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 21권. 「변강쇠전」은 판소리 여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변강쇠가'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겉으로는 남녀 간의 사랑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음란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선 시대 하층 유랑민의 욕구와 그 비극적인 삶의 일면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19금’ 내용을 적절히 조절하여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이야기 속 이야기’에서는 장승과 장승 문화 이야기, 조선 후기의 의료 생활 이야기, 조선 시대의 열녀 담론, 그리고 조선 후기의 연희 집단을 함께 소개한다.
출판사 리뷰
천하 잡놈 변강쇠, 장승들의 복수로
온몸에 병이란 병은 죄다 뒤집어쓰고 죽다
젊어 과부가 될 팔자라 일 년에 한 번씩 서방 초상을 치르던 옹녀와 삼남에서 오입쟁이로 이름난 변강쇠는 길에서 만나 그 자리에서 바로 백년해로를 약속합니다. 술장사에 날품팔이까지 해 가며 돈을 모아 잘 살아 보려는 옹녀와 달리 강쇠란 놈은 온갖 노름, 내기, 놀이에 빠져 모아 놓은 돈을 다 날리고, 이를 보다 못한 옹녀는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가서 살자고 합니다. 첩첩산중 지리산 골짜기로 들어간 후, 옹녀의 간청에 못 이겨 나무를 하러 간 강쇠는 실컷 놀고 늘어지게 자다가 길가의 장승을 패 와서는 불을 때고, 성난 전국 팔도의 장승들은 모두 모여 강쇠 놈을 제대로 죽일 방법을 모의합니다. 옹녀는 이렇게 또다시 과부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1. 《변강쇠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
《변강쇠전》은 판소리 여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변강쇠가〉를 소설화한 작품입니다. 적나라한 성적 묘사와 음담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흔히 ‘19금’으로 분류되지요. 《변강쇠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비교적 널리 알려진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변강쇠와 옹녀는 《변강쇠전》보다도 더 알려져 있습니다. 《변강쇠전》은 몰라도 변강쇠와 옹녀는 알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변강쇠전》을 실제로 읽은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른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나온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책은 아예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변강쇠를 ‘정력이 센 남자’, 옹녀를 ‘음탕한 여자’로만 알고 있습니다. 물론 《변강쇠전》에는 음란한 면이 있습니다. 일찍 책으로 나오지 못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강쇠전》은 음란 일색인 작품이 아니며, 변강쇠와 옹녀 또한 성적 욕망에만 빠져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변강쇠전》에는 ‘음란함’ 말고 다른 읽을거리가 있습니다. 이 책은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19금’ 내용을 적절히 조절하여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선입견을 버리고 변강쇠와 옹녀의 사랑 이야기를 만나 봅시다.
2. 옹녀는 계속 과부로 살아야 하는 걸까?
평안도 월경촌에 살던 옹녀는 남다른 미모와 자태로 온갖 사내의 눈을 흘리지만, 젊어 과부가 될 팔자라 혼인만 하면 남편이 죽어 나갑니다. 옹녀의 상부살 때문에 온 마을 사내가 모두 죽어 없어질 지경에 이르자 마을에서는 옹녀를 쫓아내고, 옹녀는 강쇠를 만나 새로이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하지만 강쇠는 장승 동티로 온몸에 갖은 병이 다 들어 험한 모양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옹녀에게 수절할 것, 3년 동안 자신의 상을 치를 것, 그리고 3년 후에는 자신을 따라 죽어 다음 세상에서 함께할 것을 당부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면 그 남자는 죽을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유언을 남깁니다. 옹녀는 강쇠가 죽자마자 강쇠의 초상을 치러 줄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다음 남편을 찾아 나서지요. 하지만 옹녀의 남편이 될 욕심으로 초상을 치르겠다고 나선 중, 초라니, 풍각쟁이 패가 줄줄이 죽어 나가고, 이들의 시체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기이한 일이 벌어집니다. 옹녀는 강쇠의 유언을 받들어 과부로 살아야 하는 걸까요? 옹녀에게 내린 명령과도 같은 강쇠의 유언은 조선 시대 상층 남자들이 가지고 있던 남성중심적인 생각입니다. 당시 상층 사회에서는 남편이 죽은 뒤 개가하지 않고 수절하거나 남편을 따라 죽은 부인을 열녀로 칭송하고 이를 미덕으로 삼았지요. 하지만 강쇠와 옹녀는 하층 유랑민이었습니다. 깊은 산골에서 가까운 친척도 없이 여자 혼자 몸으로는, 초상을 치르기는커녕 생계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옹녀는 음란한 여자여서가 아니라, 혼자서는 먹고살기 힘든 당시의 현실 때문에 의지하며 함께 살 새로운 남편을 찾아야 했던 것이었지요. 이처럼 《변강쇠전》은 겉으로는 남녀 간의 사랑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음란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선 시대 하층 유랑민의 욕구와 그 비극적인 삶의 일면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 속 이야기’에서는 장승과 장승 문화 이야기, 조선 후기의 의료 생활 이야기, 조선 시대의 열녀 담론, 그리고 조선 후기의 연희 집단을 함께 소개합니다.
3.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
고전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문화의 원형이자 오늘날 새로이 생겨나는 이야기의 뿌리입니다. 서양의 고전 못지않게 값진 가치를 지닌 우리 고전이 어렵고 읽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청소년들에게 외면당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여 지난 2002년부터 기획 출간되어 온 것이 바로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입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국어 교사들과 정통한 고전 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우리 고전을 누구나 두루 즐기며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쓰고 맛깔나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재창조했으며, 그 결과 우리 고전의 새로운 방향이자 본보기가 되어 우리 고전에 대한 선입견과 고전 읽기 문화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 김현양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입니다. 주로 근대 이전의 한국 고전 소설을 역사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한국 고전소설사의 거점》 등이 있고, 〈영웅군담소설의 연구사적 조망〉, 〈한국 고소설 연구와 내발론, 그 갱신과 탈주〉 등의 논문을 썼습니다.
목차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를 펴내며
《변강쇠전》을 읽기 전에
쫓겨나는 옹녀
옹녀와 강쇠, 부부가 되다
옹녀와 강쇠, 지리산으로 들어가다
장작이 되어 버린 장승
장승의 복수
강쇠의 죽음과 저주
중의 욕망과 죽음
초라니도 죽다
풍각쟁이 패들도 죽다
송장에 달라붙은 뎁득이와 각설이패
움 생원도 달라붙다
옹 좌수와 사당들도 달라붙다
드디어 떨어지다
각설이들도 떨어지다
돌아가는 뎁득이
이야기 속 이야기
장승과 장승 문화 _ 질병과 잡귀로부터 마을을 지켜라!
조선 후기의 의료 생활 _ 진료는 의원에게, 약은 약방에서
조선 시대의 열녀 담론 _ 열녀가 되어 가문을 빛내도록 하라!
조선 후기의 연희 집단 _ 춤추고 노래하고, 놀이판을 벌여 보세!
깊이 읽기 _ 《변강쇠전》의 남성중심주의와 옹녀의 삶
함께 읽기 _ 혼자된 옹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