 유럽에서는 다름슈타트 세대가 쇤베르크의 방법론을 확장해 새로운 음악을 실험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코플런드와 번스타인의 대중적 흐름, 케이지와 카터의 실험적 흐름이 공존하며 전혀 다른 지형을 펼쳤다. 이 대립은 결국 ‘미국의 목소리’라는 좌표로 확장된다. 나아가 1960년대 미니멀리즘은 글래스와 라이시로 이어져 대중음악까지 흔들었고, 이후에는 성별·인종·지역의 다양성을 포괄하며 ‘러시아와 동유럽의 아방가르드’까지 함께 현대음악의 지도를 입체적으로 채워갔다.
낯섦 너머의 친밀하고 생생한 감각 현대음악의 역사는 곧 개척의 역사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쇤베르크의 문제작은 한 세기를 거쳐 ‘현대의 고전’이 되었고, 진은숙은 유럽에서의 정체성 위기를 넘어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확장했다. 시닛케는 검열을 피해 쓴 60여 편의 영화음악을 교향곡과 협주곡의 토대로 삼았고, 패르트는 침묵의 시간을 거쳐 ‘틴티나불리’라는 독창적 음향 세계를 열었다. 이들의 여정은 시대의 압박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창조와 저항의 기록이다.
이처럼 음악가들은 저항과 개척의 역사 속에서 시대를 증언하는 동시에 각기 다른 문화와 음악적 상상력으로 현대음악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너무 일찍 온 미래의 음악』은 그 모든 스펙트럼을 독자가 친근하게 탐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지도이자, 시대와 맞선 예술가들의 증언을 생생히 전하는 기록이다. 가볍게 펼쳐 읽을 수 있는 소챕터들로 구성되어 부담 없이 다가오지만, 다 읽고 나면 저자의 수년간의 노력과 헌신이 얼마나 깊고 지난했는지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현대음악의 너른 바다를 항해하는 도면을 마련하는 일
지금껏 누구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던 작품의 리뷰를 쓰는 일은 낯설고도 묘한 경험으로 남았다. 그 뒤로 20~21세기 현대음악의 너른 바다를 무사히 항해할 수 있는 도면을 마련하는 일은 개인적인 과제이자 소망이 됐다.
우리와 동시대의 예술적 사건들
현대음악은 출발점으로 꼽히는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의 작품들조차 고작 100년이 지났을 뿐이다. 사실상 우리와 동시대의 예술적 사건들이라는 뜻이다. 역사를 공부할 때 반드시 선사시대와 고조선부터 펼쳐야 할 필요가 없듯이, 클래식 음악 역시 얼마든지 연표를 뒤집어서 볼 수 있다. 음악사에서도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시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책 역시 그런 작업 가운데 하나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