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랫동안 한국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살고 있었다. 중국의 세계에, 일본의 세계에, 그다음에는 소련과 미국의 세계에 말이다. 이제 한국은 오랜 방황을 끝내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탁월한 외교관이자 행정가, 정치학자인 라종일 교수와 에세이스트 김현진, 현종희 작가가 함께 엮은 이 책 《한국의 발견》은 격변하는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인들이 어떻게 자기 세계를 발견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탐색하고 고찰한다.
출판사 리뷰
한국은 오늘 자신을 발견하는
항해를 시작하고 있는가?
탁월한 외교관이자 행정가, 정치학자인 라종일 교수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산 증인이다. 5년여 전 에세이스트 김현진 작가와 《가장 사소한 구원》이라는 서신집을 펴냈던 라종일 교수는 그 인연을 이어 한국인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 《한국의 발견》을 두 젊은 작가와 함께 엮어냈다.
‘한국 발견하기’란 무엇이며, 왜 주목받는가!
‘한국 발견하기’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점점 주목받는 주제다. 근래 이어령, 최정운, 탁석산, 함재봉을 비롯한 여러 학자가 이 주제에 관해 의미 있는 저작을 내놓으면서 논의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 발견하기’란 무엇이며, 왜 주목받는 걸까? 이 책 《한국의 발견》은 ‘오늘 한국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라종일 교수는 오랫동안 한국이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세계에 가라앉아 있었다고 말한다. 중국의 세계에, 일본의 세계에, 그다음에는 소련과 미국의 세계에 말이다.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80년대 중반 ‘한강의 기적’이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서다. 한국인들은 자유세계, 공산세계 같은 타자의 세계로부터 ‘나’와 ‘넓은 세계’를 발견하고, 그 세계 안에서 자기 위상과 역할을 찾으려 했다. ‘자기 세계’를 발견하고 구축한다는 것은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주체적으로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들어가는 말’에서 김현진 작가가 말했듯 “국적이라는 그물로 결코 엮을 수 없는 표표한 자유인”이자 “어느 나라에 있다 한들 전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천연스러운 이방인”의 시각을 가진 라종일 교수는 정치, 사회, 문화 면에서 그동안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놓치고 있었던 한국과 한국인의 특성 그리고 시대에 따른 변화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스스로 근대화할 기회를 빼앗긴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강대국들의 ‘제한전’이 되었던 한국전쟁, 이른바 혁명과 반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맞이한 군부독재, 그 과정에서 시대의 어젠다를 정의했던 운동권의 투쟁, ‘에피고니(Epigone)’의 시대를 연 신군부의 통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김대중의 도전과 기적과도 같았던 노무현의 당선, 성평등을 둘러싼 이 시대의 여러 진통, 문화 강국으로서 면모를 보이는 2020년대 한국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주제는 서로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또다른 관점에서는 하나의 큰 줄기 안에 서로 연결되어 있다. 라종일 교수는 강의 형식으로, 서신 형식으로 그 줄기로 연결된 한국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보여주며, 내일의 한국을 상상한다. 그러면서 다시 묻는다. 지금 한국은 오랜 방황을 끝내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한국의 발견’은 곧 ‘세계의 발견’이다
코로나사태는 ‘한국 발견하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선진국 콤플렉스’는 ‘선진국들이 과연 인류 차원의 문제들을 제대로 처리해왔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가’라는 의심 속에서 차츰 무너져내리고 있다. 따라가야 할 기준점이 사라진, 우리가 바라보던 곳이 더이상 우리가 올라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 많은 이가 알게 되면서 한국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세계’가 아닌 ‘자신만의 세계’를 더욱 갈구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선진국인가? 최근 코로나19 방역에 어느 정도 선방하면서 이런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답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답은 우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몫입니다. 단지 최근 사태에서 한 가지 긍정적인 발전은 우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그동안 풀지 못한 숙제처럼 끈질기게 마음에 지니고 있던 집념, ‘선진국이 무엇이며 선진국은 어떻게 되는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 새로운 장 앞에 선 한국에게는 선진국의 개념을 새로 정의하고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라종일 교수는 선진국, 곧 시대를 주도하는 어느 ‘세계’를 정의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인간상을 내놓을 수 있고 그것을 실현하는 나라가 곧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나라,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한 시대를 선도하는 나라 혹은 문명을 선도하는 선진국이란, 근본적으로 사람에 관한 새로운 이해 혹은 인류 차원에서 큰 호소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인간의 상(像)을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실현하는 나라라고 저는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세 초 유럽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은 또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한 모험의 항해를 하고 있을까? 이 책 《한국의 발견》은 ‘우리만의 세계’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기회를 준다.
