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4년에 시작한 제1회 림 문학상은 ‘경계 없음’ ‘다양성’ ‘펼쳐짐’을 지향하며 응모 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연령, 등단 여부, 장르, 형식의 구분을 두지 않음으로써 기성작가와 신인이 공평하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그 취지에 부응하듯 첫 회부터 894편의 작품이 접수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2025년 제2회 림 문학상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1,079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소영현 문학평론가, 안보윤 소설가, 염승숙 소설가・문학평론가, 성현아 문학평론가가 심사를 맡았다. 네 명의 심사위원은 한 편 한 편을 성실하게 읽으며 치열한 논의를 거쳐 옥채연의 「오카리나」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옥채연의 「오카리나」는 “오카리나의 음색처럼 맑고 부드러우며 서정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미성년자 성폭력, 죽음, 트라우마, 유령 친구 등 무거운 소재를 “불투명하면서도 대범한 구성” 속에 배치하며, “섬세한 감정들이 얽히고 맺히는” 장면들을 통해 “서사로 다 요약되지 않는 풍부한 디테일”을 보여 준다는 점이 높은 평가로 이끌었다. 특히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듯, 세심하게 다듬어 온 개성적인 묘사와 자기만의 언어로 “작가의 개성과 관점, 문제와 문제의식이 모두 신뢰할 만하다는 것을 입증”(심사평 중에서)했다.
가작으로는 안덕희의 「곰이 아들을 먹었어요」, 오재은의 「목요일의 집」, 전예진의 「한강숙이 용」, 정회웅의 「문콕」이 선정되었다. 고유한 매력과 감각을 지닌 다양한 목소리가 한 권의 책에 모였다. 이 세계에 그어진 구획을 담대하게 넘나들며,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각기 다른 독법을 요청하는 작품들이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움트고 있다.
출판사 리뷰
“그건 부드러운 맞춤이라기보다는 충돌에 가까웠다.
커다랗고 뜨거운 운석이 언젠가의 지구와 했던 그런 충돌.
그러나 둘 중 누구도 멸종하지 않았다. 그런 건 별로니까.”
대상 수상작인 옥채연의 「오카리나」는 10대 소녀의 사랑과 실연, 고독과 상처를 섬세하게 다룬다. ‘나’는 옆 반에 전학 온 ‘그 애’가 남몰래 울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그 애를 눈여겨보게 된다. 학교 현장학습에 간 날, 나는 그 애와 짝이 되어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 애는 나에게 스스럼없이 “너 바보야?”라고 묻는 한편, 단소 부는 법을 가르쳐 주거나, 인간만 유령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 그 애가 사라진 후, 내 앞에 티라노사우루스 유령 ‘꼬꼬’가 나타난다. 사라진 존재를 향한 마음이 어떻게 눈앞의 현실을 변형시키는지 소설은 맑고도 은근한 정서로 그려 낸다.
“곰이 사람을 먹을 수가 있나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
안덕희의 「곰이 아들을 먹었어요」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광기와 집착을 따라간다. ‘나’는 아들을 먹은 곰을 찾아 그 곰을 먹고 다시 아들을 낳겠다는 기이한 결심에 사로잡힌다. 아들의 마지막 움직임을 되짚으며 숲속으로 들어가는 어머니의 여정은 독특한 서사를 만들어 낸다.
“목요일에만 허락되는 집이었다.
최소한 목요일에는 우리에게 돌아갈 집이 있었다.”
오재은의 「목요일의 집」은 가출, 성착취, ‘숙소’라는 단어로 환원되기 쉬운 현실을, ‘집’과 ‘정체성’의 문제로 확장한다. ‘나’는 성노동과 배달 일을 대가로 숙소에 머물며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어느 날 숙소의 리더 ‘준성’과 함께 약을 배달하면서, 둘은 빈집을 떠돌게 된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말끝에 ‘용’을 붙여서 노래하곤 하거든요.
힘냅시다용, 이렇게요.”
전예진의 「한강숙이 용」은 70대 여성 ‘강숙’의 변신을 그린다. 노년의 나이인 강숙은 쉬는 법이 없다. 딸과 손녀를 돌보고, 수영장에서 청소 노동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꿋꿋하고 씩씩하다. 어느 날, 타인에게 건넨 호의가 민원으로 돌아오고, 강숙은 기묘한 일을 겪으면서 ‘오미자’라는 모임에 초대받는다. 노년의 삶과 회복을 밝고 명랑한 톤으로 펼쳐 낸 소설이다.
“서로를 더 잘 안다는 것이
때로는 짧은 말로도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정회웅의 「문콕」은 공항 주차장에서 벌어진 ‘문콕’ 시비를 계기로, ‘승채’가 장모의 경제력에 의존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일본 여행부터 살고 있는 집, 운전하는 차까지 모두 장모의 재력에서 비롯되었다는 현실이 드러나며, 소설은 가족과 자존감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나는 그 애가 단소 부는 모습을 보았다. 입술을 그렇게 사랑스럽게 오므리는 법이라니. 나는 단소의 음계가 다섯 개뿐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짧은 새끼손가락도 좋았다. 그 애의 설명은 너무 어렵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숨을 반으로 가른다고 생각해. 반만 뱉고, 나머지 반은 삼켜. 그 애는 걸상 모서리에 치마를 펼치고 앉는다. 부채꼴. 물을 마실 땐 꼭 목을 젖힌다. 그 애가 나를 돌아볼 때, 나는 너무 많이 뱉는다. 나머지가 없다. _옥채연 「오카리나」
그리고 부검. 나도 과학 시간에 개구리를 해부해 본 적 있었다. 투명한 비커에 투명한 에테르를 따르는 시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부드러운 두 개의 폐를 들어내면 나타나는, 작고 빠른 심장도 좋았다. 그 애의 심장도 그 자리에 있었을까? _옥채연 「오카리나」
미디어를 뒤덮은 선정적인 보도들. 야생화된 곰이 등산객을 먹다.
기자들의 말은 다 맞고, 다 틀리다. 그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기이한 행동으로 스무 살이 되도록 집에만 머물러……. _안덕희 「곰이 아들을 먹었어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전예진
2019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느 날 거위가』가 있다.
지은이 : 정회웅
부산 출생. 낮에는 해외영업팀으로 일을, 저녁에는 육아를, 밤에는 각종 글 모임을 한다. 앤솔러지 『셋셋 2024』에 단편소설 「기다리는 마음」을 실었다.
지은이 : 옥채연
2001년 출생.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재학.
지은이 : 안덕희
‘달걀머리(eggheads.page)’를 통해 동인 활동을 하며 무크지를 준비 중이다.‘인디소회’ 작가들과 함께한 앤솔러지 『무성음악』이 출간될 예정이다.
지은이 : 오재은
경기도 부천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졸업.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목차
대상 | 옥채연 · 오카리나
가작 | 안덕희 · 곰이 아들을 먹었어요
가작 | 오재은 · 목요일의 집
가작 | 전예진 · 한강숙이 용
가작 | 정회웅 · 문콕
심사평 | 소영현 · 안보윤 · 염승숙 · 성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