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다섯 작가가 전월세 사기, 치솟는 집값, 계약의 위선, 신뢰의 붕괴 등 ‘집’과 ‘거주’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집주인이 아니면 반려동물조차 키우기 어려운 삶, 무너진 제도 속에서 흔들리는 보통 사람들의 현실을 생생한 서사로 포착하며 “우리는 언제쯤 이 나라에서 당당히 살아도 된다고 느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뉴 노멀’이 된 시대, 현장에서 길어 올린 심리·경제·사회적 균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다섯 편의 소설은 누구의 일이 아닌 지금 여기의 문제를 응시한다. 반지하에서의 생존, 전세 사기 피해자의 절망, 계약 뒤에 숨어 있는 위선, 집값이 만든 계급의 그림자, 월세 계약서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까지, 오늘의 거주 현실이 문학적 목소리로 집약된다.
출판사 리뷰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사회의 균열을 세심히 포착해온 작가 5인의 목소리
“우리는 언제쯤, 이 나라에서 당당히 살아도 된다고 느낄 수 있을까.”
이 책에 대하여인간 생활의 3대 기본 요소는 의식주衣食住다. 이는 의衣, 식食, 주住란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중 주住를 우리가 기본 요소로 누리고 있느냐 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살다, 거처하다라는 본래의 의미인 주住를 기본 요소로 누리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살고, 그 안에서 거처할 나의 집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몸을 누이는 공간이 아닌,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갈수록 현실은 녹록치 않고 특히나 몇 년 전부터 기승을 부린 전월세 사기는 내 집을 갖고자 애쓰는 이들에게 좌절을 안길 뿐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이에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다섯 작가의 ‘집’과 ‘거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풀어내는 소설 다섯 편을 한데 모았다. 집주인이 아니면 반려동물조차 키울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삶, 전월세 사기, 치솟는 집값, 계약서의 위선, 그리고 무너진 신뢰…….
이 소설은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다!
기획의도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자산 마련 수단으로 기능했던 전세가 끝나고 월세가 ‘뉴 노멀’이 되는 시기이다. 당대에 직접 눈으로 보거나 당사자로부터 들어야 붙잡을 수 있는 생생한 묘사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설령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더라도, 그리고 전월세라는 좁은 앵글이라더라도, 다섯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고 믿으며 앤솔러지를 기획했다.
-장강명
‘내 집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현실을 말하다!
김의경 : 애완동물 사육 불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방임에 가까운 상태로 키워진 자매는 어른이 된 지금 서로를 의지하며 반지하에서 함께 살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며 캣맘 생활을 하기도 하는 자매는 집주인의 반대로 이사를 가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애완동물이 있는 세입자를 반기는 집주인은 없다. 운좋게 마땅한 집이 나서 이사를 가게 되나 더 이상 캣맘의 생활을 하지 않겠다 선언한다. 어느날 밤 ,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캣맘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자매는 자연스레 고양이 구조에 나선다.
장강명 :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 루바토빌 입주민들은 자신들이 전세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되나 집주인과 부동산중개업소는 연락두절이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끼리 연합체를 만들고 함께 구제를 요구하나 해결 방법은 요원하다. 지리한 싸움을 이어가는 중 입주민 중 한 명은 자살을 선택하고, 한 가정은 이혼을 한다. 자기 땅을 지키기 위해 장갑차로 개조한 자신의 불도저를 타고 맞섰던 마빈 히메이어를 떠올리며 주인공은 그가 나타나 악몽 같은 자신의 꿈을 부숴주기를 바란다.
장진영 : 밀어내기결혼을 앞둔 나는 좀 멀더라도 자가 주택을 소유하길 원한다. 그러나 아내는 세를 살더라도 지금 사는 수준을 유지하길 원한다. 결국 아내의 뜻을 따라 아파트 전세로 입주해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나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 위협을 느끼고 집을 다시 알아보기로 한다. 그러나 마땅한 집은 나서지 않고, 결국 부동산중개업자의 권유로 신축 복층빌라에 전세로 들어간다. 화려한 내외장재에 흠뻑 빠진 부부는 만족스런 삶을 유지하나, 집주인의 갑작스런 집 매매로 곤란에 처하고 설상가사 새 주인은 그들에게 전세금을 내줄 상황도 못 된다. 절망에 빠진 아내는 여러 날 경매 물건을 살피고, 아파트를 낙찰받아 집에 가보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쓰레기더미가 가득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노파이다.
