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다큐멘터리 구성 작가이자 독립 영화 감독으로 활동해 온 노여래 작가의 신간 에세이 『연극하는 날』이 걷는사람 에세이 시리즈 3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신간은 서울역 인근 노숙인 센터 이용자들이 결성한 아마추어 극단 ‘연필통(연극으로 필이 통하는 사람들)’이 지난 13년간 걸어온 시간을 기록한 다큐 에세이다.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에세이 31
노여래 다큐 에세이 『연극하는 날』 출간
“연필통이란 ‘연극으로 필이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에서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단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지은, 국내 최초 ‘노숙인 극단’의 이름이었다.”
2012년 가을, 현실적인 어려움과 갈등 속에서
극단 연필통은 첫 번째 정기 공연을 무사히 올릴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구성 작가이자 독립 영화 감독으로 활동해 온 노여래 작가의 신간 에세이 『연극하는 날』이 걷는사람 에세이 시리즈 3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신간은 서울역 인근 노숙인 센터 이용자들이 결성한 아마추어 극단 ‘연필통(연극으로 필이 통하는 사람들)’이 지난 13년간 걸어온 시간을 기록한 다큐 에세이다.
2012년 봄, 거리와 쪽방을 오가던 사람들이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모였다. 시의 임시주거 지원으로 방 한 칸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구하던 이들에게 무대는 외로운 삶을 버티게 하는 유일한 위안이자, 다시 공동체를 만들어 안정적으로 살고자 하는 희망의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생계의 압박과 관계의 갈등 속에서 단원들은 하나둘 극단을 떠나기 시작하고, 가을로 예정된 첫 정기 공연은 무사히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에세이 『연극하는 날』은 이러한 극단 연필통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기록한다.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 〈연극하는 날〉에 미처 담지 못했던 무대 밖의 시간들, 연극을 매개로 서로를 기다리고 붙잡으며 때로는 기꺼이 놓아주어야 했던 삶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이다. 연습실과 쪽방, 공연장과 거리 사이를 오가며 이어지는 이 기록은 하나의 연극이 완성되어 가는 궤적이자,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지탱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사회적 기록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연필통의 험난하지만 의미 있는 여정에 동행하며, 가난이 동반하는 피로와 외로움에 지친 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반복되는 좌절과 비관을 넘어서려는 개인을 위해 공동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되새겨 보게 된다. 또한 극단 활동을 위해 연극 교육과 사회 복지를 맡았던 이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지역문화예술교육사업의 현실과 사회 복지 현장에서 예술이 지니는 의미를 함께 돌아보게 한다.
그리하여 『연극하는 날』은 극단 연필통의 역사를 기록한 책인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묻는 또 하나의 작업으로 완성된다. 극단 연필통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따뜻한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언론 노출 문제를 놓고 벌어진 이날의 토론은 공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격렬했다.
“실제로 언론에는 극단 연필통이라고 하기보다 그냥 ‘노숙인 극단’이라고 많이 나왔단 말이죠. 우리가 지금 노숙인이야?”
“그런데 노숙인 극단이라는 게 전혀 안 맞는 이름은 아니다 이거지.”
마당쇠의 하소연에 또래인 은하별이 곧바로 대꾸했다.
“나중에는 노숙인이라는 딱지는 사라지고 연필통만 남지 않을까요?”
“뉴스에서도 노숙인 ‘출신’이라는 표현을 썼던데, 아무리 잘해도 ‘노숙인’이라는 타이틀은 계속 따라올 거 같다는 거죠.”
―「시작」 부분
뜻밖의 일격에 당한 항아리가 별수 없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다른 단원들이 웃으며 박수를 쳤다. 항아리에게서 뺏은 의자에 앉은 은하별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다음 도전자를 기다렸다. 제비를 뽑아 다음 차례가 된 늘보는 고민하는 얼굴로 은하별에게 다가갔다.
늘보 아저씨, 열차 시간 끝났습니다. 여기 서울역 대합실이니 나가 주세요. 새벽엔 문 닫아야 돼서요. 보니까 노숙자 아저씨 같은데… 대합실 청소를 해야 되니까요.
은하별 서울역? …내가 서울역 대합실에서 늘 느끼는 건데… 우리가 여기 의자에 앉아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늘보 이… (말을 잇지 못한다. 어딘가를 향해) 여기 이 사람 쫓아내요! (호루라기 부는 시늉)
은하별 (누울 듯이 앉아 뻗대며) 여 봐! 나도 여기 앉을 자격 있는 사람이요. 서울역이 특별한 곳이요?
―「서울역에서 만난 사이」 부분
올레의 질문을 받은 시나브로는 복잡한 표정이 되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연락이 왔어요. 선생님들한테 인사나 하고 가라고 했는데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냉정한 면이 있더라고. 잘하는데 아까워요. 걔는 거기가 끝인가 봐요.”
(…)
“시나브로 쌤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번 공연 후에도 연극을 계속하실 건가요?”
“저는 너무 와 버렸어요. 연극이 너무 와 버렸어. 연필통이 안 좋은 일로 없어지면 슬플 거 같아요. 여자 친구가 날 버린다고 해도 슬프지 않을 것 같은데 연극을 못 한다면….”
―「연극이 너무 와 버렸다」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노여래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와 서강대 영상대학원을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구성 작가 및 독립 영화 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 및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사이자 에듀케이터이다. 저서 『KT—1 프로젝트』 『수리온』을 펴냈고, 영화 〈슈퍼맨의 희망사항〉 〈연극하는 날〉의 연출을 맡았다.
지은이 : 극단 연필통
‘연’극으로 ‘필’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12년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가 함께 진행한 노숙인 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만든 아마추어 극단이다. 연극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함께하며 공동체와 소통하고 서로 치유하고자 한다.http://cafe.daum.net/feeling-family
목차
프롤로그
1장. 소개의 글
1. 시작
2. 우리가 노숙인이야?
3. 첫 번째 정기 공연 D-119
2장. 등장인물
1. 서울역에서 만난 사이
2. ‘노숙인 극단’이라고 안 하면 안 될까요?
3장. 기획 의도
1. 우리가 만드는 연극은
2. 사람들은 떠나고
4장. 출연
1. 연극이 너무 와 버렸다
2. 너를 받아 준 사람들이잖아
3. 이러자고 연극하는 게 아닌데
4. 다시 무대로
에필로그
덧붙이는 글
1. 극단 연필통 공연 기록
2. 화양연화-연필통 사람들/전기송
3. 자리를 지켜 내고자 했던 사람들/이주희
4. 자기 속의 자기가 풀어지는 희열/지연화
5. 배우가 된 거리의 사람들/박상병
6. 영화로, 다시 책으로 말하기/노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