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습지와 둘레에서 관찰한 새를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습지도, 새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저자가 주로 새를 살핀 곳은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돌곶이습지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이곳은 새를 비롯해 여러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지만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지도에 없는 습지를 그저 풍경이 아닌 삶터로서 바라볼 때에만 우리는 온전히 자연을, 생명을, 삶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만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이 새를 길동무 삼아 바삐 움직이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지도 밖으로 나와, 풍경을 지나, 깊숙하게 자연으로 들어가자고 권하는 까닭이다.
출판사 리뷰
‘새’에게서 생명의 가치와 삶의 태도를 읽어 내는 눈
습지와 둘레에서 관찰한 새를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습지도, 새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저자가 주로 새를 살핀 곳은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돌곶이습지입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이곳은 새를 비롯해 여러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지만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도에 없는 습지를 그저 풍경이 아닌 삶터로서 바라볼 때에만 우리는 온전히 자연을, 생명을, 삶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새를 길동무 삼아 바삐 움직이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지도 밖으로 나와, 풍경을 지나, 깊숙하게 자연으로 들어가자고 권하는 까닭입니다.
이주 노동자 말똥가리, 출퇴근하는 쇠기러기, 싸움닭 까치
오늘도 새와 나는 같은 얼굴로 살아갑니다
말똥가리는 몽골과 시베리아처럼 추운 북쪽 지방에서 태어나 자랍니다. 겨울철, 날씨가 더욱 매서워져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지면 그나마 따뜻한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고향에 먹이가 풍족하거나 먹이 경쟁에서 쉽게 이길 수 있다면 고향에 머물 겁니다. 하지만 현실이 워낙 팍팍하다 보니 고향 땅을 등지고 먼 이국땅으로 떠나올 수밖에요.
말똥가리뿐만이 아닙니다. 겨울 즈음이면 말똥가리처럼 추운 곳에서 나고 자란 새가, 여름 무렵이면 동남아시아나 호주처럼 더운 곳에서 나고 자란 새가 우리나라로 옵니다. 이동하면서 목숨을 잃는 철새가 전체의 30~50%에 이른다고 합니다. 몇날 며칠을 쉬지 못하고 날아야 하니 그럴 만도 합니다. 철새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새 터전을 찾아 나서는 셈입니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쉼 없이 날아온 탓에 그만 탈진해 죽는 일도 수두룩합니다. 기진맥진하니 천적에게 쉬이 잡아먹히기도 합니다. 운이 좋아 살아남아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쇠기러기는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영업 사원처럼 먹이를 찾아 아침저녁으로 바삐 오갑니다.
텃새라고 해서 상황이 더 낫지도 않습니다. 여러 이유로 먹이와 삶터가 점점 줄어드니, 끊임없이 먹이와, 천적에게서 자신과 새끼를 보호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녀야 합니다. 까치는 누군가 제 영역을 침범하면, 그게 맹금이든, 뱀이든, 심지어 사람이든 득달같이 달려듭니다. 언뜻 드세 보이지만 제 목숨이 달린 일에 고군분투하는 것이니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요?
이주 노동자 같은 말똥가리, 출퇴근하는 쇠기러기, 싸움닭 같은 까치. 어딘지 눈에 익은 모습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고자 이민·이직·이사하는 얼굴, 돈을 벌고자 매일매일 옥작복작한 일상을 꼬박꼬박 살아내는 얼굴, 때로는 내 것을 지키고자 악다구니를 쓰기도 하는 얼굴. 푸른 하늘을 나는 새와 잿빛 건물에 앉은 저는 사실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네요!
습지에서 새를 관찰하며 보고 느낀 바를 기록한 이 책에서 저자는 자연을 바라보는 눈(태도)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1. 지도를 보는 눈은 사람 위주로만 자연을 재단하고 개발합니다. 2. 풍경을 보는 눈은 한발 떨어져 아름다운 자연만 감상합니다. 3. 생명을 보는 눈은 서두르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자연을 진득하게 들여다봅니다.
생명을 보는 눈으로 자연을 살피면 새와 내가 똑같은 생명이라는 점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 그저 여구가 아니라 사실임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 또한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망가뜨린 자연에서 새로이 길을 찾는 눈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합니다.
지도를 보는 눈과 풍경을 보는 눈, 생명을 보는 눈으로 나눌 때 가장 많은 사람(평범한 사람)이 풍경을 보는 눈에 들어갑니다. 지도를 보는 눈은 책상에 앉아 개발 정책을 펼치는 사람들입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바쁘게 달리거나 개발에 동조할 때 지도를 보는 눈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지도를 보는 눈은 더 강력한 힘을 얻어 거칠게 개발을 추진합니다.
생명을 보는 눈은 적고, 주로 발길을 멈출 때나 낮 시간보다는 이른 아침과 밤에 나타납니다. 힘이 약합니다. 그러나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평범한 사람들이 생명을 보는 눈이 되어야 합니다. 생명을 보는 눈은 풍경을 보는 눈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지도를 보는 눈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늘 지도를 보는 눈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생명을 보는 눈이 될 때 세상은 더욱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환경이 변하면 변한 대로 적응해야 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가난한 나라 젊은 노동자가 먹고살고자 낯선 땅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말똥가리는 이주 노동을 해마다 되풀이해야 하니 어떤 측면에서는 이주 노동자보다 더 삶이 험난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병범
충북 보은의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삼태기로 참새를 잡고, 맨손으로 굴뚝새를 잡으며 놀았습니다. 꿩 알을 둥지에서 훔치기도 했습니다.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서울로 이사한 뒤 떠돌이가 되었습니다. 전기를 생산하는 공부를 하고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다 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출근하다가 일터 앞 습지에서 새를 발견했습니다. 새를 살펴보면서 어렸을 때 저지른 악행이 생각났습니다. 새의 눈으로 환경을 보려고 기대합니다. 혼자 새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식구와 함께, 벗들과 함께, 새를 보기 시작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새를 볼 꿈을 꿉니다. 쓴 책으로 『시민과학자, 새를 관찰하다』가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_ 생명을 보는 눈 되기 004
이름은 시선을 담는다 020
계절보다 빠르게 오가다 032
터를 잡고 살다 040
이른 봄까지 머물다 054
새도 주로 말하고 노래하고 드물게 운다 066
사람 가까이에 살다 078
사라질 위기에 처해 더욱 귀하다 092
여름 물가에서 만나다 104
작은 날개에 큰 하늘이 가득하다 116
가을을 물고 오다 124
숲을 살리다 132
새가 날아드는 곳에 생명이 있다 142
에필로그_ 나는 왜 새를 보는가 154
도움 받은 자료 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