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교차성 이론을 정초해 현대 페미니즘 이론을 혁신한 오드리 로드의 사유를 해설한다. 로드는 흑인 레즈비언 여성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지식으로 생산한다. 이로써 여러 권력 체계가 서로를 강화하며 작동하는 양상을 밝힌다. 로드의 존재론·인식론·관계론에서 억압과 혐오에 맞서 우리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할 방법을 찾아보자.한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이들에게 앎은 자신의 존재를 되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부정하고 혐오하는 지배적 규정에 맞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온전히 정의하고 긍정하는 일은 생존의 문제고 앎의 문제며 다른 이들과 함께 온전히 살아가는 삶을 쟁취하는 정치다._“흑인 페미니즘의 존재론, 인식론, 관계론” 중에서
로드에게 말하기와 글쓰기는 생존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생존은 자신의 다층적 정체성을 긍정하는 일과 직결된다. 흑인 페미니스트이자 백인 여성과 결혼해 딸과 아들을 기르는 레즈비언 엄마였던 로드는 어디를 가든 자신의 일부를 부인하거나 무시하도록 요구받았다. 로드는 그러한 요구에 항상 이렇게 대응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제멋대로, 자신들에게는 유리하지만 우리에게는 해가 되는 방식으로 우리를 정의”할 것이다._“03 흑인 페미니즘의 존재론” 중에서
로드는 서구 철학에서 유구한 사상/감정의 위계적 이분법에 맞서 감정이 진실한 지식과 지속 가능한 행동을 낳는 힘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백인 아버지들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고 가르쳤다. 로드는 “나는 느낀다, 그러므로 자유롭다”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여성성과 연결되는 것인 감정을 사유의 지배에서 해방해 자유의 영역으로 구축한다. 느낌을 자유로운 존재의 토대로 삼는다면, 의식과 사유를 존재의 토대로 삼은 백인 아버지들과는 다른 언어로 우리의 존재를 긍정하고 사유할 수 있다._“04 깊은 감정의 힘, 성애와 시학”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미선
한신대학교 영미문화학 교수로 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사람들을 만나 공부하며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현대 미국 문학, 페미니즘 이론, 퀴어 이론을 연구하고 가르친다. 공저로 ≪페미니즘: 사이와 차이≫(2011)가 있다. 동료 페미니스트들과 페미니즘 이론의 명저들을 함께 번역했다. 그러한 번역서로는 페미니즘 정동 이론의 명저인 로런 벌랜트의 ≪잔인한 낙관≫(2024), 젠더 연구의 주요 개념과 쟁점을 다룬 ≪젠더 스터디≫(2024), 로지 브라이도티의 ≪포스트휴먼 페미니즘≫(2024), 오드리 로드의 ≪시스터 아웃사이더≫(2018), 젠더 사회학의 명저 퍼트리샤 힐 콜린스의 ≪흑인 페미니즘 사상≫(2009), 지젝·버틀러·라클라우의 ≪우연성, 보편성, 헤게모니≫(2009, 버틀러 챕터 번역), 탈식민 페미니즘의 명저 가야트리 스피박의 ≪포스트식민 이성 비판≫(2005), 로지 브라이도티의 ≪유목적 주체≫(200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