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작가 무한의 장편소설 『내음』이 출판사 글라잡이에서 출간되었다. 『내음』은 단 하나의 냄새만 느낄 수 있는 남자 서화와 그 냄새를 풍기는 여자 단미가 만나 서로의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며 마침내 온전한 형태의 사랑을 완성하는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그려냈다.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직 서로의 손을 잡고 놓지 않기 위해 나아가는 이 소설은 작은 시도들과 큰 믿음이 모여 결국 운명을 그려 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내음』은 악의는 선명하고 사랑은 나약해 보이는 현시대에, 작고 나약해 보이는 것의 가치를 증명해 낼 이야기의 도착이다.
오른손에서 잘그락거리는 열쇠의 서늘한 감촉과 쿵쿵 재촉하는 심장 소리를 기억한다. 문고리를 조심스레 돌렸다. 비좁은 공간은 숨이 막혔는지 하얀 냄새를 미친 듯이 토해 냈다. 정신이 아득하도록 몸속으로 파고드는 냄새에도 나는 북카페 안으로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디뎠다.이지러진 조명 아래 하얀 냄새를 마구 쏟아 내는 무언가가 어렴풋했고, 벙긋거리는 입시울을 나는 분명 보았다.“안녕하세요?” 하얗고 거대한 꽃 한 송이.그 순간 콧속 깊숙한 곳과 두 눈 사이, 아니, 머릿속인가……? 아득한 어딘가에서 조금이지만 장미 향이 풍겼다.굳이 따지자면 한 송이 정도.
자그마한 얼굴과 창백한 피부, 검붉은 입술. 챙이 넓은 모자를 비뚜름하게 얹은 모습. 비싼 구식 인형 같았다.여자는 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무릎 위에는 서너 번 접은 하얀 지팡이가 놓여 있었다.다소곳한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어둠 저편을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나도 따라 보았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아무리 고개를 돌린들 소리가 날 리 만무하다. 하지만 여자는 그 소리를 분명 들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여자는 내 쪽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그만 마음속 궁금증을 꺼내 버렸다.“시각장애인도 꿈을 꾸나요?”여자는 생긋 웃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무한
이 모든 이야기의 소설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