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 시단의 대표 시인이자 문학·인물사·대중가요사 연구자로 활약해온 이동순 시인이 50여 년간 동료 시인과 사회 인사들에게 주고받은 친필 편지를 엮은 산문집 『그간 격조했습니다: 편지로 읽는 한국문학의 발자취』를 펴냈다. 이 책은 근현대 한국문단의 생생한 풍경과 시대의 곡절, 그리고 잊힌 추억의 아름다움을 한데 담아, 작가들의 육필 속에서 한국문학의 깊은 서정을 되살려낸다.
김광균, 김규동, 김지하 시인 등의 편지를 통해 근대 한국시단의 풍경과 문학사적 의의를 되짚고, 황석영 작가, 백낙청 평론가 등과의 교류에서는 1970~80년대 독재정권 아래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한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던 자야 여사의 편지, 정호승·안도현·도종환 시인과의 따뜻한 안부 인사 속에는 편지의 미학과 인간적 온기가 살아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육필의 정성은 한 시대를 건너 오늘의 독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출판사 리뷰
시대를 살아낸 작가들의 편지에서 발견하는
한국문학의 깊은 서정
김광균 김지하 황석영 백낙청 정호승 도종환에서
백석 시인의 연인 자야 여사까지,
글자마다 스며 있는 그리운 안부를 읽다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학·인물사·대중가요사 등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자로 활발히 활동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이동순 시인이 지난 50여년간 동료 시인, 작가, 사회인사 등과 주고받은 친필 편지를 문학적 단상과 함께 엮어낸 산문집 『그간 격조했습니다: 편지로 읽는 한국문학의 발자취』를 펴냈다. 근현대 한국문단의 생생한 풍경은 물론 시대의 곡절, 나아가 추억의 아름다움까지 담은 이 책은 한 시절을 살아낸 작가들의 육필 속에서 한국문학의 깊은 서정을 발견한다. 근대 한국시단의 풍경이 생생히 담긴 김광균, 김규동, 김지하 시인 등의 편지를 통해 문학사적 의의를 찾아볼 수 있는 한편 황석영 작가, 백낙청 평론가, 이시영 시인 등과 주고받은 편지 속에서 1970, 80년대 일상에 틈입한 독재정권의 탄압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한다.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던 자야 여사의 곡진한 사연이 담긴 편지는 한국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귀한 자료가 되어주며 정호승, 안도현, 도종환 시인 등과 나눈 살뜰한 안부 인사에는 편지라는 형식적 미학은 물론 일상의 정겨움까지 물씬 풍겨난다. 단 한명의 수신인을 생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손글씨 속에 담긴, 지난 시절 보내온 그리운 안부가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뭉클하게 전해져온다.
근현대 한국문단의 풍경을 생생히 담아낸 38인의 편지
엄혹한 시절을 견디어 오늘에 이르다
시인, 작가, 평론가 등 38인의 편지 64점이 담긴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시와 혁명의 서곡」에는 근대 한국문단의 풍경을 생생히 기억하는 이들의 편지를 모았다. 저자는 교과서에서 작품을 읽던 원로 시인 김광균의 친필 편지를 받은 일은 특별한 기쁨이자 감격이었다고 말한다. 대표적 모더니스트 시인 김광균은 ‘우두(雨杜)’라는 자신의 아호가 인쇄된 전용 편지지를 썼다. 옛 문인들의 선비적 취향이 물씬 느껴진다.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던 자야 여사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옛 연인 백석과의 추억을 편지에 담아 보내곤 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야체’로 쓰인 이 편지들은 백석 시인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한편 저자와 특별한 노래 대결을 펼친 인연으로 교유하게 된 시인 김지하는 1986년 여름날 새벽, 입원 중에 “‘김지하’는 죽었다. 이제부터 나를 ‘김영일’이라 불러다오”(97면)라는 선언을 담은 편지를 쓰기도 했다. 