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2년에 발표한 단편집으로, 그가 직접 “재즈 시대(The Jazz Age)”라는 이름을 부여하며 한 시대의 정서를 기록한 작품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전례 없는 번영과 낙관으로 들떠 있었다. 도시의 불빛은 밤새 꺼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금주법의 그늘 속에서도 몰래 술을 마시며 웃고 춤추었다. 이 시기의 젊음은 전통의 무게에서 벗어나 자유와 감정의 리듬에 몸을 맡겼다. 피츠제럴드는 그들의 모습을 재즈 음악의 즉흥적인 박자처럼 생생하게 포착했다.
이 단편집에는 그가 직접 ‘재즈 시대의 자화상’이라 부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젤리빈(The Jelly-Bean)」은 게으르고 방탕한 남부의 한 젊은이를 통해, 전통과 몰락 사이에서 흔들리는 미국 남부의 초상을 그린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는 시간의 순서를 거슬러 태어난 남자를 통해 인생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며, 피츠제럴드 특유의 풍자와 슬픔을 담고 있다. 또한 「메이데이(May Day)」에서는 전후 미국 사회의 혼란과 젊은 세대의 불안을, 「리츠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The Diamond as Big as the Ritz)」에서는 욕망과 허영으로 부풀어 오른 신흥 부자 계급의 허무를 그린다.
피츠제럴드에게 재즈 시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리듬이자 정신이었다. 그가 보기에 재즈는 자유와 쾌락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슬픔과 허무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 단편집은 바로 그 양면성을 담은 기록이다. 화려함 속의 공허, 웃음 뒤의 허망함, 그리고 젊음의 찬란한 불안을 포착한 이 이야기들은 『위대한 개츠비』로 이어지는 피츠제럴드 문학의 원형이자, 20세기 초 미국의 초상이다. 『재즈 시대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생하다. 그 시대의 리듬은 멈추었지만, 젊음의 열기와 허무의 메아리는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들려온다.
출판사 리뷰
『재즈 시대 이야기』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그 찬란하고도 위태로운 시대의 초상을 담은 작품이다. 재즈 시대(The Jazz Age)는 1918년 전쟁이 끝난 순간부터 1929년 대공황이 닥치기까지, 불과 10여 년 동안 미국을 뒤흔든 눈부신 광휘의 이름이었다. 승전의 열기와 경제적 번영에 취한 미국은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도시의 불빛은 밤새 꺼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금주법의 그늘 속에서도 몰래 술을 마시며 웃고 춤추었다. 젊은 세대는 전통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리듬과 자유를 찾아 나섰다.
그 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강렬한 언어가 바로 ‘재즈’였다. 흑인 음악에서 태어나 백인 사회로 퍼져나간 재즈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하나의 언어였다. 즉흥적인 리듬과 격렬한 감정, 그리고 억눌린 규범에 대한 도전이 그 안에 있었다. 사람들은 재즈를 들으며 자유로움을 배웠고, 피츠제럴드가 말했듯 “미국의 첫 번째 젊은이들의 시대”가 열렸다.
도시는 번영했고, 소비와 쾌락은 일상이 되었다. 자동차, 라디오, 영화, 다이아몬드, 칵테일?모든 것이 욕망과 속도를 상징했다. 그 중심에는 ‘플래퍼(Flapper)’라 불리던 젊은 여성들이 있었다. 단발머리와 짧은 치마, 손끝의 담배와 자유분방한 웃음으로 상징되던 그녀들은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상징한 자유는 동시에 공허함과 불안을 품고 있었다. 재즈 시대는 찬란했지만, 그 찬란함은 언제나 한 겹의 슬픔을 안고 있었다.
피츠제럴드는 이 시대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포착한 작가였다. 그는 재즈 시대의 풍요와 타락을 동시에 바라보며, 젊음의 열정과 낭만,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오는 상실의 정서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재즈 시대 이야기(Tales of the Jazz Age, 1922)』를 통해 그는 자신이 살던 시대에 이름을 부여했고,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1925)』를 통해 그 시대의 꿈과 타락을 문학으로 기록했다.
이 눈부신 시대는 1929년 대공황과 함께 막을 내렸다. 갑작스러운 경제 붕괴는 쾌락과 낭만으로 들떠 있던 세대를 순식간에 침묵 속으로 밀어 넣었다. 피츠제럴드는 훗날 회고록 「재즈 시대의 메아리(Echoes of the Jazz Age)」에서 이렇게 썼다.
“재즈 시대는 끝났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웃지 않는다.”
그에게 재즈 시대는 단순한 한 시기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청춘의 절정이자 타락의 서막이었고, 이상이 무너지는 소리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던 세대의 초상이었다.
