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제목에서 내용을 다 알려주면 독자는 그냥 가버릴지도 모른다. “그 글 봤어?” 누가 묻기라도 하면 “응, 제목만. 내용은 안 봐도 알겠더라”라며 글 쓴 사람 기운을 쏙 빼놓을 수도 있다. 제목 하나만으로 읽을 글과 그렇지 않을 글이 홍해가 갈라지듯 나뉘지는 않겠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흔한 일이다. 듣자 하니 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잠’이라고 하더라. 우리 쌀의 경쟁 상대는 ‘닭가슴살’이고. 그렇다면 편집기자의 경쟁 상대는 누굴까 생각해봤다. 이 이야기는 제목에 대한 글이므로, 나의 경쟁 상대는 ‘제목 잘 뽑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이런 제목이 있다고 치자. “반찬이 고민될 때 식당 사장도 활용하는 병원 식단” 내가 독자라면 굳이 이 글을 클릭해서 볼 것 같지 않다. 다 알려주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독자와 술래잡기를 한다. 그렇다고 꼭꼭 숨기면 찾는 사람(독자) 입장에서는 재미없다. 보일락 말락 숨겨야 찾는 사람도 의욕과 흥미가 생긴다.
# 외면하는 제목(다 알려주지 않기)
글쓴이가 처음 보내온 글에는 “층간소음 극복, 따뜻한 배려가 있으면 가능합니다”라는 제목에 “이사 가는 이웃에게 손편지를 받았습니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층간소음?이사?손편지’로 이어지는 흐름이라면 구미가 당길 것 같았다. 좋은 이야기일지, 나쁜 이야기일지 한마디로 어떻게든 독자들이 반응할 거라고 봤다. 그 결과, 이 두 문장을 적절하게 섞어서 조합한 제목이 “층간소음 윗집이 이사 후 남기고 간 손편지”였다. 한눈에 봐도 튀는 제목은 아니다. 하지만 제목에 ‘층간소음’이 들어가면 읽힐 거라고 생각했다. 많이 읽히는 키워드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이슈를 담은 키워드(독자에게 신호 보내기)
“개와 고양이… 밤잠 설치게 하는 반려동물은?” “‘촌뜨기 소녀’란 뜻의 이 칵테일을 아십니까?” “아침 공복에 유산소운동, 좋을까 나쁠까?” 기사 제목 가운데 퀴즈형 제목으로 보이는 몇 가지를 추려봤다. 기존에 많이들 알고 있을 법한 사실에 대해 ‘네가 아는 그거 맞아?’ ‘진짜 제대로 아는 거 맞아?’ 하고 의문을 제기해서 독자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흔들어보고 싶을 때 혹은 전혀 뜻밖이거나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주려는 의도로 낸 제목임을 알 수 있는 문장이다.
실제 퀴즈를 내는 것은 ‘집중’의 효과를 준다고 한다(수업 시간에 퀴즈를 자주 내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학생들이 집중력 있게 수업을 더 잘 이해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단다). 이전 기사에서 ‘모순’적 표현이 주는 효과도 집중이라고 쓴 바 있는데 여러모로 편집기자는 어떻게든 독자의 관심을 끌어모을 만한 표현을 연구하는 사람들인 듯하다.
# 유 퀴즈?(독자의 시선 끌기)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은경
2003년부터 22년째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다. 2021년 일 에세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낸 이후 글 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오마이뉴스〉와 〈브런치스토리〉(@dadane)에 연재하고 있다. 늘 무언가를 질문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 책은 답변하는 자리에서 ‘제목의 안과 밖’을 성실하게 기록했다. 지은 책으로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2017), 성교육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2019, 심에스더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