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부모님 > 부모님 > 소설,일반 > 소설
문학과 사회 152호 - 2025.겨울 (본책 + 하이픈) 이미지

문학과 사회 152호 - 2025.겨울 (본책 + 하이픈)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25.12.12
  • 정가
  • 18,000원
  • 판매가
  • 16,200원 (10% 할인)
  • S포인트
  • 900P (5% 적립)
  • 상세정보
  • 15.2x22.5 | 1.072Kg | 564p
  • ISBN
  • 9771227285006
  • 배송비
  • 2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 (제주 5만원 이상) ?
    배송비 안내
    전집 구매시
    주문하신 상품의 전집이 있는 경우 무료배송입니다.(전집 구매 또는 전집 + 단품 구매 시)
    단품(단행본, DVD, 음반, 완구) 구매시
    2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배송이며, 2만원 미만일 경우 2,000원의 배송비가 부과됩니다.(제주도는 5만원이상 무료배송)
    무료배송으로 표기된 상품
    무료배송으로 표기된 상품일 경우 구매금액과 무관하게 무료 배송입니다.(도서, 산간지역 및 제주도는 제외)
  • 출고일
  • 1~2일 안에 출고됩니다. (영업일 기준) ?
    출고일 안내
    출고일 이란
    출고일은 주문하신 상품이 밀크북 물류센터 또는 해당업체에서 포장을 완료하고 고객님의 배송지로 발송하는 날짜이며, 재고의 여유가 충분할 경우 단축될 수 있습니다.
    당일 출고 기준
    재고가 있는 상품에 한하여 평일 오후3시 이전에 결제를 완료하시면 당일에 출고됩니다.
    재고 미보유 상품
    영업일 기준 업체배송상품은 통상 2일, 당사 물류센터에서 발송되는 경우 통상 3일 이내 출고되며, 재고확보가 일찍되면 출고일자가 단축될 수 있습니다.
    배송일시
    택배사 영업일 기준으로 출고일로부터 1~2일 이내 받으실 수 있으며, 도서, 산간, 제주도의 경우 지역에 따라 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묶음 배송 상품(부피가 작은 단품류)의 출고일
    상품페이지에 묶음배송으로 표기된 상품은 당사 물류센터에서 출고가 되며, 이 때 출고일이 가장 늦은 상품을 기준으로 함께 출고됩니다.
  • 주문수량
  • ★★★★★
  • 0/5
리뷰 0
리뷰쓰기

구매문의 및 도서상담은 031-944-3966(매장)으로 문의해주세요.
매장전집은 전화 혹은 매장방문만 구입 가능합니다.

  • 도서 소개
  • 출판사 리뷰
  • 작가 소개
  • 목차
  • 회원 리뷰

  도서 소개

이번 겨울호에는 문학과지성사의 지난 50년 역사를 살피고 한국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하기 위해 『문학과지성』 『문학과사회』 세대별 편집동인과 문학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문학평론가들의 특별 좌담 2개가 수록되었다.

문학과지성사의 역사가 담긴 이번 겨울호에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한국문학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끝없이 갱신되는 세계’라는 주제로 한국 문단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시인 10명의 시인론을 담아낸 하이픈 역시 앞으로 한국문학이 보여줄 방향성에 대해 제시해나갈 것이다.

  출판사 리뷰

문학과지성사 창사 50주년 기념 특별호
특별 좌담 2개 수록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문학과사회』(통권 152호) 겨울호가 출간되었다. 이번 겨울호에는 문학과지성사의 지난 50년 역사를 살피고 한국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하기 위해 『문학과지성』 『문학과사회』 세대별 편집동인과 문학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문학평론가들의 특별 좌담 2개가 수록되었다. 문학적 ‘우정의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한국문학의 산실 역할을 해온 문학과지성사의 역사가 담긴 이번 겨울호에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한국문학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끝없이 갱신되는 세계’라는 주제로 한국 문단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시인 10명의 시인론을 담아낸 하이픈 역시 앞으로 한국문학이 보여줄 방향성에 대해 제시해나갈 것이다.