피츠제럴드의 문체는 재즈의 즉흥성과 닮아 있다. 문장은 춤추듯 흘러가지만, 그 끝은 언제나 고요한 슬픔에 닿는다. 그에게 재즈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시대의 리듬이자 인간 존재의 은유였다. 피츠제럴드는 재즈의 박자 속에서 청춘의 열기와 인간의 허무를 동시에 들었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언제나 이중의 울림을 지닌다. 웃음은 환희의 것이자 절망의 것이고, 사랑은 열정의 얼굴로 다가오지만 곧 상실의 그림자를 남긴다. 『재즈 시대 이야기』는 그런 피츠제럴드의 세계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책이며, 재즈 시대의 황홀한 불빛과 그 속에 깃든 인간적 진실을 동시에 비춘다. 그에게 재즈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한 세대의 리듬이자, 찬란함 속에 깃든 허무의 리프레인이었다. 젊음은 찬란했지만, 그 찬란함은 늘 무너짐의 예감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크와 짐의 우정은, 비록 느슨했지만 분명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 오후, 클라크의 낡은 포드 자동차가 인도 위를 걷던 짐 옆에서 속도를 늦추더니, 아무 예고도 없이 그를 컨트리클럽 파티에 초대했다. 그런 충동이 일어난 이유는, 짐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만큼이나 설명하기 어려웠다. 짐에게 그것은 아마도 무의식적인 권태, 그리고 약간 두려운 모험심이 섞인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짐은 그 일을 곰곰이 되씹고 있었다. 그는 인도 위의 돌 블록에 긴 다리를 올려놓고, 발끝으로 돌을 두드리며 낮고 쉰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돌은 그 리듬에 맞춰 위아래로 흔들렸다. “젤리빈 마을엔 진이라는 여왕이 살지. 그녀는 젤리빈의 여왕. 주사위를 사랑하고, 늘 곱게 다뤄주지. 그녀를 거칠게 대할 주사위는 없을걸.” 노래를 멈춘 그는 인도를 들썩이며 발로 돌을 차올렸다. “빌어먹을.” 그가 중얼거렸다. 그곳엔 다 모여 있을 것이다. 그 옛 무리들, 오래전에 팔려나간 하얀 집과, 그 벽난로 위에 걸려 있던 회색 군복 차림의 장교 초상화로 보건대, 짐 역시 본래는 그 무리에 속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무리들은 소녀들의 치맛자락이 해마다 조금씩 길어지고, 소년들의 바지가 어느 날 갑자기 발목까지 내려왔던 것처럼,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단단한 소집단으로 자라났다. 이름만 부르면 다 통하는 그 친밀한 사회, 이미 잊힌 첫사랑들로 엮인 그 작은 세계 속에서, 짐은 철저한 외부인이었다. 가난한 백인들과 어울려 다니는 사람. 남자들은 그를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 약간의 우월감이 섞인 태도로 대했다. 그가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여자아이들은 세 명, 많아야 네 명. 그게 전부였다. _젤리빈
베티 메딜은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또 사랑하지 않았다. 너무 즐거운 인생을 보내고 있었기에, 결혼이라는 명확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들의 비밀 약혼은 이미 너무 길어져 언제든 스스로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그런 그들의 사정을 잘 아는 작은 키의 남자 워버튼이 페리를 부추겼다. “그녀에게 초인처럼 굴어! 혼인 허가증을 받아서 메딜 집에 가. 지금 당장 결혼하자고 하든가, 아니면 영원히 끝내버리라고 말해!” _낙타의 등
작가 소개
지은이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아버지 에드워드 피츠제럴드, 어머니 몰리 맥퀼란 사이에서 태어났다. 위로 누나가 둘 있었지만 모두 갓난아이 때 사망했고, 이 때문에 어머니의 과한 애정을 받으며 성장했다.12세에 세인트폴 아카데미에 입학했고, 「레이먼드 담보물의 신비」라는 글을 처음으로 교지에 싣는 등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재능을 보였다. 15세에 부유층 자제들만 입학하는 뉴먼 스쿨에 입학했는데 이때 느낀 열등감이 이후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뉴먼 스쿨 졸업 후 1913년에 프린스턴대학교에 입학했다. 이 시기에 지네브라 킹이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부유한 그녀의 아버지가 그를 반대했던 사건이 ‘리치걸 푸어보이’라는 피츠제럴드 문학의 핵심 에피소드로 발전한다. 그녀는 이후 젤다와 함께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하는 데이지의 모델이 된다.1917년에 미 육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연인 젤다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불안정한 장래 때문에 파혼당하고 나서 심기일전하여 장편소설 『낙원의 이쪽』을 발표한다. 이를 계기로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고, 젤다와의 결혼에 성공한다.1925년에 세 번째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출간했다. 이 책은 이후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로 꼽히지만 출간 당시에는 반응이 미미했고, 그 후에 발표한 『밤은 부드러워』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설상가상으로 본인의 알코올 의존증과 아내의 정신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고 주로 잡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거나 영화사에서 극본 작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정체성을 끝까지 놓지 않았고, 1940년에 미완성 장편소설 『대군의 사랑』을 집필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목차
마지막 플래퍼들 7
젤리빈 9
낙타의 등 43
메이데이 87
도자기와 분홍색 169
환상들 187
리츠 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 189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53
치프사이드의 타르퀸 295
오 루셋 마녀! 309
분류되지 않은 걸작들 359
행복의 앙금 361
미스터 이키 397
산골소녀 제미나 409
옮긴이의 말 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