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많은 이들이 현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불평등을 꼽는다. 관점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그 이전에 비해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난 30~40년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은 무엇인가?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과 하버드 대학교의 로렌스 카츠는 노동자의 숙련을 중시하는(숙련 수요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숙련 기술 보유자(고학력자)들의 소득 비중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이들에 따르면 오히려 숙련 기술 보유자의 공급, 즉 교육 측면이 약화되었던 것이 미국의 불평등 확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불평등의 장기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교육과 기술의 경주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 RBET’라는 개념 체계를 제시한다. 이 책의 세 가지 키워드인 기술 변화, 교육, 불평등은 일종의 ‘경주’에서 서로 복잡하게 관련을 맺어왔다. 20세기의 첫 세 분기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으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공급 증가가 기술변화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수요 증가를 능가했다. 그리고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동시에 불평등은 감소했다. 하지만 20세기의 마지막 20여 년 동안에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고 불평등이 빠르게 증가했다. 요컨대, 20세기의 앞부분에서는 경주에서 교육이 기술을 앞질렀고 뒷부분에서는 기술이 교육의 진전을 앞질렀다. 테크놀로지가 숙련 편향적이었다는 점은 20세기 내내 마찬가지였으며 테크놀로지 변화의 속도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불평등의 급격한 증가는 [테크놀로지 요인의 결과라기보다] 대체로 교육 성장의 둔화 때문이었다.20세기 말이면 거의 모든 국가가 미국이 그 세기 초에 알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나라 사람들에게 체화된 인적자본량이 국부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라는 점 말이다. 천연자원이나 금융자본 등 다른 투입요소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한 국가가 가진 노동력의 효율성은 그럴 수 없다. 교육의 증가는 노동력의 효율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새로운 테크놀로지 도입 등 모든 종류의 변화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또한 더 나은 교육은 이례적으로 뛰어난 개인들이 새로운 테크놀로지 자체를 발명하게 만들기도 한다. _1장 「인적자본의 세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불평등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시점은 우리가 실증근거에서 발견한 바로 미루어볼 때 임금 구조의 폭과 교육에 대한 금전적 수익이 가장 컸을지 모르는 시기와 일치한다. 하지만 이 이른 시기에 대해서는 소득과 부에 대한 실증근거가 더 적다. 당대에 불평등이 사회에 미칠 해악에 대한 목소리는 노동소득의 분배보다는 방대한 부가 소수에게만 축적되는 것과 계급 분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폴 더글러스가 명확히 인식했듯이, 거대 기업이 부상하던 시기에 교육을 더 많이 받은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초등학교 수준을 넘어 교육을 더 받을 수 있었던 운 좋은 사람들은 커다란 경제적 우위를 가질 수 있었고 이들은 ‘경쟁하지 않는 집단’이 되었다. 그러나 수천 개의 학교지구에서 ‘고등학교 운동’이라는 형태로 받아들여진 제도가 이러한 불평등을 완화했다. 이것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풀뿌리 운동이라 부를 만하다. 얼마 후 유럽에서 받아들여진 더 극단적인 형태의 사회주의가 미국에서는 제어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중등 교육 대중화의 성공 덕분일 것이다._ 2장 「20세기의 불평등」
공적으로 자금이 지원되는 보통학교가 세워지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미국 교육사에서 첫 번째 대전환이었다. 여러 주에서 수업료의 공식적인 폐지로 무상교육이 의무화되기 전에도 미국인의 학교 교육 연수는 다른 나라들을 훨씬 능가했다. 무상 공립 [초등] 교육은 1870년대면 미국의 거의 모든 곳에 확산되었으며, 이는 그 다음 번의 대대적인 교육 확대의 토대가 되었다. 그 다음 단계는 공립 ‘고등학교’의 성장이었다. 공적으로 제공되는, 그리고 나중에는 자금도 공적으로 충당되는 학교 교육에 대한 미국의 헌신과 실천은 민주 사회에서 투표를 하고 공직에 나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교육받고 정보를 다루는 데 능한 시민들을 만들려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19세기 말이면, 혹은 호러스 만의 《제5차 연간보고서》에서 실마리를 얻는다면 아마 그 전부터도, 학교 교육은 오늘날처럼 노동의 세계에서 필요한,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숙련기술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점점 더 많이 여겨지고 있었다._ 4장 「미덕의 기원」
작가 소개
지은이 :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제사학자이자 노동경제학자로서, 역사적 고찰을 통해 현재 이슈들의 기원을 탐구하면서 여성 노동력, 성별 소득 격차, 소득 불평등, 기술 변화, 교육, 이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1990년에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최초로 여성 종신교수로 임명되었으며, 2013년에는 전미경제학회(AEA) 회장을 역임했다. 1989년부터 2017년까지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미국 경제 발전(Development of the American Economy)’ 프로그램의 디렉터를 지냈으며 현재 NBER ‘경제에서의 젠더(Gender in the Economy)’ 연구 그룹을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2023년 “성별 임금 격차의 핵심 원인을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커리어 그리고 가정》이 있다.
지은이 : 로렌스 F. 카츠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석사, MIT에서 박사를 취득한 노동경제학자이다. 1993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 노동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또한 1991년부터 《계간 경제학 저널(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의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경제활동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글로벌화나 기술 혁신, 이민과 제도, 정책 등 다양한 시점에서 임금 구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