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AI와 전기차, 로봇산업 등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열리며 전기 에너지는 미래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전력 기반 산업들이 소비하는 대량의 전력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속에서, 지금까지 논란의 중심이었던 전력 생산이 아니라 앞으로는 ‘송전’이 더 시급한 화두라는 주장이 대두된다. 현재 한국은 전기를 수송할 길이 없어 생산된 전기가 버려지고, 수도권 데이터센터 같은 중요한 산업들이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션 그리드: 전기 고속도로와 전력망의 미래》는 그 해법으로 해상 전력망, 즉 오션 그리드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기존처럼 육상 전력망에만 의존한다면 점점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전부 감당하지 못할 것이며, 새롭게 열리는 전기의 시대에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이제 전력망이 바다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전기화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전력망의 미래를 둘러싼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전기 위기는 송전망에서 먼저 온다
- 발전소 2년, 송전선로 10년
AI의 시대는 전기로 움직인다.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AI 산업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이와 더불어 휴머노이드 로봇과 전기차 역시 빠르게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기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논쟁이 뜨겁다.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발전원으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진영이 팽팽히 맞선다. 그런데 전기를 만드는 것보다 더 시급한 난제가 있다. 바로 전기를 보내는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전기 위기가 발생한다면 생산이 아니라 송전망에 먼저 발생할 것이다.
수도권의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해 증설하려던 동서울 변전소가 좋은 예다. 주민 반대와 이에 호응한 지자체와의 행정소송으로 4년 넘게 발목을 잡혀 있다. 발전소는 2년이면 가능하지만 송전선로 하나를 건설하는데 10년이 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AI시대, 수도권에 필요한 전기를 끌어올 송전로를 확보할 수 있을까? 전력망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달렸있다. 전력망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사회수용성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대안은 바다 너머에서 몰려오는 전기
오션 그리드의 패러다임
기존의 육상 중심 전력망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나온 대안이 해상전력망이다. 상대적으로 주민반발이 적어 짧은 시간 안에 구축할 수 있고, 현재 호남권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 공급하기에 적합하다. 2030년까지 1단계로 새만금에서 서화성 구간을 잇는 이 사업은 2040년 한반도 해안을 U자형으로 확장하는 해상전력망 구축의 초석이다. 이 책은 해상전력망 U-그리드를 단순한 전력 공급 기술이 아니라, 전기를 둘러싼 사회수용성을 변화시킬 전략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를 한국형 해상전력망 U그리드 전략이라고 이름 짓는다.
전기 생태계를 보는 새로운 눈
이 책은 전력망이라는 딱딱하고 기술적인 주제를 위기–수요–기술–전략–미래로 접근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전기의 중요성을 알기 쉬우면서도 미래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오션 그리드의 핵심인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초고압직류송전) 기술을 단순한 공학적 해법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저케이블, 변환설비, 제어·보호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전력망 산업 생태계를 함께 조망한다. 이를 통해 전력망은 비용 부담의 대상이 아니라, 첨단 제조업과 기술 경쟁력이 결합된 새로운 성장 산업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전기 시대의 리더 기업’을 소개하며, 글로벌 전력망 구축을 이끌고 있는 주요 플레이어들의 역할과 전략을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주민을 반대자에서 주주로: 유럽이 보여준 길
그렇다면 사회수용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 사례는 실마리를 보여준다. 이 지방에서는 발전 사업자가 터빈 1기당 일정 금액을 지역 펀드에 납부한다. 그 펀드는 마을의 학교, 도서관 등을 지원하고 청년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해 사용된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에게 풍력 프로젝트의 투자 우선권을 준다는 점이다. 그들은 발전소의 주주가 되어 매년 배당금을 받는다. 이는 풍력 발전의 이익이 주민 공동의 자산이 되는 순간이다. 유럽 각국은 이러한 주민 참여를 도입해 전력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200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면서 2038년까지 송전망 구축에 72조가 넘는 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한국전력에게 이러한 유럽의 사례는 비용 조달과 사회수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한다. 책은 유럽의 전력망 전략을 단순한 모범 사례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지리적·산업적 조건에 최적화된 해법으로 재구성한다.
한국 전력망의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해상 전력망으로 전력망의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이 패러다임의 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전기산업의 특성상 기술적 내용이 많고, 관련 기업 역시 일반 대중과 접촉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이 의미를 빠르게 깨달을수록 AI시대와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양방향으로 전기를 흐르게 하는 HVDC 송전기술은 당장은 한국에서만 흐르지만 언젠가 중국,일본,러시아를 잇는 동북아 그리드로도 활용될 수 있다. 한국형 해상전력망 U-그리드 전략은 단순히 전기를 보내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술·산업·사회가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전력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 책은 그 전환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영삼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기술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근무하며 반도체, 로봇, 산업입지, 인력과 관련된 산업 정책 전반을 담당했다. 재직 중 경영학과 기술정책학을 공부하면서 기술·산업·제도와 함께 사회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확립했다. 공직 이후에는 사모펀드(PEF) 케이스톤파트너스 부대표로 재직하며 투자와 기업 전략을 경험했고, 투자컨설팅사를 창업해 산업·인프라·에너지 분야에 대한 자문과 투자 활동을 수행했다. 현재는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부회장으로서 해상 전력망과 초고압 직류 송전(HVDC) 산업 생태계 조성, 민관협력 기반의 전력망 구축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과 AI 시대를 맞아 전력망을 기술·산업·정책·금융이 결합된 국가 전략 인프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집필과 자문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은이 : 유지선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에서 해상 전력망과 초고압 직류 송전(HVDC) 산업을 담당하는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해상풍력과 전력망의 연결, 해저 케이블과 해상 변전소, 전력망을 둘러싼 정책과 제도 변화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세미나와 산업 토론회, 정책 간담회 등에서 산업계와 연구기관, 정부의 논의를 현장으로 이으려 노력해 왔다. 복잡한 전력망 이야기를 산업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주력하며, 이 책을 통해 ‘오션 그리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