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대청호 근처에 자리 잡고 있으며 쇠락해 가던, 주민 200여 명의 작은 마을 미호동이 ‘에너지 전환마을’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고, ‘넷제로공판장’을 중심으로 활기를 회복하고 활력 넘치는 마을로 되살아나는 과정과 마을 사람들의 마음과 표정이 밝게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오래된, 노인들뿐이던 마을이 단 3년 만에 우리 시대 가장 첨예한 주제인 기후위기 시대에 최전선에서 기꺼이 서고, 전 세계의 마을과 연대하는 기적적인 역전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희망을 노래하는 노인 아닌 주민들의 마을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에너지 전환이 불러일으킨 생명력이 미호동 마을 곳곳에서 주민들을 자극하여 저마다의 색깔과 목소리로 생명력 넘치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마중물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활동들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전문적인 기업의 연대와 협력 속에서 재생에너지의 사용뿐 아니라, 그것을 지역 내에서 자급자족하는 로컬리즘이라는 큰 주제를 실질적으로, 그리고 친근하게 풀어나가는 미호동은 우리 근대 문명의 오래된 미래로서 가장 선진적이며, 신생의 젊은, 어린, 새로운 마을이라 할 수 있다.미호동넷제로공판장은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해유’)이 탄소중립 마을을 꿈꾸며 ‘마을살이’를 시작한 곳입니다. 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태양’이 ‘석유’ 역할을 대체해야 한다는 뜻(해+유)과 충청 ‘지역 표준어’의 청유형 어조인 ‘~해유’를 담은 이름처럼, 해유는 2020년 창립 후 대전시 대덕구 법동 에너지카페를 거점으로 시민들을 만나며 에너지전환의 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조성된 도시 인프라와 소비문화를 바꾸고 에너지전환을 일궈내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해유의 갈증은 대전시 외곽에 금강변을 따라 섬처럼 자리 잡은 미호동 마을을 만나며 풀리기 시작합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활기를 잃어 가던 미호동은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환경 때문에 더욱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넷제로공판장에서는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모으고 마을의 자원을 엮다 보면 어느새 함께 문제를 풀어가고 있는 ‘우리’를 발견합니다. 새로운 도전과 기회는 자기 성찰과 투명한 소통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마을 공동체와 연결될 때 싹틀 수 있을 겁니다. 2020년 미호동에 넷제로공판장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주민 자원 조사와 마을학교인 이유입니다. 주민이 주체로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마을 사업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호동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농산물에 생산자의 얼굴(캐릭터)과 이야기, 요리법을 담아 홍보했습니다. 정월대보름에는 한 해의 평안과 안녕, 풍요를 빌면서 다가올 더위를 파는 정월대보름의 풍습에 착안해 ‘지구야! 네 더위 내가 살게!’라는 꾸러미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정월대보름에 지구의 더위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지구에 이로운 지역 농산물인 부럼과 나물, 오곡 세트를 묶어 판매한 것입니다. 추석에는 미호동 농산물, 유기농 양말, 플라스틱 제로 생활용품 등 다양한 선물 꾸러미를 기획해서 판매했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100%로 생산한 신탄진주조(주)의 전통주는 ‘지구도 조상님도 좋아하는 RE100 우리술로 차례 지내요’라는 카피로 홍보하여, 매년 명절 선물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