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출판사 난다의 어느덧 세 살이 된 시의적절 시리즈 2026년 1월의 주인공은 2019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2025년 제43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한여진이다.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한 해를 시작하는 책으로 그의 첫 산문집 『떡을 먹이고 싶은 마음』을 선보인다.
1월 1일부터 1월 31일에 맞춰 겨울, 1월, 눈과 얼음, 추위, 시쓰기, 사랑, 여성, 건축에 관한 14편의 시와 에세이, 일기를 실었다. 십여 년을 건축 엔지니어로 일해온 시인에게 겨울은 끝없는 눈이 내리는 계절. 컨테이너, 카고 트럭, 라바콘, 발전기, 분전반 위, 아무것도 없는 대지 위에도, 무언가가 지어지고 있는 대지 위에도 눈이 쌓인다.
내리고 쌓이는 눈, 얼어버린 눈, 녹기 시작한 눈은 현장의 공사를 멈추고 지연시키더니 기어코 발목을 잡아채 과거로 내달리게 만든다. 시인은 생각한다. 한쪽이 멈춰야 다른 한쪽이 움직이는 게 가끔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첫 건축 설계 수업에서 주어졌던 과제는 나만의 공간 찾기.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건축이 시작된다.
개인적인 공간은 대체 뭘까. 얼마 전까지 청소년이었던 입장에서 그 어느 곳도 아주 잠시 자기만의 순간을 보낼 수 있을 뿐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막차 타고 집에 가다 세상 모르게 잠드는 잠깐, 요가 매트 위에서 사바아사나를 하며 늘어지는 순간, 다음 막이 오르길 기다리는 암전의 시간, 공사 현장에서 혼자 비계를 오르내리며 외벽 점검을 하는 순간. 하지만 이 모든 순간은 어느 때고 쉽게 깨진다. 삶에는 타인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시인은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생각을 하다 그 머릿속은 몇 평이나 될까 헤아려본다.
출판사 리뷰
• 편집자의 책소개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첫번째 이야기!
시인 한여진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1월의, 1월에 의한, 1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사랑하는 너에게 무언가를 잔뜩 먹여야지
나는 떡을 사오겠다며 밖을 나선다
눈을 뜨면 꿈밖이다
나는 또 눈 덮인 고원에 혼자 서 있다
출판사 난다의 어느덧 세 살이 된 시의적절 시리즈 2026년 1월의 주인공은 2019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2025년 제43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한여진이다.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한 해를 시작하는 책으로 그의 첫 산문집 『떡을 먹이고 싶은 마음』을 선보인다. 1월 1일부터 1월 31일에 맞춰 겨울, 1월, 눈과 얼음, 추위, 시쓰기, 사랑, 여성, 건축에 관한 14편의 시와 에세이, 일기를 실었다. 십여 년을 건축 엔지니어로 일해온 시인에게 겨울은 끝없는 눈이 내리는 계절. 컨테이너, 카고 트럭, 라바콘, 발전기, 분전반 위, 아무것도 없는 대지 위에도, 무언가가 지어지고 있는 대지 위에도 눈이 쌓인다. 내리고 쌓이는 눈, 얼어버린 눈, 녹기 시작한 눈은 현장의 공사를 멈추고 지연시키더니 기어코 발목을 잡아채 과거로 내달리게 만든다. 시인은 생각한다. 한쪽이 멈춰야 다른 한쪽이 움직이는 게 가끔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첫 건축 설계 수업에서 주어졌던 과제는 나만의 공간 찾기.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건축이 시작된다. 개인적인 공간은 대체 뭘까. 얼마 전까지 청소년이었던 입장에서 그 어느 곳도 아주 잠시 자기만의 순간을 보낼 수 있을 뿐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막차 타고 집에 가다 세상 모르게 잠드는 잠깐, 요가 매트 위에서 사바아사나를 하며 늘어지는 순간, 다음 막이 오르길 기다리는 암전의 시간, 공사 현장에서 혼자 비계를 오르내리며 외벽 점검을 하는 순간. 하지만 이 모든 순간은 어느 때고 쉽게 깨진다. 삶에는 타인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시인은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생각을 하다 그 머릿속은 몇 평이나 될까 헤아려본다. 머릿속에서라면 뭐든 할 수 있지. 아무도 모르게. 발 하나 겨우 디딜 수 있는 점 위에 서서. 이렇게 가장 작으면서도 역설적이게 가장 큰 곳,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1월 9일 자기만의 방). 시인에게 백지는 설산과도 같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씨를 남기는 우리. 글을 쓸 때마다 하얀 설산을 아주 느리게 내딛는 것 같다. 앞은 아득하고 뒤를 돌아보면 떠난 적도 없는 나와 화이트아웃(작가의 말). 떡집을 둘러보는 걸 좋아하는 시인은 콩떡을 보며 고개를 내젓기도 하고 막 뽑은 가래떡을 보며 이거 구워서 김에 싼 다음 꿀 살짝 찍어먹으면 맛있는데 생각한다. 시인은 자신을 군더더기 많은 사람, 군더더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시루떡을 먹다 떨어진 팥고물 가루를 손가락으로 찍어 다시 입에 넣는 사람이 자기일 거라고(1월 1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떡을 먹이고 싶은 마음). 어느 날 밤에는 참을 수 없는 마음으로 극장에 간다. 눈앞에 펼쳐진 스크린의 푸른 불빛에 몸속 깊이 웅웅 울던 바람이 잦아든다. 오래된 극장 안에서 잠에 든다. 꿈속에서 다시 네가 나왔다. 너에게 무언가를 잔뜩 먹여야지. 나는 떡을 사오겠다며 밖을 나선다. 눈을 뜨면 꿈밖이다. 너에게 줄 수 없는 떡, 하얀 콩고물이 가득 묻은 떡을 와구와구 먹는다. 이 여자는 뭐야. 꿈을 꾸는 중이야(1월 5일 어느 꿈속에 흘리고 온 겨울 배추).