쉬이 찾아보기 힘든 김지하 시인의 육필 편지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제2부 「유폐된 언어의 저항」에 담긴 편지들은 유신정권과 군부독재정권이 문인들의 일상을 어떻게 탄압해왔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이던 작가 황석영은 옥중에서 메모와도 같은 단문의 편지를 보냈다. 그의 육필 옆에 찍힌 ‘검열필’이라는 도장은 마치 시대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진다. 평론가 염무웅은 저자의 시 「수몰민」이 당국에 검열당하자 ‘물의 노래’라는 “‘맹물 같은’ 제목”을 붙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편지로 전해온다. “허허, 참 별난 세상이오”(119면) 하는 짧은 탄식에서 차마 글로는 다 쓰지 못한 깊은 한숨이 느껴진다. 정부에 의해 강제 폐간되었던 계간 『창작과비평』의 복간을 준비하던 시점에 쓴 백낙청 평론가의 편지, 유신체제하 숱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 이시영 시인의 편지 등 엄혹한 시절을 견뎌낸 이들의 굳건함이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운 사람끼리 자주 만납시다”
느긋한 인사가 전하는 정겨운 아름다움
평범한 안부 속에 서린 정겨움을 물씬 느낄 수 있는 편지들을 제3부 「일상의 서정」에 모았다. 수상 소식이 들려오면 축하의 인사를, 책이 출간되면 그에 대한 감상을, 선물을 주고받으면 감사의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내던 시절이었다. 저자 이동순은 안도현, 도종환, 김승희, 김사인 등 우리에게 익히 익숙한 이름의 문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꺼내 그 안에서 추억의 아름다움과 편지라는 매체의 진정성을 읽어낸다.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안부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진지한 성찰을 꾹꾹 눌러쓰기도 했다.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등 빠르고 편리한 소통에 익숙해진 오늘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느긋한 정겨움이 흠뻑 전해진다. 제4부 「기억, 헌사, 응답」은 스치듯 지나간 인연에도 상대에 대한 극진한 마음을 아끼지 않고 쏟아낸 이들의 편지로 엮었다. 청년 시절 낯선 한국 땅을 밟은 이래 일생을 핍박받는 농민의 편에 섰던 프랑스인 두봉 주교는 타이프라이터 자판을 콕콕 찍어 쓴 편지에 따뜻한 격려의 뜻을 실어 보냈다. 아끼던 빨간색 아코디언을 선뜻 선물한 배영순 평론가는 평소 털어놓지 못했던 은근한 우정의 마음을 긴 편지로 고백했으며, 새벽 시간에도 전화를 걸어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폭포처럼 쏟아놓던 백창일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자작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미 세상을 뜬 이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며 그들의 옛 편지에 고요하지만 뜨거운 헌사를 바친다.
옛 편지에서 발견하는 삶의 철학
『그간 격조했습니다』에 수록된 편지의 발신인은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문학작품이 아닌 일상언어로 쓰인 그들의 편지를 한데 모아 보는 기회는 진귀하다. 저자 이동순은 작품에서 쉬이 만나볼 수 없었던 문인들의 인간적이고 내밀한 고백을 소개하며 문학사 속에서 편지가 수행해온 역할을 점검한다. 또한 지나간 시절 맺은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고, 세월의 무상함 가운데에도 빛나는 생의 아름다움을 논하며 삶의 철학을 건져 올린다. 좀처럼 편지를 쓰지 않는 시대이다.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으로 얼마든지 간편하고 손쉬운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다보면 옛 편지에 담긴 사랑과 눈물, 그리움과 설렘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끔은 잠시 멈추어 서서 편지라는 오래된 매체의 미학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정겨운 안부 인사, 정성으로 써내려간 글씨, 느리게 전달되는 마음을 담은 한통의 편지처럼 『그간 격조했습니다』 역시 독자들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동순