■ 문학과지성사 창립 50주년 기념 좌담 「기억과 전환의 장소에서」
(김주연‧정과리‧우찬제‧조연정‧강동호‧이소‧홍성희)

김주연
50년 전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되돌아보니 문학과지성사의 탄생이 어떤 문명사적인 전환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감히 듭니다. 문학과지성사가 창립된 1975년은 그해 5월 이른바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된 삼엄한 시기였지요. 아시다시피 문지는 출판사로 창립하기 전, 1970년에 이미 계간 『문학과지성』 가을호가 창간되었는데요. 당시 독일 체류 중이던 나는 그다음 해 1971년 6호부터 동인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때까지의 동인은 김병익, 김치수, 김현 이렇게 세 사람이었죠. 잡지는 ‘일조각’에서 발간되었는데 그때까지는 김병익 선생 친구이기도 한 황인철 변호사가 재정적 후원을 했어요. 긴급조치 상황 아래에서 인권변호사이기도 했던 그는 재정 이외에도 이른바 개발독재 정권과 싸우면서 우리의 정보통 역할을 도맡기도 했습니다. (p. 305)

정과리 ‘문학’과 ‘지성’이라고 하는 것은 가장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인문학적 성찰과 행동을 하는 장소라고 봐요. 그러니까 인문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김주연 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개념적으로는 다르지만 실질적으로는 통하는 것으로서의 종합성과 다양성을 가리킵니다. 문학은 그냥 문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지요. 사회와 자연과학과 여타 분야들과 끊임없이 연관되면서 그 안에서 문학을 생각하는 것이 종합성이라고 한다면, 동시에 문학 내부에서나 아니면 문학과 다른 것과의 관계에서나 차이를 인정하고 차이 속에서 관계를 찾아내는 것이 다양성이라고 생각을 해요.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라고 하는 것은 지금은 거의 기정사실이 되었죠. 생물 다양성에서부터 시작해서 다양하지 않으면 우리는 퇴화하게 되어 있다는 걸 다 알지요. 1970년대에는 그런 담론이 힘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다양성의 가치를 지켜온 게 문학과지성사라고 생각합니다. (pp. 314~15)

우찬제 문지는 책 그 자체의 위의를 존중해요. 책이 잘 팔리지 않을 때 ‘1쇄가 마지막 쇄다’ 같은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문학과지성사는 가능하면 그 책이 끊임없이 살아서 독자의 손에 전달될 수 있게끔 하려는 생각을 해요. 책의 생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개정판 작업이라든지, 최근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문지 클래식’이라든지 ‘문지 작가선’ 같은 것도 계속해서 책의 생명을 이어가게 하고자 한 기획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문학과지성사는 동인 체제로 운영되고 그것을 우리는 ‘우정의 공동체’라고 표현하는데요. 우정의 공동체가 함께 생산하고 함께 나누는 지성의 광장을 생각했던 점을 특징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p. 315~16)

조연정 제가 경험한 문지 출판의 특징을 ‘숙고’라고 말해보고 싶습니다. 독자들에게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많이 읽히는 작품은 아니더라도 문지가 신뢰하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는 나름의 방식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작업을 계속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문지가 한국문학장에 기여한 것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앞서 재수록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 돌아보면 문지는 언제나 빠른 판단을 경계해왔던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2000년대 이후로 젊고 새로운 작가들이 주목받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졌고 한두 편의 작품을 기준으로 입도선매식 출판계약이 활발해지면서 출판사들이 작가들을 선점하는 경향이 일반화되었는데요. 문지는 그런 흐름에서 좀 비껴 있었던 탓에 우리가 꾸준히 천천히 주목해온 작가의 책을 직접 만들지 못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주목과 관심이 명성이 되고 경제적 가치가 명예가 되어버린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급한 판단과 호들갑스러운 상찬을 경계하려고 한 것은 비평장을 건강하게 만들고자 한 나름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p. 316)