•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전국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하루 한 편의 글을 읽고 시를 심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시의적절’은 어느덧 세 살을 맞았습니다.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보다 탄탄한 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인들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올해 시의적절의 표지는 화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매일같이 뼈대를 곧추세우고 마음을 쓰듯 몸을 쓰는 화가인 그의 그림은 아주 솔직하고도 담백한 어떤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매일을 사뿐히 걸어가는 시의적절과 결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화가 노석미의 그림은 ‘사귐’을 자아냅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까이 지내는 일.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그림을, 마침내 글과 그림을 사귀게 할 그가 열두 달 시의적절을 장식합니다.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6년 시의적절의 표지는 글과 그림을 다루는 작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겨울로 돌아가 그 하얀 눈밭에 홀로 나 자신을 내팽개치고 싶다. 거기에 얼굴을 푹 파묻고 고함을 지르고 입속에 생쌀 대신 차디찬 눈 한 송이 머금고 꿀꺽 삼켜보는 것이다. 손과 발을 아이처럼 파닥이며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커다랗게 어리광을 피우는 것이다. 시린 눈에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을 들면 세상은 아무 일 없었던 듯 고요하겠지.
_작가의 말 「미리보기」 부분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쓰는 연습이 필요한데 그른 것 같다. 나는 군더더기가 많은 사람이고 게다가 군더더기를 좋아한다. 시루떡을 먹다 떨어진 팥고물 가루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찍어 다시 입으로 넣는 사람이다. (이 시루떡 이야기 또한 얼마나 쓸데없는가.) 바닥에 흘린 팥알들처럼 내가 쓴 허술한 문장들을 보면 정신이 바짝 든다. 이런 문장을 쓰며 살 순 없다.
_「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떡을 먹이고 싶은 마음」 부분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말을 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아직도 어색한 일이다. 이 좋은 날 여기 앉아 제 이야기를 들으셔야 한다니…… 괜찮으시겠어요? 정말요? 하지만 그때 마주치는 얼굴들이 참 좋다.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는, 또는 느닷없이 사랑을 마주칠 준비가 된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못돼먹은 내 마음 한구석도 말랑해진다.
_「이게 다 사랑 때문이다」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한여진
2019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가 있다.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작가의 말 ─ 미리보기 7
1월 1일 시 ─ 새해 복 많이 받아 15
1월 2일 에세이 ─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떡을 먹이고 싶은 마음 19
1월 3일 시 ─ 만사형통 27
1월 4일 시 ─ 겨울방학 31
1월 5일 에세이 ─ 어느 꿈속에 흘리고 온 겨울 배추 35
1월 6일 시 ─ 어느 꿈공간 45
1월 7일 일기 ─ 겨울잠 겨울꿈 49
1월 8일 일기 ─ 출근길 61
1월 9일 에세이 ─ 자기만의 방 65
1월 10일 일기 ─ 완벽한 가방 73
1월 11일 시 ─ 나의 태몽은 멍 79
1월 12일 에세이 ─ 이게 다 사랑 때문이다 85
1월 13일 시 ─ 겨울 손님 95
1월 14일 일기 ─ 이곳은 그곳과 저곳의 사이 101
1월 15일 시 ─ 정월 109
1월 16일 시 ─ 경로이탈 113
1월 17일 에세이 ─ 경로이탈 117
1월 18일 시 ─ 대청소 129
1월 19일 일기 ─ 쓸고 닦는 밤 133
1월 20일 일기 ─ 미워하는 마음, 그 너머에도 141
1월 21일 시 ─ 백지 앞에서 151
1월 22일 에세이 ─ 대단한 비밀도 아니면서…… 157
1월 23일 시 ─ 희, 에게 165
1월 24일 일기 ─ 시간 여행 171
1월 25일 에세이 ─ 살구 밟기 183
1월 26일 시 ─ 남은 나는 189
1월 27일 일기 ─ 퇴근길 197
1월 28일 에세이 ─ 나의 안나푸르나에게 201
1월 29일 시 ─ 수련회 213
1월 30일 에세이 ─ 피고 지는 217
1월 31일 시 ─ 봄날의 아무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