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운하 옆 오래된 집’이 들려주는 평화의 이야기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전 세계에서 한 해 120만 명이 찾아오는 작은 집이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줄을 서서 몸을 구부리지 않으면 머리를 숙여야 하는 좁은 계단을 오른다. 책장 뒤로 난 작은 문을 따라 들어가 좁은 주방이며 욕조를 들여다보다가 뒤뜰에 그 유명한 밤나무가 아직 있는지 살피곤 한다. 그런가 하면 나치의 역사를 부정하고 싶은 사람들도 끊임없이 이 집을 찾아 시위를 벌인다.
이 책은 지어진 지 4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역사의 한복판에 있는 안네 프랑크의 집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2024년 6월 12일은 안네 프랑크의 95번째 생일이다.
- 안네도 몰랐던 안네의 집 이야기암스테르담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사무실 건물 뒤에는 비밀 별채가 붙어 있었고, 나치의 눈을 피해 안네 가족과 친구 8명은 2년 넘게 이곳에서 숨어 살았다.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이 네덜란드를 침공하기 전부터도 ‘운하 옆 오래된 집’은 항상 역사의 격랑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곳이었다. 『운하 옆 오래된 집』은 은신처가 되기 이전, 암스테르담에 운하가 만들어지기도 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안네도 몰랐던 안네 프랑크 하우스의 오래된 역사이다.
17세기 한자동맹을 시작으로 유럽 항구 도시들이 번성하면서 네덜란드도 급격히 성장한다. 작은 도시였던 암스테르담은 습지 위에 집을 짓고 운하를 만들며 몸집을 키웠다. 당시 네덜란드 당국은 가뜩이나 부족한 운하길을 독점하는 건물이 들어서지 않도록 건물이 넓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도록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집들은 앞에서 보면 좁고 대신 집 뒤에 몰래 별채를 덧붙여 공간을 늘렸다. 나중에 안네 가족이 숨어 사는 비밀 은신처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네덜란드의 특이한 주택구조 덕분이었다.
- 지금 다시 홀로코스트를 말하는 이유 이 책은 『안네의 일기』의 안내서처럼, 즉 책의 전편처럼 읽을 수도 있다. 갇혀 있던 안네는 뒤뜰 밤나무를 올려다보며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근처 교회 종탑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로 시간을 헤아릴 수 있었다. 『운하 옆 오래된 집』은 교회 종탑이 세워지던 시절, 밤나무가 뿌리를 내리던 시절로 되돌아간다.
『안네의 일기』에서 안네는 커튼 틈으로 밖을 내다보며 ‘창밖으로 보이는 암스테르담 시가지가 나를 사로잡았어. 끝없이 펼쳐진 지붕들 너머, 너무도 연하고 희미한 푸른빛이어서 거의 알아보기 힘든 지평선까지.’라고 적었는데, 책은 바로 그 운하를 따라 들어선 암스테르담 시가지의 모습과 역사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안네의 일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며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인된 역사라고 해도 아직도 이를 부정하고 시계를 되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2006년 6월 24일에는 구 동독 지역의 한 축제에서 20대 청년 일곱 명이 안네의 일기를 불태우는 사건이 일어났다. 2023년에도 한 극우당 소속 폴란드인이 이 집에 누군가 숨어 살았다는 이야기는 거짓이라며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있었다. 그 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안네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계속 있지만, <운하 옆 오래된 집』은 단단한 소나무 바닥, 초록색 문을 지닌 집을 묘사하며 대량 학살의 역사를 기억하는 증인으로 삼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팔레스타인에서 포화가 멈추지 않고 있는 지금 상황도 다시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이유가 된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를 기억하는 것처럼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을 기억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운하 옆 오래된 집』은 잔인한 국가폭력은 대상을 바꿔서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교훈인 동시에 책 말미에 안네의 집이 박물관으로 바뀐 것처럼 인류는 역사를 기억하고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존재라는 희망을 전한다.
- 장소, 역사, 기억을 담은 그림책 프랑크 가족만 이 집에 숨어 살았던 것이 아니다. 종파 분쟁으로 유럽이 어지러웠을 때 소수파에 속했던 한 가족이 이 집으로 도망왔다. 페스트나 대추위가 닥치면 초록색 대문은 굳게 닫혔고, 산업의 번성을 맞아 다시 활짝 열렸다. 지어진 지 400년이 넘은 운하 옆 이 작은집의 역사는 유럽의 역사, 평화와 분쟁의 역사다.
『운하 옆 오래된 집』의 글을 쓴 토머스 하딩과 브리타 테큰트럽은 어떤 집에 켜켜이 쌓인
역사를 한 층 한 층 드러내는 어린이책에서 보기 드문 작업을 해왔다. 전작 『호숫가 작은 집>에서는 전쟁과 독일분단의 역사를, 이번 작품 『운하 옆 오래된 집』에서는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독일에서 4월 발행된 『농장의 오래된 집』은 미국 흑인해방 역사를 담는다. 모두 실제 인물을 꼼꼼히 고증해 되살려냈고 브리타 테큰트럽의 섬세한 그림으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집,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땅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참고: ‘운하 옆 오래된 집’ 연대기 1635년 암스테르담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에 주택 착공
1653년 종교 박해를 피해 비쇼프 가족 이사
1740년대 빈집으로 남음
1850년대 사무실과 작업장으로 사용
1940년 오토 프랑크가 사무실로 임대
1940년 독일, 네덜란드 침공
1942년 7월 프랑크 가족, 은신처로 피란. 나중에 판 펠즈 가족과 치과 의사 프리츠 페퍼도 합류.
1944년 8월 4일 오전 10시 안네 가족 체포
1957년 5월 안네 프랑크 재단 건립
1960년 5월 은신처가 있던 프린센그라흐트 263번지에 박물관 개관
![](https://image.aladin.co.kr/img/img_content/8966352030_01.jpg)
어느 날 이곳에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습지는 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찼어. 도시는 습지가 있는 곳까지 커지고 있었어. 아주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왔어. 여기서 조용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는 사람들이었어. 남자와 여자들은 삽질을 하고 수레를 끌었어.
일꾼들은 말뚝이 박힌 땅 위에 멋진 집을 지었어. 커다란 벽돌로 벽을 쌓고, 소나무로 마룻바닥을 깔고, 초록색 대문을 달았어. 석공은 공간을 더 늘리고 싶어서 본채 뒤에 커다란 다락방이 딸린 별채를 덧지었어. 운하 옆 집이 다 만들어진 날 모두 모여 축하 파티를 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