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환경 미생물학자 이재열 경북대학교 명예 교수가 전통 문화의 과학적 지혜를 탐색한 신작 『살림의 과학』을 펴냈다.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의 힘』 등으로 미생물의 세계를 소개해 온 그는 『담장 속의 과학』 이후 10여 년 만에 전통 문화와 현대 과학의 융합을 더욱 깊이 탐구한다. 사과나 담배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에서부터 결핵균 연구까지 이어진 그의 과학적 통찰이 이제는 부엌과 사랑채, 마당, 가재도구로 시선을 옮겨 ‘살림의 과학’을 밝혀낸다.
전통 온실, 한지, 토기, 음식 보관법 등 전통 살림살이에 깃든 과학적 원리를 세밀히 탐구하고, 증도가자 논쟁과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논란 등 문화재 연구의 쟁점도 짚는다. 미생물학자의 현미경적 시선으로 전통의 깊은 층위를 관찰하며, 과학과 문화의 융합이 만들어 낼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살림의 과학』은 ‘담장 속의 과학’이 ‘담장 밖의 과학’과 만나 탄생한 새로운 지적 여정이다.
출판사 리뷰
우리 살림살이 속에 과학이 있었다!
한국인의 전통 살림 도구와 문화 속에 숨겨진 멋과 지혜, 그리고 아름다움
갓, 반닫이, 맷돌, 호족반, ……
옛날 집이며 옷이며 각종 살림살이에 담긴 과학 원리를
보따리째 풀어놓은 압도적인 저술!
- 김기섭(전 한성 백제 박물관장)
살다 보면 처음에는 먹고 입고 사는 집 하나만 있으면 충분한 것으로 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살림살이가 하나둘 늘어나며 점점 더 복잡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편리하고 넉넉한 살림살이를 원하고 그 가운데에서 재미와 멋과 아름다움까지도 바라게 된다. 그러나 사람마다 가정마다 형편과 상황은 다른 법. 욕심껏 넉넉하게 살림살이를 마련할 수는 없다. 그 형편에 맞게 살림을 꾸려 갈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살림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것들 을 경험적으로 찾아내어 이용했는데, 오늘날 돌이켜보면 이들이 바로 ‘살림의 지혜’라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지혜를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것을 자연 과학(自然科學, Natural Science)에 빗대어 생활 과학(生活科學, Life Sciences)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에서
미생물학자의 전통 문화 탐색을 다룬 책이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이재열 경북 대학교 명예 교수의 신작 『살림의 과학: 과학자가 풀어 주는 전통 문화의 멋과 지혜』가 바로 그 책이다. 환경 미생물학자로 사과나 담배 같은 농작물을 망치는 바이러스부터 결핵균처럼 사람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와 세균 등에 대한 선구적 연구를 수행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의 힘』 같은 저서와 번역서를 통해 인류 역사와 문명에 깊은 영향을 미친 미생물의 세계를 소개해 온 이재열 명예 교수는 동시에 전통 문화, 전통 과학, 문화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다.
그 성과로 2009년에는 한국 전통 문화에 숨어 있는 과학적 지혜를 정리한 『담장 속의 과학』을 펴낸 바 있다. 또 2013년에는 수십 년간 수집해 온 백제, 신라, 가야의 고대 토기 가운데 157점을 한성 백제 박물관에 기부했고, 동 박물관에서는 이 토기들을 정리해 2021년 기증 자료 특별전 “흙으로 만든 그릇, 토기”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살림의 과학』은 이러한 활동의 연장에서 출간되었다.
이재열 교수는 전작 『담장 속의 과학』에서 “담장 속의 과학은 담장 밖의 과학과 만나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완벽하게 수량화, 계량화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전통 문화 속 지혜를 ‘담장 속의 과학’이라고 지칭하고, 우리 문화 밖에서 수입되어 온 ‘담장 밖의 과학’이라고 할 현대 과학을 만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 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 전통 문화 속에 담긴 과학의 맹아를 현대에 응용하고 발전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 주장이었다.
이 책의 출간 이후 10여 년이 지났고, 다행히도 전통 문화의 연구와 현대 과학과의 융합은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현대 과학의 교육을 받은 많은 연구자들이 전통 문화 연구와 계승에 참여하게 되었고, 전통 문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축적되어 새로운 응용의 길이 열리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 붐을 일으키고 한식, 한복 등의 붐에는 이 성과들이 녹아 있다. ‘K’ 자 붙은 수많은 활동에 담장 속의 과학과 담장 밖의 과학의 융합이 커다란 도움을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재열 교수는 이 상황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미생물학 연구에서 단련된 현미경적 시선으로 전통 문화의 더 깊숙한 곳, 살림의 이모저모까지 그 관찰의 시야를 좁혀 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림의 과학’을 추출해 낸다.
