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등학교 선생님의 유쾌한 철인3종 도전기. 철인3종경기의 꽃인 킹 코스에 참가하기까지 여러 에피소드들이 이 책에서 펼쳐지지만,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첫 풀코스 마라톤에 참가해 달리는 느낌과 드는 여러 감정들, 가족들과의 유대, 함께 대회에 참가했던 동료들과의 끈끈한 우애를 넘어서 드디어 아들까지 철인3종경기에 입문시키는 이야기들이 때로는 재미나게 때로는 가슴이 찡하게 펼쳐진다.그간의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풀어냈다고 해서 그 과정이 유쾌했던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마라톤에서 철인3종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고통스러운 교통사고 재활 때문이었던 데서도 드러난다. 발목 부상으로 치료를 위해 쉬어야 할 때 시인은 “쉼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한다.다시 말하면 저자인 송태규 시인은 마라톤과 철인3종경기를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삶의 지혜와 맞닥뜨린 상황에 직진을 택하는 것이 도리어 파고를 넘어가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겁거나 또는 심각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생활의 경험을 재미있게 들려주면서 거기에서 얻은 의외의 결과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훈적’이지 않은 교훈인 셈이다.인터넷에서 철인3종을 검색하고 대한철인3종협회를 찾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서 전북 철인클럽을 소개받았고 모임에 나가서 내가 사는 익산에도 철인클럽이 있다는 반가운 정보를 얻었다. 어렵게 수소문해서 찾아간 자리에서 우리 동네 숨은 고수들을 만났다. 대략 열 명이 조금 넘는 회원들인데 초보 클럽치고 는 한 가락씩 하는 선수들이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변하고 그 흐름이 삶을 바꾸기도 한다. 적어도 철인클럽 회원들을 만나면서 내 삶의 물꼬가 확 틔었으니 말이다. 누구는 좋은 이웃 가까이에 살기 위해 백만 냥으로 집을 사고 천만 냥으로 이웃을 샀다잖은가. 이따금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라는 말을 한다. 그 운전자가 내 차를 들이받은 덕분에 평생 같이 갈 취미를 만났으니, 그가 단비 든 구름을 가져다 준 셈이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새벽 2시. 응원단도 모두 떠나고 길가에 덩그러니 홀로 버려졌다. 가랑비와 안개에 휩싸인 인적 끊긴 산속 길은 적막하기에 그지없다. 모자챙에 꽂은 한줄기 불빛이 안개의 조각을 뚫지 못하고 뿌옇게 몸을 불렸다. 내 시야에 비치는 단 하나의 기둥에 의지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다리가 아픈 것도,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기계적으로 팔을 내두르고 걸음을 딛지만, 오히려 머릿속은 맑아졌다. 이런 운동이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고통을 넘어 무아 지경에서 나를 바라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들, 친구들과 직장 일 등이 스쳤다. 앞만 바라보고 달리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일, 내가 매긴 우선순위에 뒤로 밀려버린 일 등을 떠올릴 때는 부끄러움도 아쉬움도 미련도 많았다. 다가올 시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가 덧붙이길, 밭농사도 한 가지 작물만 계속 심으면 땅심이 떨어지고 소출이 적어진다고 했다. 고민 끝에 일단 몸밭을 묵히자고 결심했다. 좀 쉬고 싶다는 몸의 절규를 받아들이기로 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운동을 못 해도 몸의 감각은 잃고 싶지 않았다. 결국 동료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따라가 뒷바라지하면서 갈증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욕심을 내려놓다 보니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지고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했다. 간절함이 몸을 움직였는지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쉬면 낫는다던 명의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기계는 정지 버튼을 누르면 멈춘다. 이따금 몸에도 정지 버튼을 누르고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덕분에 쉼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시기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태규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2019년 『에세이문예』, 2020년 『시인정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말랑한 벽』 『시간을 사는 사람』, 수필집으로 『마음의 다리를 놓다』, 『다섯 빛깔로 빚은 수채화』(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