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8권. 타츠야 그림동화. 비루, 부루, 베루, 보루, 바루. 생김새는 비슷한데 이름도 입맛도 제각각인 늑대 오 형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늘 특유의 유머와 놀라운 반전, 따뜻한 메시지와 감동을 선사하는 작가가 늑대 오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름다운 공동체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힘을 겨루며 떼를 쓰기보다는 각자의 서로 다른 입맛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늑대들의 태도, 먹음직스러운 한 마리의 돼지보다 사이좋은 형제애를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 등이 깊은 여운을 전해준다.
출판사 리뷰
아름다운 공동체의 전형을 유쾌하게 보여 주는
늑대 오 형제의 독특하고 이상한 점심 이야기
생김새도 비슷하고 이름도 비슷한 비루, 바루, 보루, 부루, 베루.
무슨 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찬성!”을 외치며 달려가는 것일까?
국내에 이미 《개구리의 낮잠》,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고 녀석 맛있겠다》 등 몇몇 작품을 선보인 미야니시 타츠야는 간결하고 시원한 그림과 잔잔함 가운데 톡톡 튀는 유머, 거친 듯하나 깊은 속정을 가진 캐릭터, 삶의 본질을 꿰뚫는 섬세한 주제로 이미 두터운 독자층을 갖고 있는 작가이다. 이번 작품 《찬성!》에서도 미야니시 타츠야는 작가 특유의 개성으로 아름다운 공동체의 전형을 매우 경쾌하고 단순하게 그려 내며 즐거운 웃음과 깊은 여운을 전해 준다.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기분 좋은 말, “찬성!”
어느 날 늑대 오 형제 비루, 바루, 보루, 부루, 베루가 점심밥으로 뭘 먹을까 논의하고 있었다. 저마다 오믈렛, 사과, 새우 덮밥, 크로켓, 꽁치 등 다채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각각 다른 메뉴에 바루가 ‘돼지’를 먹자고 하자, 모두가 “찬성!”을 외친다. 마치 준비되었다는 듯이 어디선가 돼지 다섯 마리가 나타나고, 늑대 오 형제는 들뜬 기분으로 돼지 사냥에 나선다. 마침내 저마다 한 마리씩 포획하고 나자, 군침을 삼키던 부루가 돼지를 한입에 막 삼키려 할 때 어디선가 맥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좋겠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애석하게도 돼지 사냥에 실패하여 형제들의 식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어야 했던 비루였다. 부러움과 아쉬움으로 고개를 떨군 채 딴청을 부리는 비루. 그런 비루를 보며 네 형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위로 작전을 펼친다. 하나같이 돼지를 먹고 싶지 않았다며 너스레를 떨기 시작한 것. 결국 늑대 오 형제는 개수가 모자란 돼지로 배를 채우기보다는 비루가 먹고 싶어 했던 “새빨간 사과”를 그날의 점심밥으로 결정하는 데 흔쾌히 “찬성!”한다.