강동호 개인적으로 저는 문지 출판의 정체성은 ‘자유’와 ‘비판’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세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적 가치와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론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을 ‘문학과 비평의 언어’를 통해 추구하는 것이 문지의 역사 속에서 일관되게 유지되어온 기조라고 생각합니다. 문지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와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비평’을, 그리고 ‘문학평론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일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지성’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는 이유이자, 또 이유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 317)

■ 문학과지성사 창립 50주년 기념 좌담 「미래를 지속하기 위해」
(전승민‧전청림‧조대한‧소유정‧이희우)

전승민
‘균형’은 언제나 어려워요. 그런데 문학평론가의 위기나 지속의 어려움이 곧 비평의 지속 및 어려움과 동일한 건 아니잖아요. ‘문학평론가’의 존재론적 위기나 변화와 무관하게 ‘비평’은 지속될 거예요. 앞서 말한 자기 감상에 대한 배타적 소유와 욕망이라는 지점은 독자가 평론가가 되는 양상이기도 하고요. 이때 ‘문학평론가’가 지속 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게 무엇일까부터 정의하기 어렵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는 약 1년 6개월간 본격 비평을 쓰지 못했는데, 그 정도의 단절이 생기면 지속에 실패한 건가? 아니면 느리게 지속하고 있는 건가? 그조차도 확신하기 어려워요. 그러니까 문학평론가로서의 지속이란 뭘까를 알아야 하는데 사실 그러기엔 평론가로서 저의 주기가 아직 많이 짧아요. 5년 남짓이니까요. 그래서 저보다 먼저 활동해온 분들의 이력을 살피게 되는데, 너무 극단적인 거예요. 영원히 남는 사람들과 한때 많이 활동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 사람들로 양분화가 되어요. 그렇다면 지속 가능성은 결국 생존의 문제로 의미화되죠. 그래서 지속 가능성은 뭘까, 생존과 어떻게 다를까 하는 물음 앞에 서게 되고요. (p. 330)

전청림 문학평론가로서의 일이라는 말 자체가 좀 특이한 것 같아요. 비평이 작품을 선별하는 큐레이션 역할을 하게 되었다면 이제는 그 안에 개별 작품에 대한 비판 경향이 아주 축소된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 거죠. 작품의 중요한 문제의식을 밝히고, 그에 대한 비판이 적극적으로 필요했던 시대가 지나고 선별과 관리 자체를 비판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건 다른 지평으로의 발현인 것이지, 비평이 무책임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한 경향을 가진 일인칭 비평의 확장과 소통이, 그러니까 흔들리고 무너지는 충돌의 과정이 쌓여서 좋은 방향으로 작품이 나아갈 길을 조금씩 가늠해보는, 약간은 느리고 넓은 시대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p. 352)

조대한 제가 생각하는 문예지의 긍정적인 효용이라면, 그래도 여전히 한국문학의 최전선에 있는 지면이라는 점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문학을 단행본으로 접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수상 작품집이나 모음집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그 효용을 누리실 텐데, 어쨌든 작품이 만들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형식이자 환경이 문예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회를 제공하는 장으로서도, 마감을 강제하는 생산의 지면으로서도요. 분명 낡고 오래된 제도이고 기나긴 갱신과 변화의 시기를 거쳐오긴 했으나, 여전히 가장 빠르게 낱낱의 작품과 호흡할 수 있는 문학의 일선으로서 나름의 가치를 지니지 않나 생각해요. (p. 359)

