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현대 자본주의체제의 맹점을 명쾌하게 짚어내고, ‘분배주의’의 정치·경제적 이념을 체계적으로 서술한 최초의 문헌이다. 저자 힐레어 벨록은 소수 자산가의 이득을 위해 ‘실정법상’ 부과된 노동에 종속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체제의 숙명이라 보고, 그런 방식으로 안정된 사회를 이른바 ‘노예국가’로 명명한다. 아울러 모두가 생산수단을 소유함으로써 정치·경제적 자율을 확보하고, 법의 강제력을 통해 그 자유를 구속하려는 체제로부터 자유롭기를 요구하는 ‘분배주의체제’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토지와 자본에서의 사유재산, 다시 말해 생산수단의 소유권과 통제 권한이 일부 시민에게만 귀속되고, 나머지 대다수 시민은 그와 같은 소유권을 가지지 않거나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가질 때 우리는 그 체제를 자본주의 사회라 부른다. 그런 사회에서 재화가 생산되는 방식은 프롤레타리아트의 노동력을 토지와 자본에 투자하는 길밖에 없으며, 그를 통해 프롤레타리아트는 생산된 전체 재화의 일부만 누릴 수 있을 뿐이다. 자본주의국가를 규정하는 두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의 구성원인 시민은 정치적으로 자유다. 이를테면, 자기 의지에 따라 재산이나 노동력을 투자하거나 투자를 거둘 수 있다. 둘째, 국가 구성원인 시민이 자본가와 노동자로 구분되며, 그 비율은 시민 전체가 소유권을 보장받는 게 아니라 상대적인 소수집단으로 소유권이 제한되는 방향에서 결정된다. _1장 전제들
노예제도는 유럽 역사에서 결코 생소한 경험이 아니다. 유럽인에게 그것이 수용 가능한 무엇이라 보는 것은 전혀 엉뚱한 견해가 아니다. 노예제도는 지금은 많은 사람이 거의 시효가 다 된 것으로 치부하는 기독교적 신앙이 유럽에 뿌리내리기까지 오랜 세월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으로 유지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노예제도를 확고한 토대로 삼아 장기간에 걸쳐 구축된 사회질서를 제치고 일어선 기독교(가톨릭)적 체제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었다. 바로 그 실험을 통해서 우리는 노예제도가 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회체제로 이행하는 점진적인 변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_2장 우리 문명의 토대는 노예제도였다
노예제도의 쇠락은 이른바 빌레Villae(빌라villa의 복수형–옮긴이)로 불리는 대규모 농가군락이 생산활동의 기본 단위로 자리 잡으면서 완만하게 진행된 현상이다. (중략) 농업 생산의 단위로 기능했던 빌레는 서기 400여 년에 걸친 고도의 문명사회에서 중세 암흑시대로 넘어가면서 점점 더 사회의 기본 모형으로 자리를 굳혀갔다._3장 노예제도는 어떻게 붕괴되었나
작가 소개
지은이 : 힐레어 벨록
1870년 7월 27일 프랑스 라셀생클루에서 태어나 1902년 영국으로 귀화했다. H. G. 웰스, 조지 버나드 쇼, G. K. 체스터턴과 더불어 영국 에드워드시대를 대표하는 4대 문인 중 한 명으로, 문학, 역사, 경제, 사회, 정치 분야에 걸쳐 150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작가 체스터턴과는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발상의 공감대로 각별한 친분 관계여서, 버나드 쇼는 둘을 일컬어 체스터벨록(Chesterbelloc)이라 부르기도 했다. 특히 인류가 추구해나가야 할 사회·경제적 시스템으로 ‘분배주의’ 이론을 주창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노력에서 힐레어 벨록은 단연 선구자의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중세야말로 개인의 경제적 자립과 자유, 학문을 통한 지적 열풍이 들끓던 시대였음을 역설했는데, 중세를 이른바 ‘암흑시대’로 규정하는 계몽주의적 사관이 대세를 점하던 20세기 초, 이는 매우 비범한 이해력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대표작으로는 《악동을 위한 동물이야기》(1896), 《로마로 가는 길》(1902), 《헬렌을 위한 경제학》(1924), 《거대한 이단》(1938)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