‘찬성’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이나 견해, 제안 따위가 옳거나 좋다고 판단하여 수긍함, 또는 어떤 일을 도와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작품에서 “찬성!”이란 말은 딱 두 번 나온다. 그런데 이 늑대들이 주먹을 높이 올리며 기분 좋게 찬성을 외치게 된 전후 사정을 보면 왠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늑대들은 기껏 먹고 싶은 음식들을 실컷 이야기하고선 정작은 전혀 새로운 메뉴, 즉 돼지를 먹자는 바루의 말에 “찬성!”을 외친다. 또 돼지 사냥에 실패한 비루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비루가 처음에 먹자고 했던 “사과”를 먹자는 데에 “찬성!”을 외친다. 허기를 채울 맛난 돼지를 손에 쥐고도 다시 내놓다니, 게다가 식성에 맞기는커녕 먹어도 배고플 만한 사과를 먹자는 데 찬성이라니, 도무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늑대들의 찬성의 외침이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힘을 겨루며 떼를 쓰기보다는 각자의 서로 다른 입맛을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알았던 늑대들의 태도, 늑대가 되어 돼지 한 마리조차 제 손으로 잡지 못해 점심을 굶어야 할지도 모를 비루를 비웃기는커녕 보듬어 주려는 늑대 형제들의 마음,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한 마리의 돼지보다 사이좋은 형제애를 더 소중히 여겨 별 볼일 없는 사과를 따러 가기로 흔쾌히 동의한 늑대 오 형제들의 모습 때문은 아닐까.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소리쳐 외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다수가 소수를 억누르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상대의 의견을 하찮게 무시하며 내 목소리 키우기에 급급한 현대 사회에서, 손아귀에 있는 살진 돼지를 포기하고 사과를 따러 달려가는 늑대 오 형제의 이야기는 새삼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고 이끄는 저력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건강한 심성을 보여 주는, 늑대 같지 않은 늑대 오 형제
이 작품에 나오는 늑대 오 형제의 이름은 비루, 부루, 베루, 보루, 바루이다. 생김새도 비슷한데, 이름도 비슷하다. 그림을 봐도 언뜻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입맛 하나는 제각각이다. 물고기, 과일, 심지어 감자를 캐서 요리를 해 먹자고 하니 왠지 평소 의견 하나 모으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먹고 싶은 메뉴를 들으면 들을수록 문제가 복잡해질 것만 같고 점심 메뉴 하나 정하는 일로 큰 싸움이 일어날 것만 같아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아주 단순하고 쉽게 정리되었고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놀라운 반전이다.
그런데 왠지 늑대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는 것은 왜일까. 불끈 쥔 주먹을 높이 들며 “찬성!”을 외치는 늑대 오 형제의 해맑은 표정, 바람을 가르며 사과를 따러 달려가는 즐거운 모습은 흡사 즐거운 놀이에 흠뻑 빠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상대의 말을 해석하고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고 자기의 말이 관철되지 않으면 자존심 상하는 것은 아닐까 지레짐작으로 공동체에 작은 불신의 불씨를 던지는 어른들과는 달리, 문제를 복잡하게 보지 않는 단순한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꼬아서 생각하지 않는 맑은 시선, 힘과 서열을 따지지 않는 늑대들의 순수한 태도는 어딘가 아이들의 건강한 심성과 닮았다. 늑대 같지 않은 늑대들을 보며 빙그레 즐거운 웃음을 짓게 되는 이유, 그것은 늑대란 생김새와는 상관없이 바로 천진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삶을 보여 주는 건강한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 간결하고 단순한 그림
미야니시 타츠야의 그림은 늘 간결하다. 굵고 진한 선과 그래픽 채색은 다소 차갑고 단순해 보이지만 귀엽고 친근하다. 누구나 따라 그릴 수 있을 것처럼 ‘쉬운 그림’ 같아 보인다. 그런데 작품을 읽다 보면 삶을 돌아보게 하는 건강한 주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주제를 그토록 간결하고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못 놀라게 된다. 《찬성!》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숲 속을 무대로 늑대 다섯 마리와 돼지 다섯 마리만이 단촐하게,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장면마다 큰 차별 없이 그림과 색감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이야기는 확장되고 반전되고 놀라운 울림을 남긴다. 쉽고 친근해 보이는 그림을 따라 깔깔 웃으며 책장을 넘기다가 마지막에 책을 덮는 순간, 다시 한 번 책을 들여다보게 되는 재미와 감동은 미야니시 타츠야만의 작품이 주는 매력이자 즐거움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미야니시 다쓰야
1956년 일본 시즈오카에서 태어났으며 니혼 대학 예술학부 미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우와! 신기한 사탕이다』로 제13회 일본 그림책상 독자상을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걸』로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수상했으며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를 비롯하여 『으랏차차 꼬마 개미』 『귀여워 귀여워』 『저승사자와 고 녀석들』 등 많은 그림책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