■ 겨울호를 펴내며

함께 움직이면서


시에 대해 말하려면 여전히 다음처럼 순진한 질문이 떠오른다. ‘좋은 시는 무엇일까? 어떤 시가 새로운 시일까?’ 물론 답이 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답할 수 없는 이유는 좋은 시와 좋지 않은 시 사이에 아무 차이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당대의 시들이 항상 시의 기준을 바꾸고 새롭게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만들어지는 와중에 있는 시는 자기가 속한 사회, 장르, 시대, 세상, 말하는 방식에 의해 형성되는 동시에 자기 안에 작은 사회를, 장르를, 시대를, 세상을, 말하는 방식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부수기도 한다. 이때 시는 자신을 만드는 재료에 영향을 끼치면서 완결되는 법 없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무엇보다 만들어지고 있는 시가 자신을 평가하고 분석하는 기준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내므로, 움직이지 않는 외부의 기준에 비추어 그것을 분석하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한다면 시의 새로움을 놓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시 비평이 어려운 까닭은 비단 시가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만큼이나 비평도 움직이고 있기에 더욱 어렵다. 게다가 시와 비평의 움직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더욱 복잡해진다. 한 평론가가 어떤 시에 대해 ‘이것은 가장 당대적인 작품이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은 객관적인 사태를 지시하는 발화일 수 없다. 평론가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그 작품이 가장 당대적인 작품이 되도록 돕는다. 비평은 지금 만들어지는 시를 호명하고 해석하고 조명함으로써 어떤 방식으로든 시의 주조(鑄造)를 돕거나 닦달할 수 있다. 시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둔화시킬 수도 있다. 관측 행위가 관측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엄밀한 관찰이라도 총체적이거나 중립적인 관점이라 주장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시 비평에는 모종의 ‘불확정성 원리’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같이 움직이면서도 움직임을 관측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이번 『문학과사회 하이픈』은 그렇게 예측할 수 없는, ‘지금 만들어지는 시’를 관측하려는 분투를 요청했고 많은 문학평론가가 응답해주었다. 김보경의 「청년성과 사변 시의 형식—유선혜론」은 유선혜의 시에 나타난 “시대적·세대적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 그 감각을 탐색하면서 ‘허무주의의 세속화’나 ‘마조히즘의 모에화’처럼 시의성 있는 흥미로운 논점들을 짚어낸다. 자기혐오를 순치하는 ‘모에화’가 일종의 나르시시즘적 애착이라면, 유선혜의 시를 관통하는 종말론적 우울 정서와 ‘사변적 상상력’은 타자들을 불러들이며 역동적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분석은 유선혜의 시에서 말하는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입론으로도 읽힌다.
한여진의 시를 톺아보는 김영임의 「‘캔디 캔디’ 세대의 시학—한여진론」은 ‘세대’라는 말 혹은 세대론에 관한 고민으로 시작한다. 시의 변화에서 세대적 차이를 식별하면서도 그것을 “닫힌 구획”으로 과장하지 않으려 경계한다. 대신 화자의 모습에서 외롭게 생존해가는 ‘고아 어른’의 성격을 알아본다. 그 화자는 자신이 처한 사회적 상황 혹은 ‘이데올로기적 호명’에 의해 규정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황과 이데올로기를 국지적으로 바꿔나간다. 김영임은 그 화자의 “위악과 씩씩함”으로부터 “상처 이후의 삶을 말하기 위한 미학적 태도”를 읽어낸다.
