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우리에게 문명을 선사한 파괴자,
운석은 어떻게 지구와 인간, 문명을 만들었나
“과학과 문화, 그리고 미지의 우주에 매료된
모든 사람을 위한 아주 특별한 운석 여행“
_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찬란한 멸종』 저자)
우리는 매일 우주와 만난다!
저 별과 나를 잇는 경이로운 운석의 세계운석 충돌로 공룡이 멸종하게 되었다는 것이 과학적 사실로 입증된 1980년대 이후 사람들은 ‘우리 종도 “쾅” 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멸종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1998년 같은 해에 개봉된 할리우드 재난영화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이 큰 인기를 끈 것에는 이런 분위기도 한몫했다. 이후로도 대중문화와 언론은 운석을 일거에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싹 쓸어버리는 파괴자로 계속 다뤄왔다.
하지만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우주화학자 그레그 브레네카는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에서 파괴자 대신, 생명의 창조자이자 문명의 디딤돌로서의 운석을 새롭게 조망한다. 운석 충돌은 지구의 생명과 진화에 근본적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는 것을 천문학, 화학, 물리학 등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통해 알기 쉽게 소개한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구술 기록이나 고대 이집트의 유물에서 추론해낸 운석과 인간의 오랜 상호 작용을 살펴보고, 아리스토텔레스, 뉴턴, 그 이후로 계속되는 치열한 가설과 반박의 역사를 들려주며 운석이 지구 그리고 인류와 맺는 관계의 방식은 충돌과 대멸종 외에도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전한다.
사실 우리는 우주와 매일같이 연결되어 있다. 지구는 물질과 에너지를 우주와 공유하는 열린계다. 매일 평균 100톤 이상의 운석 물질이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으며, 그중 인, 철 같은 물질들은 지구 생태계에 필요한 영양소들이다. 이처럼 인간이 현대 문명을 이루며 인간답게 만들어온 긴 여정의 뿌리는 45억 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당시의 우주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크고 작은 운석들과 맞닿아 있다.
“나는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운석이 우주에서 날아와 가끔 생명을 죽이는 암석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에 동의하길 기대한다. 운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물체로, 지구와 우리의 문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4쪽)
운석이 끝장낸 공룡,
인류와 진화와 문명을 끌어낸 운석우선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는 지구와 ‘충돌’한 운석에 대한 접근부터 입체적이다. 생성 초기의 지구와 충돌한 거대 운석 테이아가 지구의 일부를 쪼개서 달을 만들고, 이 충돌에 따른 엄청난 에너지가 지구의 대기와 여러 조건을 생명 진화에 적합하도록 ‘리셋’한 과정을 과학적으로 읽기 쉽게 설명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운석 충돌이 지구에 선물한 달이 바다의 조석을 일으킴으로써 초기 생명체에 대항하는 유기 분자의 농축을 추동했다는 점까지 확인하면 운석 충돌의 과학적 의미는 더욱 다채로워진다.
공룡을 멸망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간주되는 운석 충돌이 남긴 멕시코의 거대한 운석 구덩이의 존재는 비교적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저자는 공룡을 멸망시킨 이 운석 충돌이 포식자인 공룡을 없애고 지구 대기 조성의 결정적 변화를 일으켜서, 인류의 조상인 포유류의 번성,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에 더욱 주목한다. 운석 충돌이 공룡 멸종만 일으키고 끝난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려는 운석학자다운 바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인류와 운석의 관계는 계속된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투탕카멘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단검의 칼날이 철질 운석으로 만들어졌다거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게 지금까지도 공포의 전설로 남은 운석 구덩이, 고대 로마 제국의 황제 엘라가발루스가 운석을 제국의 신으로 섬긴 사실은 그 극적인 발단에 해당한다. 귀금속에 가까운 소재, 신의 상징을 거쳐 지구 밖 우주에 실존하는 물질로 인식된 과정과 그 과학적, 역사적 의의를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운석은 번득이는 섬광으로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그 외에 공포스러운 음속 폭음과 실제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암석 덩어리도 수반한다. 이렇게 추가적인 차원의 속성,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는 그 사건을 기념하는 물리적 표본 때문에, 운석은 그저 번득이는 빛보다 훨씬 깊은 차원에서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인류의 시대에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은 단지 이야기와 전설 속에 스며드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인간 집단의 종교적, 문화적 가르침을 만들어내 수십억 명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91~92쪽)
지적 거인들의 어깨를 넘어서
운석이 운석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학사지구가 단지 ‘하늘’이 아닌 지구 밖의 우주에서 왔다는 사실 자체가 과학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역사도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운석의 존재 증명이 이뤄진 이 지난하고 치열한 과정을 생생하게 전하며, 운석이 운석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역사는 현대 과학이 수립되는 과정의 대표사례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독자에게 납득시킨다.
