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반전의 제왕! 이야기의 달인!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의 『표정 없는 검사의 사투』가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표정 없는 검사의 사투』는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다. 오사카 지검의 엘리트 후와 타로 검사와 그의 그림자인 소료 미하루 사무관이 콤비로 일곱 명을 살해한 묻지 마 살인사건과 로스트 르상티망이라고 불리는 연쇄 폭발마와 대결을 벌인다.
“사람의 마음은 악마도 모릅니다. 내가 아는 건 범행 경위뿐입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오사카 지검의 에이스 검사 후와 타로와 그 밑에서 일하는 검찰 사무원 미하루가 콤비로 활약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세 번째 이야기인 이번 작품에서 역시 후와 검사는 내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과 방식을 관철하는 사법 기계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번에는 묻지 마 살인범과 연쇄 폭탄테러범과 맞서며 전천후 에이스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줄거리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4월의 어느 봄날, 설렘을 안고 분주하게 이동하는 사람
들로 북적이던 기시와다역 앞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비극, 일명 묻지 마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삼십 대 남자가 거칠게 차를 몰아 분주히 일상을 살아가던 시민을 치고, 또 차에서 내려 무고한 사람을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범인의 이름은 사사키요 마사이치로, 그는 스스로를 ‘천하무적’이라고 칭하며 원망스러운 사회에 복수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인터넷에서는 사사키요가 잃어버린 세대의 피해자라며 그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오사카 지검에 배송된 우편물이 폭발하며 여섯 명이 중경상을 입는다. 사사키요를 잃어버린 세대의 대변자라고 추켜세우며 등장한 ‘로스트 르상티망’이 사사키요의 석방을 요구하며 연쇄 폭탄테러를 벌인 것이다. 그와중에 후와 검사는 조사 중 연쇄 폭발에 휘말리게 된다. 로스트 르상티망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며, 후와 검사는 과연 테러를 막을 수 있을까?
이야기 속에는 시대의 피해자라고 우기며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가해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작가는 사람들이 이러한 가해자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 입체적인 반응을 그린다. 가해자는 열심히 산 자신들을 곤경에 빠뜨린 사회에 복수한다고 했지만, 그의 행위는 무고한 약자의 생명을 빼앗는 것일 뿐이었다. 이러한 범죄자는 어떠한 대의도 신념도 없어 테러리스트로 간주할 수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그의 범행 동기에 공감을 표하기도 하며 그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범죄와 범죄를 둘러싼 대중 및 전문가들의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각 입장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한다는 측면에서 이는 개인의 문제 혹은 사회의 문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며 무사안일주의를 제1원칙으로 삼는 사람들이 만연한 가운데 자신이 속한 조직과 주변 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끝까지 관철하는 능력자 후와를 보는 것에서 일종의 대리만족이 느껴진다. 또 마음속으로 그를 응원하는 주변인들이 은근히 존재하는 것처럼 독자들도 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의 활약을 지켜봐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검사의 일이라면 저는 거부할 권리가 없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 후 다양한 테마로 믿을 수 없는 집필 속도로 써내는 작품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단기간에 일본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사로잡는다. 그는 밝고 유쾌한 음악 미스터리부터 어두운 본격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물, 법의학 미스터리, 경찰 소설, 코지 미스터리까지 다방면의 소재와 장르의 이야기들을 꾸준히 써내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다양한 분위기와 주제, 장르를 넘나드는데 이는 어느 하나의 분야에서라도 살아남아 작가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시치리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리더빌리티’다. 즉 가독성이 있고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시치리는 리더빌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내용의 사건성과 스토리에 따라 완급을 조정한다고 한다. 가령 ‘!’의 수 등으로 컨트롤하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테미스의 검』에서는 느낌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덧붙이자면, 작품의 주제에 따라 ‘!’과 ‘?’의 개수를 정한다는 것이다. 이 주제라면 원고지 한 장당 몇 개로 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또한 그는 한 달에 한 작품을 출간하는 엄청난 집필 속도의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은 다른 미스터리 작가들과 작품을 쓰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작가들은 원목을 하나하나 조각칼로 깎듯이 작품을 쓴다면, 자신은 프라모델 형식으로 작업한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테마에 대해 써달라는 제안을 받으면 이전에 써두었던 설계도를 떠올리고 그것을 바로 가공해 조립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프라모델이기 때문에 중간에 수정할 필요도 없다. 가히 천재적인 만능 이야기꾼답다.
마지막으로 그는 『표정 없는 검사』를 쓴 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들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공무원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와중에, 영웅 같은 공무원이 활약하는 작품을 쓰는 것이 대중 소설가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탄생한 등장인물이 시리즈가 되어 세 번째 이야기까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하시기 바란다.
4월 10일 오전 7시 15분, 난카이전철 기시와다역.
기시와다역 중앙에는 동쪽 출구와 서쪽 출구가 있는데 서쪽 출구에서 북서쪽으로 뻗은 쇼와대로에는 기시와다칸칸 베이사이드몰에 이르기까지 상가가 줄지어 있다.
승합차는 돌연 속도를 높여 개찰구로 달려들었다. 갑자기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듣고 즉시 반응한 이용객은 매우 적었다.
승합차는 줄 서서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는 이용객들을 향해 돌진했다. 인도를 가득 메우고 줄지어 서 있던 사람들은 몹시 당황해 그 자리를 피하려고 허둥대다가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넘어졌다.
하지만 승합차가 브레이크를 밟을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철로 만든 괴물은 사납게 포효하며 사람들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