송연정은 「빌려온 (검은) 고양이—신이인론」에서 그간 비평장에서 많이 이루어진 시에 대한 ‘비인간주의적’ 접근을 거슬러 “지극히 인간중심주의적인 관점”으로 신이인의 시를 읽겠다고 유쾌한 어조로 선포한다. 신이인 시에 나타난 ‘동물’들을 정상이나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의 은유적 초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이인의 시에서 인간의 ‘동물화’는 자기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의 해학적인 표현에 가깝다. 나아가 시인의 시에 나타난 외계인이나 신 역시 인간과 완연히 다른 타자이기보다는 생활세계에서 분투하는 시인의 모습, 결국 우리 모두의 모습과 친밀하게 겹쳐진다.
송현지의 「짓고 허물기─백가경론」은 백가경의 시에서 차원을 넘나드는 “무너짐과 생성”에 주목하면서 시를 읽는 자신의 비평적 방법론을 또한 쇄신하려 한다. 송현지는 백가경 시의 주요한 특징이 “독자의 위치를 이동시키려는 의도가 명시적으로 드러난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런 평론가의 글도 이동의 초대에 응하며 짓고 허물기를 반복한다.
조대한의 「또 다른 방─차현준론」은 한국문학에서 오랜 맥락을 지닌 ‘방’의 표상이 차현준의 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세밀하게 살펴본다. 차현준 시에서 방은 다양한 식물과 사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자 “새로이 지어지고 무너지고 조정되고 뒤바뀌며 넓어져”가는 공간이다. 그곳의 사물 혹은 공간 자체, 심지어 ‘나’의 몸마저 주인의 의지와 통제를 벗어나 말하고 행동한다. 그 방은 의식과 물질, 관념과 육체가 엎치락뒤치락 역동하며 긴장을 빚는 공간인 셈이다.
최가은의 「작은 죽음─송희지론」은 송희지 시에 나타난 고요하면서도 집요한 육감의 움직임이 어떤 경로와 동기로 움직이는지를 포착한다. 송희지 시의 에로틱한 움직임은 ‘나’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로 돌아오는 운동이지만 이것이 동일성의 닫힌 궤적은 아니다. 그것은 위태로운 “나–우리”를 지탱하는 에로스의 생산 과정이며 동일자로서의 ‘나’를 끊임없이 죽이는 일이기도 하다. 즉 송희지에게 ‘자기 정의’는 기성의 ‘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게이’라는 텍스트 하나를 쓰는” 과정이다.
최다영의 「기계 신의 종이 뇌: 킬 없는 원샷—조시현론」은 저자의 비평적 관심사인 ‘가속류’ 시와 그 유형을 설명하는 데 초반 분량을 쓰고 있다. 그다음 그 최근의 유형들에 비추어 조시현 시의 변별성을 파악한다. 최다영은 조시현의 시 세계에 나타난 “심신일원론”과 “유일신에게로의 일원화 지향”을 포착하며 시인의 시가 “고전적·전통적 주체를 유지하면서 휴머니즘적 세계를 구현하는 데 주력한다”고 본다. 그의 시에 나타난 로봇이나 인공 영혼도 상당히 인간적이고 ‘근대적’인 존재라는 발견이다. 흥미로운 논쟁점들을 담은 글이다.
최선교의 「보이는 것은 보이게,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게, 그러나─임유영론」은 정형화된 기대나 독법을 산뜻하게 벗어나는 임유영 시의 알쏭달쏭한 매력에 섬세하게 접근하는 글이다. 임유영의 시는 “교훈이나 의미” 혹은 “정형화된 패턴”으로 환원되지 않지만 “될 대로 해석하라는” 식으로 낱말들을 방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아주 작은 균열의 낌새를 포착하게 만드는” 디테일한 읽기로 독자를 초대하는데, 그런 읽기를 통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어떤 거창한 포즈가 아니라 “말을 앞서는 ‘느낌’”이다.
하혁진의 「기도와 비밀—여세실론」은 시인에 대한 믿음이 드러나는 따뜻한 글이다. 불완전한 인간의 언어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기도’와, 어떤 빈자리 혹은 ‘비밀’을 품고 있기에 역설적으로 구원될 수 있는 몸을 화두로 여세실의 시를 읽는다. 하혁진은 여세실의 시에서 ‘빈자리’를 품는 마음의 희귀한 경건함을 발견하면서 이 태도가 (AI의 언어처럼) 탈내면화된 ‘납작한’ 언어의 생산에 맞선다고 본다.
‘리듬’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끌어내는 황사랑의 「경계를 넘는 동시(同時) 감각의 리듬—김선오론」은 율격에서 벗어난 김선오 시의 리듬에 초점을 맞춰 특유의 변칙적 리듬이 기성의 법칙들, 이분법적 규범에서 빠져나오며 발생하고 ‘물’처럼 경계를 지우며 확장된다고 본다. 시인의 시는 어떤 고정된 정체성이나 사회적 규범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경계를 흔드는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황사랑은 그 리듬에 즐거이 동참한다.