195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경북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었다.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봄의 설법』 『꿈에 오신 그대』 『가시연꽃』 『아름다운 순간』 『그대가 별이라면』 『마음의 사막』 『미스 사이공』 『발견의 기쁨』 『묵호』 『멍게 먹는 법』 『마을 올레』 『강제이주열차』 『독도의 푸른 밤』 『고요의 이유』 『어머니』 등과 평론집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잃어버린 문학사의 복원과 현장』 『우리 시의 얼굴 찾기』 『달고 맛있는 비평』 등이 있다. 『번지없는 주막』 『마음의 자유 천지』 『한국 근대가수 열전』 『가요황제 남인수 평전』 등과 민족서사시 『홍범도』(전10권), 산문집 『나에게 보내는 격려』 『나직이 불러보는 이름들』, 인물사를 다룬 『나는 백석이다』 『나는 홍범도다』 『나는 왕평이다』 『나는 김자야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또한 분단시대 매몰시인들의 작품을 수집·정리하여 『백석 시전집』 『권환 시전집』 『조명암 시전집』 『이찬 시전집』 『조벽암 시전집』 『박세영 시전집』 등을 엮었다. 신동엽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시와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목차
책머리에 | 그리운 편지가 보내주는 따뜻함
제1부 | 시와 혁명의 서곡
꼬리에 꼬리를 물어 감회에 젖었습니다 · 김광균 시인의 편지
모더니즘을 해보고 싶었으나 · 김규동 시인의 편지
돌이킬 수 없는, 가장 값지고 아름다웠던 · 김자야 여사의 편지
그 자료들은 내 육신의 일부이니 · 임종국 비평가의 편지
끝까지 산정의 깃발을 내리지 마십시오 · 박용래 시인의 편지
먼눈팔지 말고 성을 다하도록 · 김춘수 시인의 편지
시는 재주만으로 쓰이지 않습니다 · 민영 시인의 편지
나는 땅끝까지 밀려가 파도 속에 사라졌다 · 김지하 시인의 편지
제2부 | 유폐된 언어의 저항
그 시골집에 나도 가보고 싶네 · 황석영 작가의 편지
고요를 지키기 위한 시끄러운 싸움 · 백낙청 비평가의 편지
우리 삶의 알맹이가 수몰될지라도 · 염무웅 비평가의 편지
한가지 다짐이 있다면 · 이시영 시인의 편지
언어와 문자라는 것은 결국 무엇인지 · 김성동 작가의 편지
당분간은 술 대신 좋은 시를 · 송기원 작가의 편지
새해에는 그리운 사람끼리 자주 만납시다 · 최원식 비평가의 편지
이럴 때 어색하게 웃는 버릇이 있지요 · 정채봉 작가의 편지
하늘이 조금 흐리다고 비를 걱정할 수 없다 · 김명인 시인의 편지
미움도 없고 증오도 없습니다 · 정호승 시인의 편지
난필을 용서 바라며 · 이태호 조각가의 편지
제3부 | 일상의 서정
이것을 정말 나는 희망처럼 믿습니다 · 이가림 시인의 편지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겠습니다 · 이선관 시인의 편지
게으른 펜을 들었습니다 · 김승희 시인의 편지
고통과 애씀이 눈에 선하여 · 송우혜 작가의 편지
저는 여름의 모든 걸 참 좋아합니다 · 이경자 작가의 편지
자주 편지 주시면 덜 외롭게 될 것이고 · 이정우 신부의 편지
양심은 수모를 뛰어넘는 길밖에 더 있겠습니까 · 원광 스님의 편지
여기에는 더 감동적인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 이진흥 시인의 편지
더운 바람 쫓으시라고 부채 하나 보냅니다 · 안도현 시인의 편지
넝쿨이 많이 벋으면 열매가 실하지 않는 법 · 도종환 시인의 편지
그냥 엽서로 소식 드립니다 · 김사인 시인의 편지
제4부 | 기억, 헌사, 응답
그 개구리 올해는 아직 연락 없음 · 정호경 신부의 편지
은총과 평화가 함께하시길 · 두봉 주교의 편지
도대체 시어라는 게 따로 있는지요 · 이현주 목사의 편지
정겨운 사이처럼 느껴지니 신통한 일이라 · 최완택 목사의 편지
어디로 마음이 달리는지 · 배영순 사회평론가의 편지
이 편지도 들여다보겠지요 · 서미주 작가의 편지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입니다 · 김태정 시인의 편지
부끄럽게 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백창일 시인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