“‘한국의 발견’은 무릇 ‘세계의 발견’이어야 합니다. … 세계의 발견은 근세 초 구라파인들의 모험적인 탐색 항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모험적 항해로 한동안 지구 곳곳이 새로운 이름을 얻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개념과 범주로 해석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발견’ 역시 완전히 새로운 모험의 항해가 되어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의 좋은 면이 하나 있어요. 한국인들이 선진국 콤플렉스를 벗었어요. 실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쌓여왔던 문제입니다. 소위 선진국들이 과연 인류 차원에서 보는 문제들을 제대로 처리해왔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이 있었지요. 특히 트럼프 당선 이후 그런 생각들이 특히 많아졌어요. 살펴보면 그들도 별것 없잖아요. 미국도 유럽도 별 볼 일 없고, 중국도 옛날의 중화와는 거리가 멀고요. 선진국을 연구하고 좇아가면 저절로 잘 되리라고 늘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걸 한국인들은 알아차렸지요. 이제 모델이 없어졌어요. 좋은 일일 수도, 나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선진국’이라는 정의마저 때로는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지 다 잘하는 그런 나라가 있는데, 한국인들은 그런 나라가 하는 것들을 따라해야 한다고 여겼죠.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 잘못된 것은 아니었어요. 한시적 의미도 있었지요. 단지 제도만을 도입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회・문화적 토양이 따라가지 못했던 면이 있었습니다.
_ 다시 만난 세계
따지자면 이승만에게 공산화를 막은 그리고 나라를 지킨 공적은 있었어요. 나중에 긴 안목으로 보면 공산주의를 실행했던 나라보다 안 한 나라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았거든요. 공산주의를 경험한 나라는 나중에 자유시장경제 쪽으로 바꾼다 해도 별로 신통치가 않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체제를 바꾸면 금세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정치적으로 열린 사회로 갈 줄 알았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그렇기는 한데, 이승만에게 그런 공적이 있다 하더라도, 한국전쟁 이후의 행태를 보면 좋게 평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_ 나라를 찾았는데 왜 기쁘지 않나: 실패의 기록
전 세계 자유주의국가 중에서 베트남전이 인기 있었던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을 거예요. 어찌 보면 한국 정부의 선전이 잘 먹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선전보다 한국인들에게 이 전쟁은 여러모로 나쁜 전쟁이 아니었어요. 심지어 종군 목사들까지도 하나님이 용서하실 거라면서 전투에 가담하고 그랬대요. 1970년대 초반 상황은 특수했지요. 제가 2003년 청와대에 재직하던 중 2차 이라크전 파병 문제가 논의될 때 이제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의 시대는 갔다고 평한 일이 있어요. 이미 세상이 바뀌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차원에서 보면 베트남전은 이득이 많았어요. 원시적 자본축적이라고 경제사에도 나오잖아요. 영국의 공인된 해적들이 스페인 배를 습격해서 남미에서 가져오는 재물을 약탈했잖아요? 해적질이나 식민지 약탈 같은 것이 초기 경제 성장에 실제로 도움이 되었어요.
_ 한강에 이런 기적이: 근대를 향한 노력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현진
에세이스트, 소설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 시나리오와 서사창작을 공부했다. 17살에 에세이집 『네 멋대로 해라』로 데뷔해 이것저것 글을 쓰다 정신 차려보니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20년이 지났다. 에세이 쓰기 클래스를 운영하고, 개 산책을 의뢰받아 일한다.