문학이 정말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금 치열하게 씌어지고 있는 작품들이다. 본권에는 김기택, 함성호, 신해욱, 이기성, 유형진, 김소형, 안태운, 조용우, 고선경, 김사라의 시와 박선우, 예소연, 하가람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이승우의 장편 연재는 어느덧 3회를 맞이했다.
리뷰 지면에서는 강계숙, 박술, 안지영, 이경수가 지난 계절의 시집을, 김다솔, 박서양, 백지은, 이은지가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애정과 열정으로 섬세하게 읽어주었다.
올해로 문학과지성사는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50년은 그야말로 움직이는 문학들과 함께 변화해온 치열한 역사일 것이다. 뜻깊은 해를 맞아 김주연, 정과리, 우찬제, 조연정, 강동호, 이소, 홍성희가 좌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문학과지성사의 역사를 반추하며 문학과지성사의 정체성과 역할 그리고 문예지와 책의 장래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전승민, 전청림, 조대한, 소유정, 이희우의 또 다른 대담도 이어졌다. 이들은 평론(가)의 위치와 지속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비평과 문예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기쁜 소식을 전한다. 문지문학상 시 부문에 유선혜가, 소설 부문에 서장원이 선정되었다. 심사 경위와 심사평은 본권 지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선정된 작가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응원을 보낸다.

편집동인 이희우

「청년성과 사변 시의 형식―유선혜론」 _김보경
유선혜 시 특유의 세대 감각이 드러나는 허무주의는 이러한 세속화된 형식에 의해 한결 가볍고 산뜻해지지만, 그렇다고 그의 시에서 시적 주체가 느끼는 슬픔이나 고통까지 휘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형식은 여성 청년의 우울증이나 섭식장애와 같은 질환이 얼마나 일상화, 만성화되었는지 드러내는 동시에 정서적 결핍을 비롯한 정신 질환이나 장애를 자신의 실존이자 삶의 양식으로 수용하는 미학적인 방법으로 기능한다. 이어서 살펴볼, 시적 주체가 자신을 ‘모에화(萌え化)’하거나 사변 시의 형식을 통해 고통이나 우울, 비정상성을 미학화하는 양상 역시 이러한 방법론이 변주되는 또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캔디 캔디’ 세대의 시학―한여진론」 _김영임
한여진의 시적 화자는 자기호명을 거부하면서 복수의 ‘주체들’ 또는 ‘정체성들’이 가능하다는 언술을 통해 호명의 방식을 전유함으로써 이데올로기를 상호 구성하고 있다. 이 화자의 능동성은 “오래 살았다는 남자를 찾아가 그에게 손을 내밀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의 이름을 지어주게 될 나의 미래를” 상상하기까지 한다. 이데올로기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것들, 즉 “말랑한 것들, 역사가 아닌 것들, 기록되지 못한 것들, 내가 나일 수 없던 것들, 그것들에게 이름 붙여주는 일을 하겠다고”(「제목 없는 나의 노래와 시와 그림과 소설」) 상상하는 것은 스스로 이데올로기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나는 퉁명스럽고, 위악적이며, 용감무쌍하기까지 한 이 화자들이 사랑스럽다.

