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태평천하>는 채만식의 풍사소설로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대지주이자 고리대금업자인 윤 직원 영감 집안의 몰락 과정과 그 가족의 타락한 삶을 다룬 작품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한국 문학의 진수이자 필독 교양서로 '연세대 필독도서'에 뽑히기도 했다.
1938년 발표되었으며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제목은 <천하태평춘>이었다가 <태평천하>로 이름을 바꾸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살아있는 논술교육을 위해 우리 문학을 제대로 읽어볼 수 있도록 작품 전체를 실었다. 핵심 인물과 줄거리 정리, 작품 해설을 담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사회주의라니? 으응? 으으...?"윤 직원 영감은 사뭇 사람을 아무나 하나 잡아먹을 듯, 집이 떠나게 큰 소리로 포효(咆哮)를 합니다."...으응? 그놈이 사회주의를 허다니! 으응? 그게, 참말이냐? 참말이여?""허긴 그놈이 작년 여름 방학에 나왔을 때버틈 그런 기미가 좀 뵈긴 했어요!""그러머넌 참말이구나! 그러머넌 참말이여, 으응!"윤 직원 영감은 이마로 얼굴이 땀이 방울방울 배어 오릅니다."...그런 쳐죽일 놈이, 깎어 죽여두 아깝잖을 놈이! 그놈이 경찰서장 허라닝개루, 생판 사회주의허다가 뎁다 경찰서에 잽혀? 으응? ...오사 육시를 헐 놈이, 그놈이 그게 어디 당헌 것이라구 지가 사회주의를 히여? 부자 놈의 자식이 무엇이 대껴서 부랑당패에 들어...?"아무도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섰기 아니면 앉았을 뿐, 윤 직원 영감이 잠깐 말을 그치자 방 안은 물을 친 듯이 조용합니다."...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오죽이나..."윤 직원 영감은 팔을 부르걷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 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을 하듯 고함을 지릅니다."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너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末世)넌 다 지내가고오...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하여서, 우리 조선 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허게 살 태평 세상, 이걸 태평 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 천하! ...그런디 이런 태평 천하에 태어난 부자 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떵떵거리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땅 방바닥을 치면서 벌떡 일어섭니다. 그 몸짓이 어떻게도 요란스럽고 괄괄한지, 방금 발광이 되는가 싶습니다. - 본문 279, 280쪽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채만식
채만식(蔡萬植, 1902~1950)은 1924년 《조선문단》에 단편 「세 길로」로 문학계에 등장하였다. 기자로 근무하며 창작 활동을 병행했던 그의 작품에는 당대의 현실과 이에 대한 비판의식이 주를 이룬다.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 농민의 빈곤, 도시 노동자의 몰락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1934)은 독특한 풍자 작가로서의 채만식을 엿보게 하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 세계는 동반자 문학에서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으로 변모하였다. 「여인 전기」라는 친일 성향의 작품을 썼던 그는 해방 이후 발표한 자전소설 「민족의 죄인」에서 자신의 친일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인물의 내면을 상세히 묘사했다.
목차
- 작품해설_이건제(문학박사)
- 작품개요_핵심정리, 등장인물, 줄거리
1. 윤 직원 영감 귀택지도(歸宅之圖)
2. 무임 승차 기술
3. 서양국 명창 대회
4.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5. 마음의 빈민굴
6. 관전기(觀戰記)
7. 쇠가 쇠를 낳고
8. 상평통보 서 푼과……
9. 절약의 도락 정신(道樂精神)
10. 실제록(失題錄)
11. 인간 체화(人間滯貨)와 동시에 품 부족 문제(品不足問題), 기타
12. 세계 사업(世界事業) 반절기(半折記)
13. 도끼 자루는 썩어도……〔즉(卽) 당세(當世) 신선(神仙) 놀음의 일척〕
14. 해 저무는 만리장성
15. 망진자(亡泰者)는 호야(胡也)니라
- 작가의 생애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