기원전 465년경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운석이 우주에서 날아왔음을 타당하게 논증했을 때만 해도 운석은 쉬운 길을 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 등 ‘지적 거인’이 잊을 만하면, 운석은 지구 안에서 튀어나온 암석이라고 단정하면서, 운석은 허공을 떠돌던 바위나 어딘지 모를 화산에서 튀어나온 돌덩이라는 오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로 운석이 지구 밖 우주에서 왔다는 주장이 과학이자 정설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제기된 이론적 반박과 오해, 과학적 재반박의 과정은 근대 과학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어떻게 보면 지구에 충돌하는 거대 운석의 재난이라는 우리의 흔한 상상이야말로 실은 가장 과학적인 인상인 셈이다.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가 조망한 운석의 과학사는, 비로소 지구 밖 암석으로 인정된 운석이 현대 천문학과 생물학, 물리학, 화학의 핵심 주제로 확장되는 과정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저자는 운석이 단순히 지구 밖에서 날아온 무미건조한 돌맹이가 아니라, 초기 우주에 존재했던 다양한 물질들은 물론, 그 우주의 상태를 보여주는 단서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운석 연구가 갖는 과학적 의의에 대한 지적에서 바로 지금 운석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저자의 역량이 돋보인다. 지구에 도착하고 채취할 수 있는 운석의 수는 제한적이고, 운석이 될 암석을 우주에서 직접 채취하는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렇게 확보한 운석에서 천문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 연구를 위한 정보를 추출, 분석하는 기기와 기술을 혁신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인류가 자기 자신의 존재와 자신이 속한 우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는 한, 운석이야말로 그 연구의 과정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대중들에게 환기하는 연구자의 진솔한 노력을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에서 만날 수 있다.
“운석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기원을 연구하는 것이다. 즉,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행성에서 진화한 우리의 기원, 그리고 현대 문화를 이루어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기원을 탐구하는 것이다. 운석은 우리가 인간성을 발전시키기까지 걸어온 여행에서,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지―폭발한 별의 원자들의 재활용에서 시작해 지구의 생성, 바다에서 기어나온 생명체, 새로운 신을 숭배하는 종교적 무리에 이르기까지―이해하는 여행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 (336쪽)
이 모든 운석 충돌은 국지적인 지질학과 생물학뿐만 아니라, 지구의 진화 과정 전체에도 흥미로운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오래전에 일어난 이 운석 충돌 중 가장 중대한 결과를 낳은 것은 지구가 갓난아기에 해당하던 시절, 그러니까 태양계가 탄생하고 나서 1억 5000만 년이 지나기 전에 일어났다. 이 충돌로 생긴 운석 구덩이는 남아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 충격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그 충돌로 지구 표면 전체와 맨틀 중 상당 부분이 순식간에 녹았다. 충돌한 물체는 화성만 한 크기의 원시 행성으로, 테이아라는 이름까지 붙어 있다. 테이아는 갓 태어난 지구와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지구에 합쳐져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_「1장 초기의 중요한 운석 충돌 사건」
가장 흥미로운 예는 유명한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발견된 왕의 단도인데, 이것은 철질 운석으로 만든 것이었다. 단도 옆에는 사후 세계로 가는 여행에 동행할, 운석으로 만든 구슬과 반지, 기타 장신구가 놓여 있었다. 이 인공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목격된 암석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아직 인류가 만들 능력이 없었지만 땅 위에서 가끔 발견되던 독특한 천연 철로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 약 2000년에 걸쳐 세워진 이집트 무덤들에서 니켈 함량이 높아 운석 철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인공물 30여 점을 수집했다. _「3장 인간과 하늘의 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