정명섭 : 평수의 그림자 순항은행에 대출계에 근무하는 김 대리는 어느 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이 그의 그림자로 보이는 능력을 갖게 된다. 대출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보며 쉽게 대출을 허가하고, 쉽게 대출을 거절하는 그를 동료들은 이상하게 바라본다. 은행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여직원의 작은 그림자, 자신의 집을 방문한 장모님의 초라한 그림자를 보며 그들에게 묘한 반감까지 생긴다. 결국 김 대리는 정신과를 방문해 자신의 괴상한 능력과 그것으로 인해 벌어진 심리적 고통을 털어놓지고,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망상 장애라는 진단을 받는다.
최유안 : 베이트 볼시간 강사로 취직을 한 내가 학교 근처로 집을 구하려고 하자 아버지는 지하 주차장이 있는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가 가진 돈으로 아버지를 만족시켜 드릴 수가 없어 임시 거처를 전전하던 내게 동료 강사가 믿을 만한 곳이라며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소개시켜준다. 그러나 내가 가진 예산으로는 아버지가 말한 집을 구할 수 없고, 결국 월세를 권유받는다. 계약서를 쓰기로 한 날 집주인과 중개업자가 나누는 이야기가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이 바닥에서는 돈이 스승이야. 아무도 믿지 마.”

“집을 사야 해.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맞는 말이다. 집주인들은 하나같이 반려동물 키우는 걸 싫어했다. 이사를 자주 다녀보았지만 세입자가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반기는 집주인은 한 명도 만나 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도 그랬다. 그들은 자신이 빌려준 집에서 세입자가 반려동 물을 키우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3천 명이 넘는 것으로, 피해액도 3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수도, 피해 규모도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늘어날지는 아무도 몰랐다. 속도의 나라답게 여러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전세사기피해지원 특별법 법안을 쏟아냈다. 특별법안이 나왔다, 하고 환호하던 때부터 50번째 법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서로 베꼈는지 내용은 다 엇비슷했다. 그리고 국회 국토 교통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 과정을 거치며 피해자들이 원하던 사항들이 빠졌다. 나중에 남은 내용들은 정부에 건물 경매를 맡길 경우 수수료를 깎아주겠다거나, 무이자 대출을 최대 10년까지 해주겠다거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건물을 사려고 할 때 우선권을 주겠다거나 하는 허섭스레기들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장강명
1975년 서울 출생. 2011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짧 은소설 『종말까지 다섯 걸음』.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 『산 자들』 등. 장편소설 『표백』 『열광금지, 에바로드』 『호 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재수 사』 등. 〈한겨레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작가 상〉 등 수상.
지은이 : 정명섭
1973년 서울 출생. 2006년 장편소설 『적패』로 작품 활동 시작. 장편소설 『적패』 『폐쇄구역 서울』 『달이 부서진 밤』 『살아서 가야 한다』 『추락』 『조선의 형사들』 『기억 서점』 『손탁빈관』 『시그니처』 『코드 블루』 『뱀파이어 셜록』 『헤 드 헌터』 『암행』 『76층 탐정』 등. 〈한국추리문학상〉 수상.
지은이 : 정진영
1981년 대전 출생. 2011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 시작. 소설집 『괴로운 밤, 우린 춤 을 추네』. 장편소설 『도화촌 기행』 『침묵주의보』 『젠가』 『다시, 밸런타인 데이』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정치 인』 『왓 어 원더풀 월드』.
지은이 : 김의경
1978년 서울 출생. 2014년 『한국경제신문』 등단. 소설집 『쇼룸』 『두리안의 맛』. 장편소설 『청춘 파산』 『콜센터』 『헬로 베이비』. 〈수림문학상〉 수상.
지은이 : 최유안
1984년 광주 출생. 2018년 『동아일보』 등단. 소설집 『보 통 맛』. 연작소설 『먼 빛들』. 장편소설 『백 오피스』 『새벽의 그림자』.
목차
김의경 애완동물 사육 불가 7
작가 노트 : 건강히 잘 지내시나요?
장강명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 51
작가 노트 : 전모를 알 수 없는 붕괴와 분노하지 않는 포도
정명섭 평수의 그림자 109
작가 노트 : 평수는 왜 그림자를 보게 되었을까
정진영 밀어내기 151
작가 노트 : 사다리는 무너졌다
최유안 베이트 볼 203
작가 노트 : 사는 집, 사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