「빌려온 (검은) 고양이―신이인론」 _송연정
신이인의 시에 출몰하는 비인간 존재를 ‘나’로 바꾸어 읽어보는 독법이 다소간 유효할 수 있음은 인용한 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첫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검은 머리 짐승 사전」에서 화자는 시집을 안내하는 도슨트로서 발화하고 있는 듯하다. ‘일인칭 장르’라는 시의 특질에 기대어 본다면, “내가 아는 가장 큰 짐승”이란 다름 아닌 ‘나’ 자신일 것이다. 인두겁을 쓰고 있지만, 그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짐승” 같은 ‘나’에게 화자는 속삭인다. “착하지. 예쁘지. 아이 잘한다. 가만있어라. 소란 피우면 죽인다.” 화자는 이 “짐승을 사랑”하고 짐승이 자신의 전부라고 여기기에, “짐승에 대해 말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목차

| 본권 |
겨울호를 펴내며


김기택 바다는 얼마나 많은 파도를 낭비했을까 외 1편
함성호 슬픔을 발음하는 법 외 1편
신해욱 천 개의 매들린 외 1편
이기성 시 읽는 사람 외 1편
유형진 마트료시카 시침핀 연구회 25 외 1편
김소형 밤의 노트에 남은 슬픈 사람들 외 1편
안태운 얼굴들 님들 장면들 외 1편
조용우 살아 있는 느낌 외 1 편
고선경 러브 온더록스 외 1편
김사라 쥐새······ 외 1편

소설
박선우 매미와 나비
예소연 추운 뺨에 더운 손
하가람 브라운 코트
이승우 집으로 가는 중[장편 연재 3회]

리뷰
강계숙 세계의 참혹이 얼굴을 드러낼 때, 운명의 지침은 그대를 향해
—강성은, 『슬로우 슬로우』(봄날의 책, 2025)
—심보선, 『네가 봄에 써야지 속으로 생각했던』(아침달, 2025)
박술 열린 채로 배달되는 상자
—김혜순, 『싱크로나이즈드 바나 아네모네』(난다, 2025)
안지영 ‘미래-없음’에서 살아남기
—봉주연, 『우리는 모두 이불에서 태어난걸요』(문학과지성사, 2025)
—오은경, 『둘이 거리로 나와』(문학과지성사, 2025)
이경수 안간힘을 쓰지 않는 삶과 시
—문태준, 『풀의 탄생』(문학동네, 2025)
—김선우, 『축 생일』(문학과지성사, 2025)
김다솔 한가운데에서 걸어 나가기
—정기현, 『슬픈 마음 있는 사람』(스위밍꿀, 2025)
—박솔뫼, 『영릉에서』(민음사, 2025)
박서양 식사를 합시다, 잘 싸우기 위해
—이서수, 『그래도 춤을 추세요』(문학동네, 2025)
—염승숙,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미래』(문학과지성사, 2025)
백지은 바쳐질 사랑
—이희주, 『크리미(널) 러브』(문학동네, 2025)
—박지영,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현대문학, 2025)
이은지 영원한 반복 속에서
—민병훈, 『어떤 가정』(문학동네, 2025)
—윤해서, 『물은 끓고, 영원에 가까워진다』(문학과지성사, 2025)

기획 특집: 문학과지성사 창립 50주년 기념 좌담
김주연·정과리·우찬제·조연정·강동호·이소·홍성희 기억과 전환의 장소에서
전승민·전청림·조대한·소유정·이희우 미래를 지속하기 위해

2025년 문지문학상 발표
유선혜 모텔과 인간 외 3편
서장원 히데오

색인
정기 구독 안내


| 하이픈 | 움직이는-관측

김보경 청년성과 사변 시의 형식─유선혜론
김영임 ‘캔디 캔디’ 세대의 시학─한여진론
송연정 빌려온 (검은) 고양이─신이인론
송현지 짓고 허물기─백가경론
조대한 또 다른 방─차현준론
최가은 작은 죽음─송희지론
최다영 기계 신의 종이 뇌: 킬 없는 원샷─조시현론
최선교 보이는 것은 보이게,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게, 그러나─임유영론
하혁진 기도와 비밀─여세실론
황사랑 경계를 넘는 동시(同時) 감각의 리듬─김선오론

  회원리뷰

리뷰쓰기

    이 분야의 신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