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거울 앞에 서서 활짝 웃는다. 주름도 활짝 웃는다. 내가 풋사과 같은 시절엔 나이가 들면 흠결은 좀 있어도 맛있고 달콤한 능금같이 잘 익을 주 알았다. 이렇게 안팎으로 지나간 세월을 온몸에 새겨 놓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 숱한 흔적을 최신 의료 기술로 쓱 밀어 버린다면 겉은 매끈해진다고 하더라도 내면의 주름은 어쩌지 못할 것이다. 만약 깊숙이 박힌 속주름까지 제거해 준다면 글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것이다.
-<주름도 웃는다> 중에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울 일이 많아졌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버거웠고, 세상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어서 가슴이 시리고 아팠다. 결혼하니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고달팠다.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날이 많았지만, 마음이 후련하도록 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밖은 물론이고 집 안에는 아이들과 시어머님이 계시니 내색도 못했다. 우물 바닥 깊숙이 고여 있는 물처럼 젖어 있는 날이 많았다.
-<울기 좋은 곳> 중에서
식은 찻잔을 들며 싱긋이 웃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본다. 고만고만한 단발머리 철부지였는데 저마다의 무거운 짐들을 등에 지고 용케도 잘 살아내었구나 싶다. 까만 고무줄 위에서 맨발로 폴짝폴짝 뛰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바람은 나한테만 불었던 게 아니었다.
-<그때 그 바람>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임진옥
2001년 『에세이문학』 「섬」으로 등단수필집 『동그라미를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