지은이 : 라종일
정치학자. 외교안보전문가. 동국대 석좌교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미국의 스탠퍼드대, 미시간대, 남가주대, 프랑스의 소르본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교에서 연구 및 교환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펠로를 역임했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 국가정보원 해외 담당 차장,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 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영 대사와 주일 대사를 두루 지냈다. 우석대학교 총장을 거쳐 가천대학교와 국방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동국대 석좌교수, 푸단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하노이의 길』, 『장성택의 길』, 『낙동강』, 『세계의 발견』, 『사람과 정치』, 『끝나지 않은 전쟁』, 『현대 서구정치론』 등이 있으며, 공저로는 『청년을 위한 정치는 없다』, 『한국의 발견』,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그리고 번역서로는 『정치와 소설』(폴 돌란 저), 『정치학』(아리스토텔레스 저) 등이 있다. 또한 젊은 여성작가인 김현진과의 서신을 엮어 발간한 『가장 사소한 구원』에서 문학적 감성을 선보인 바 있다. 『밤드리 노니다가』는 40여 년 전 젊은 날의 그가 품었던 뜨거운 열정과 문학적 감수성을 ‘우리 옛이야기’ 속에 녹여 신선한 시선과 사유로 풀어낸 작품이다.
지은이 : 현종희
나는 합리적인 세계 속에서 인간이 벌이는 비합리적 양상에 관심이 있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ㅡ멀쩡해만 보이던 이들이 광기에 빠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월남한 크리스천 집안의 장남인 아버지와, 한의사 집안의 장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어머니는 장사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본인을 포함해 아무도 그것을 몰랐고, 그 아버지의 대단한 재능은 하필이면 데모질에 있어, 열렬한 반공주의자들이었던 당신의 부모를 비탄에 빠뜨렸다.또한 책 이외의 쾌락을 용납하려 들지 않는 청교도적 환경에서 불가피하게 책벌레로 자랐다. 심지어 부모는 부루마블(보드게임 모노폴리의 한국 해적판)도 자본주의적 놀이라며 금지하였다. 현실사회주의가 머지않아 승리할 것이라는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으나, 머지않아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게 된다.중학교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었다. 당시에는 이 소설에 깊이가 없다는 사람들의 평가를 그대로 믿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기까지는 그런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학창 시절에는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데 왜 작문실력이 형편없냐는 눈치를 받고 자랐으며, 그렇게 영원히 없을 것 같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신기하게도 글재주가 늘기 시작. 기고만장한 나머지 단편소설을 써 문예지에 투고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니까 그때부터 인생 몰락이 시작되었다.2018년, 중학교 때 놓쳤던 비밀을 발견, 트위터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타래를 쓰기 시작,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목차
들어가는 말
책을 펴내며
1부 발견된 한국, 발견한 세계
다시 만난 세계
그라운드 제로: 모든 것을 파괴한 전쟁
나라를 찾았는데 왜 기쁘지 않나: 실패의 기록
한강에 이런 기적이: 근대를 향한 노력
쓰레기통에도 장미는 피는가: 민주화의 모범 국가
당신의 가정은 얼마나 민주적입니까: 사회의 민주화
문화예술과 교육
가깝지만 먼
완성되는 근대
한국의 발견
2부 현실과 이상,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그때는 외로우셨을까요, 아니면 표표히 자유로우셨을까요?
제겐 한국이 훨씬 강렬한 현실이었습니다
한국은 미국이라는 현실의 어설픈 반영이었을까요?
우리가 쳐다보던 세상에도 문제는 가득했습니다
저 말고도 정신이 아픈 여성이 한국에 아주 많았을 거예요
사람은 선과 악 중 어느 하나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선생님과 저의 계급 차이일까요?
정말 독한 사람이란 누구일까요?
한국 발견하기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들은 우리를 ‘동지’로 여겼는지 묻고 싶습니다
귀한 아이, 천한 아이가 따로 있을까요?
저의 천박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대로더군요
반드시 즐거움을 나눌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오늘, 자신을 발견하는 항해를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