이 교수는 문 밖에서 전통 가옥 안으로 들어가 부엌, 안방, 대청, 사랑채, 마당을 훑으며 전통 살림의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과학적 지혜를 살피는 이번 책 『살림의 과학』에서 살림에 요긴하게 쓰이는 자잘한 가재 도구들, 집 곳곳에서 우리가 ‘살림살이’라고 부르며 써 왔던 것들을 세밀하게 살핀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에 등장하는 조선 시대의 전통 온실(세계 최초라는 평가도 있다.)을 『산가요록』 같은 오래된 농서(農書)를 통해 살피기도 하고, 그 책을 만든 전통 한지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하며, 전통적인 음식 조리법과 그 조리에 사용된 그릇들인 토기, 도기, 자기 등을 다루기도 하고, 미생물의 공격으로부터 음식물이 썩지 않도록 애쓴 조상들의 슬기로운 보관법을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맛있는 음식에 멋을 더해 주는 소반과 매병 같은 우리 고유의 가구와 그릇을 찾아 자세히 소개하기도 한다.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미생물이나 들여다보고 있을 줄 알았던 과학자가 언제, 이런 데까지 다녀갔나 싶을 정도로 한반도 구석구석을 돌며 둠벙이나 민화 병풍, 베갯모, 반닫이, 갓, 이엄, 맷돌, 금속 활자, 석빙고 들의 온갖 꼴과 쓰임을 살피며 그 과학적 의미를 알뜰하게 살핀다.
여기에 더해 우리 문화재에 얽힌 흥미로운 논쟁사도 빠지지 않고 다룬다. ‘증도가자’를 둘러싼 금속 활자 연구자들의 사이의 논쟁을 치밀하게 소개하고 있어 최근 2025년 국정 감사에서도 지적된 문제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고, 수십 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고착 상태에 빠져 있는 이른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얽힌 뒷이야기들도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각 살림살이들에 대한 최신 연구들도 소개한다. 역사학, 민속학, 건축학, 각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각 분야에서 전통 문화의 가재 도구들에 대해 수행한 최신 연구들과 그 응용 성과들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원로 학자의 관심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전문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들이다.
독자들도 이 책을 보다 보면, 집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잊혀져 가고 있는 사물들이 가진 의미를 새롭게 읽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담장 속의 과학』처럼 전통 문화와 현대 과학의 만남에서 새로운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다. 살림의 과학을 좀 더 깊이 살펴봐야 한다고. 그렇게 한다면 지금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K-문화에 새로운 원동력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다. 어쩌면 독자들은 미래의 설계도를 전통 살림의 지혜에서,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생물학자의 전통 문화 읽기 스테디셀러 『담장 속의 과학』 후속편!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재열
서울 대학교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기센 대학교에서 분자 생물학적 기법을 도입한 바이로이드 검출 기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막스 플랑크 생화학 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경북 대학교 생명 과학부 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경북 대학교 생명 과학부 명예 교수이다. 모두들 어렵다고 말하는 과학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권력자』, 『바이러스는 과연 적인가?』, 『보이지 않는 보물』, 『바이러스, 삶과 죽음 사이』, 『미생물의 세계』, 『우리 몸 미생물 이야기』, 『자연의 지배자들』, 『자연을 닮은 생명 이야기』, 『담장 속의 과학』, 『불상에서 걸어나온 사자』, 『토기: 내 마음의 그릇』 등의 책을 펴냈다.
목차
들어가며 … … 삶의 과학을 찾아서
1부 집으로
1장 자연을 닮은 집 21
2장 삶의 지혜를 담은 책 45
3장 음식 장만과 갈무리 71
4장 여러 가지 그릇 91
2부 부엌으로
5장 소금밭에 뒹굴어도 111
6장 이중독과 매병 129
7장 전통 술과 전통 식초 155
3부 안방으로
8장 우리 옷 이야기 179
9장 민화를 찾아서 197
10장 베갯모 자수 223
4부 대청으로
11장 소반 이야기 247
12장 반만 닫아 반닫이 277
13장 옛날 냉장고 이야기 305
5부 사랑으로
14장 모자의 민족 329
15장 고려 금속 활자 논쟁 355
16장 『훈민정음 해례본』 수난사 401
6부 마당으로
17장 돌로 만든 생활 문화 435
18장 샘과 우물 그리고 수도 465
19장 옛집 문의 이모저모 487
나가며 …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참고 문헌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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