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시리즈 4권. 술병에 ‘유체이탈’이 겹친 용왕, 설왕설래 어전회의, 충심에 살고 충심에 발등 찍는 자라, 무늬만 제왕 호랑이, 사기꾼 여우, 묻지 마 횡포 다람쥐, 벼슬바람 든 토끼 등 무능한 권력과 정치에 대한 풍자가 빼곡한 「토끼전」, 그 본래의 정신을 살려 오늘의 한국어로 옮기고 이야기 속 역사.정치.문화 면면을 풀었다.
저자는 총 8개 부록과 친절한 해설을 통해 오늘의 시선으로 작품을 읽도록 다리를 놓고 있다. 자라와 토끼의 생물학적 위계나 습성뿐 아니라 문화적 상징까지 살펴보고, 조선 시대의 수산 문헌 「우해이어보」, 「자산어보」, 「난호어목지」 , 「삼국사기」 속 구토지설, 구한말의 불온도서 우순소리(이솝우화), 우화와 풍자의 위대한 발자취 「이솝 우화」와 「동물 농장」까지 살펴본다.
그런 과정에서 책에 실린 다양한 문헌, 그림 들은 작품을 보다 감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낯설고 어렵기만 한 조선 관직 체계와 바다생물들의 명칭은 현실감 있게 풀고, 자유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풍자 앞에서 취한 권력자들의 태도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무능한 권력, 묻지 마 범죄, 흙수저의 반란
인간 사회의 총체적 모순과 통찰이 담긴
우리 고전문학의 백미이것은 동화가 아니다! 술병에 ‘유체이탈’이 겹친 용왕, 설왕설래 어전회의, 충심에 살고 충심에 발등 찍는 자라, 무늬만 제왕 호랑이, 사기꾼 여우, 묻지 마 횡포 다람쥐, 벼슬바람 든 토끼…… 무능한 권력과 정치에 대한 풍자가 빼곡한 『토끼전』, 그 본래의 정신을 살려 오늘의 한국어로 옮기고 이야기 속 역사·정치·문화 면면을 풀었습니다.
왜 용왕은 평생 바다 볼 일 없는 뭍사람들에게 두려운 대상이었나? 왜 조선 사람들은 거북 대신 자라를 선택했을까? 왜 먹이사슬 밑바닥 동물 중 하필 토끼를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동아시아에도 인어가 있었을까? 『이솝 우화』가 조선 말 불온도서로 금지된 이유는 뭘까?
장마다 실린 부록에서 저자는 이처럼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지며 누구나 잘 안다고 믿는, 그러나 만만한 옛이야기인 양 터부시된 우리 고전의 참맛을 음미해 보자고 ‘슬로 리딩’을 제안합니다.
먹이사슬 밑바닥에서 온 주인공,
금수저에 똥을 내밀다『삼국사기』에는 신라 외교관 김춘추의 허를 찌르는 고구려 탈출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구려에 나포되어 있던 김춘추는 ‘선도해’가 들려 준 토끼와 거북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살려 주면 고구려 영토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바치겠다’는 거짓말로 보장왕을 속이고 무사히 신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오늘날 ‘구토설화’라고 부르는 선도해의 이야기는 『토끼전』의 뼈대라고 전해지지요. 그런데 혹시 아시나요? 고대 인도 설화는 원숭이와 그의 염통을 탐하는 용왕 콤비, 고대 이란과 메소포타미아 지역 설화는 원숭이와 그의 간을 탐하는 거북 콤비가 그와 유사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물짐승에게 속아 죽을 뻔한 뭍짐승이 다시 물짐승을 속여 살아난다는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의 원형 중 하나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끈질긴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이 책은 조선 후기 민중의 공동 창작 작품인 판소리계 소설 『토끼전』으로 그 묘미와 의미를 추적해 봅니다. 예컨대 소리꾼들이 ‘어전 장면’이라 따로 부르며 특히 공들여 연출하는 판소리 대목을 보면 축약형 줄거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토끼전』의 날선 정신이 느껴집니다.
“내가 용왕이냐 어물전 주인이냐”
이 말은 『토끼전』에서 용왕이 제 병을 치유할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와중에 입궐한 벼슬아치를 보고 하는 혼잣말입니다. 용왕은 술병으로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이는 조선 후기 사치와 향락의 분위기를 옮겨 담은 설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금주령은 왕실과 벼슬아치가 먼저 어기고, 서울에서 유통되는 쇠고기와 생선 가운데 절반 넘는 양이 술안주로 허비되는 한편, 백성에 대한 수탈은 한층 더 심해지던 시기, 권위를 잃은 임금과 지배계급의 모습은 ‘봉숭아 학당’ 뺨치는 어전회의로 소환됩니다. “내가 용왕이냐 어물전 주인이냐”라며 제게서 나는 비릿한 냄새는 알아채지 못하고 벼슬아치들을 조롱하는 용왕! 그리고 용왕의 말꼬리마다 ‘아니되옵니다’ 아니면 눈 가리고 아웅에 다름없는 제안을 연발하는 지도층의 모습! 이 장면은 웃음이 어떻게 풍자가 되는지를 의미심장하게 보여 줍니다.
