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랫동안 국제선 기장으로 전 세계를 누빈 현직 조종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에세이다. 조종사의 업무나 삶, 구체적으로는 민항기 기장으로서의 생활과 고민을 가감 없이 들려준 《어쩌다 파일럿》 출간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지은이 정인웅 기장은 첫 책에서 다루지 못한 주제, 더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이 책에 풀어냈다. 조종사의 삶을 동경하거나 꿈꾸는 이들, 조종사의 역할이 궁금했던 이들에게 이 책에 실린 에피소드들은 재미를 넘어 큰 울림을 줄 것이다.민항기 조종사들은 늘 시뮬레이터 평가에 들어가기 전 이런 함정들을 사전에 서로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시뮬레이터 평가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데 후반기에 들어갈수록 정보가 돌고 돌아 함정에 걸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가는 몇몇 운 없는 조종사만 희생양이다. 그래서 일부 평가관은 이런 운 없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평가임에도 사전 브리핑을 통해 함정에 대해 미리 언급하기도 한다. 실수를 통해 얻는 교육 효과와 실수를 방지함으로써 얻는 교육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그것이 공평한 평가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 조심해”라는 입소문과 함께 리스트에 오른 평가관들은 절대 미리 알려주는 법이 없다. 오히려 아주 교묘한 함정을 만들어 피평가자를 몰아간다. 그리고 그 조종사가 함정 앞에 다다랐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핀다._조종사들은 어떤 평가관을 선호할까?
한겨울 시카고를 떠올려보자. 겨울철 시카고에는 폭설이 자주 내리는데 종종 일주일 동안 공항을 폐쇄시키기도 하는 등 매우 심각한 항공대란을 일으킨다. 어느 날 폭설로 대규모 이륙 지연 사태가 발생해 항공기들이 3시간 이상 택시웨이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물론 이런 일은 정말 드물다. 엔진을 켜둔 상태에서 이렇게 장시간 순서를 기다리는 일을 민항사에 20년 있으면서 단 두 번 겪어봤다). 시간당 2톤씩 약 6톤의 연료를 이미 지상에서 소모한 두 대의 B777이 있다. 하나는 중동의 E항공사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K항공사다. 두 항공기 모두 예상치 못한 연료 소모로 목적지에 도착했을때 가지고 있어야 할 ‘법정최저연료’ 이하가 될 상황이다._충분한 연료 없이 이륙할 수 있을까?
그의 말대로 바람 세기가 급변하는 알프스 상공에서 정풍을 받으며 강하하는 쪽은 오버스피드를, 반대로 배풍을 받으며 강하하는 쪽은 스톨(Stall, 속도가 줄어 양력을 상실하는 현상)에 근접하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조종사인 나에게 어느 쪽이 더 위험하냐고 물어본다면 속도가 떨어지는 스톨이라고 주저 없이 답할 것이다. 오버스피드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세워 대처하면 되지만 순항 중이거나 상승 중일 때 최소 속도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은 대처하기가 쉽지 않아 대단히 위험하다. 이때는 엔진이 모두 최대출력인데도 속도가 슬금슬금 떨어진다. 곧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항공기는 양력을 잃어 추락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다들 알다시피 에너지를 얻기 위해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 비상을 선포하고 빨리 강하하는 것이다. _삶과 죽음의 경계, 에어스피드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인웅
10년 전 가족과 함께 아랍에미리트로 이주해 살고 있다.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 대학에서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교직을 이수해 중등교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대학 영자신문사에서 기자를 거쳐 편집장까지 지냈다. 대학 졸업 후 우연히 공군에 입대해 전공과 무관해 보이는 수송기 조종사가 되었다. 군 복무 중에는 미국 공군대학교에 유학해 초급지휘관 참모과정을 마쳤고, 전역 후에는 대한항공에 입사해 A330과 B777 부기장으로 비행했다. 지금은 중동 항공사에서 B777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어쩌다 파일럿》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