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 중앙아시아 역사·예술기행. 중앙아시아는 튀르크와 몽골의 유목문화, 페르시아와 아랍의 이슬람 문화, 러시아 제국과 소비에트 체제의 문화유산을 거치며 다층적인 문화의 층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중앙아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만난 12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개별적인 중앙아시아의 나라, 혹은 특정 작가나 작품만을 평면적으로 소개하기보다는, 거대한 정신적 공동체로서 중앙아시아에 면면히 이어져 온 위대한 이야기의 유산들을 다양한 도시와 작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엮어서 들려준다. 12개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중앙아시아라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신비한 이야기의 땅이 조금은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예로부터 중앙아시아는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다. 사막을 따라 길게 이어진 상인들의 낙타 행렬에는 진귀하고 값진 물건들뿐만 아니라 머나먼 땅에서 전해지는 기이한 이야기들과 새로운 소식들이 함께 실려서 동서로 흘러갔다. 먼 길을 떠난 상인들이 하룻밤 쉬어 가던 카라반사라이는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들과 소소한 정보가 오가는 이야기의 장(場)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이곳에는 온갖 지역에서 전해진 이야기들이 쌓였고, 입담 좋은 이야기꾼들이 끊임없이 배출되었다.
알마티의 아바이 동상부터 타슈켄트의 나보이 문학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중앙아시아의 위대한 작가와 관련된 곳을 지날 때마다 생면부지의 이름들을 마주하면서 새삼 나의 무지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이것이야말로 이번 방문에서 중요한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 그러니까 이전에는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주연
대학과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공연예술전문지인 월간 『객석』에서 6년간 연극 기자로 일했다. 이후 연극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남산예술센터에서 국내 최초의 극장 드라마터그를 역임했다. 현재 연극평론가와 드라마터그, 연극연구자로 활동 중이며, 공연예술과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글쓰기와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페테르부르크, 막이 오른다』, 『슬라브, 막이 오른다』(2022년 세종도서 교양도서), 공저로 『러시아를 이해하는 아홉 가지 키워드』(2024)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