하지만 『토끼전』 속 풍자의 칼날은 단순히 지배계급만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풍자는 지배계급과 함께 한 사회의 일원으로 사는 보통 사람들의 현실과 마음을 향하고도 있습니다. 풍자는 한군데 고여 있지 않고, 용왕-수궁 벼슬아치-자라-산군-산속 짐승-토끼를 타고 흐릅니다. 고비마다 흥미롭게 엮은 대화는 독자로 하여금 다음 상황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합니다. _ 본문 144쪽
결국 『토끼전』은 강한 존재와 약한 존재의 대립, 계급과 계급의 대립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인간 세상 전체를 풍자하는 데까지 그 외연을 넓혀 갑니다. 때로는 ‘토끼전’ 때로는 ‘별주부전’ 때로는 ‘토별전’이라는 각기 다른 이름을 지닌 것도 이 작품을 창작했던 이들의 다양한 시선과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120여 가지가 넘는 무수한 판본 중에서도 이 책은 신재효의 판소리 대본 「토별가」, 김연수 명창의 판소리 대본 「수궁가」를 참고해 인물의 개성과 극적 장면 묘사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역사·정치·문화의 창을 통해 읽는 ‘우화와 풍자의 전통’고전이 어렵고 지루한 이유는 그 맥락을 읽어 낼 배경지식이 충분치 않아서입니다. 저자는 총 8개 부록과 친절한 해설을 통해 오늘의 시선으로 작품을 읽도록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자라와 토끼의 생물학적 위계나 습성뿐 아니라 문화적 상징까지 살펴보고, 조선 시대의 수산 문헌 『우해이어보』 『자산어보』 『난호어목지』 , 『삼국사기』 속 구토지설, 구한말의 불온도서 우순소리(이솝우화), 우화와 풍자의 위대한 발자취 『이솝 우화』와 『동물 농장』까지 살펴봅니다.
그런 과정에서 책에 실린 다양한 문헌, 그림 들은 작품을 보다 감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낯설고 어렵기만 한 조선 관직 체계와 바다생물들의 명칭은 현실감 있게 풀고, 자유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풍자 앞에서 취한 권력자들의 태도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고 약한 토끼의 태생적 특징은 보통 사람들의 공감과 응원을 이끄는 밑절미가 되고, 이는 다시 권력을 쥐고 보통 사람들을 지배하는 계급과 그 계급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계급 간의 대립으로 상징 세계를 넓히지요. 세부로 들어가면 분수에 맞지 않게 잘 먹고 잘살 망상을 하다가 신세를 망치는 보통 사람의 약점이 드러나는가 하면, ‘간 빼고도 살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에 속는 권력자의 한심함이 드러납니다.
누가 오나 먼 데 보는 눈, 뭐가 있나 쫑긋 세운 귀, 무얼 찾나 킁킁대는 코, 밤과 도토리 주워 먹는 입, 사냥개로부터 달아나는 데 쓰는 다리, 사람 쓰는 붓감이 되곤 하던 털 따위를, 전복은 가르치고 화공은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 소개
저자 : 고영
대학에서 한문과 중세 한국어 자료를 두루 읽고 공부했다. 학창 시절에는 판소리 및 대본, 판소리계 소설, 현대 한국어 희곡과 오페라 및 대본에 빠져 지냈다. 오랫동안 동아시아 한문 고전과 역사 자료를 편집하면서 ‘샘깊은오늘고전’을 기획했으며, 한국 한문학 작품 및 중세 한국어 작품을 번역하는 일도 하고 있다. 요즘은 최근 100년간의 음식 문헌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펴낸 책으로 《다모와 검녀》, 《샛별 같은 눈을 감고 치마폭을 무릅쓰고-심청전》, 《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장화홍련전》, 《높은 바위 바람 분들 푸른 나무 눈이 온들-춘향전》, 《게 누구요 날 찾는 게 누구요-토끼전》, 《반갑다 제비야 박씨를 문 내 제비야-흥부전》이 있다. 이 가운데 《토끼전》은 2016년 세종도서로 선정되었다.
목차
놀고 놀고 또 놀더니만 27
----- 〈이야기 너머〉 왜 하필 용왕일까? 35
뒤죽박죽 옥신각신 물속 회의 47
----- 〈이야기 너머〉 어물전에서 본 조선 관직 체계 62
토끼 그림만 있다면 75
----- 〈이야기 너머〉 봉숭아수궁 ‘비상대책어전회의’ 80
물속 라를 떠나 뭍으로 89
----- 〈이야기 너머〉 ‘자라’야, 넌 누구니? 98
먹지 않으면 먹히는 산속 회의 105
----- 〈이야기 너머〉 산중호걸이라는 호랑님의 실체 113
토끼야 수궁 가자 123
----- 〈이야기 너머〉 ‘토끼’야, 넌 누구니? 135
내 나이 990 147
----- 〈이야기 너머〉 신라 토끼 김춘추의 고구려 탈출기 166
바다 저 멀리서 들리는 소문 177
----- 〈이야기 너머〉 이솝우화는 어떻게 불온도서가 되었나?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