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멈춤과 여백을 허용하지 않는 현대사회 속 인간의 삶을 노래한 시집 《풍경소리》의 박갑성 작가가 7년 만에 펴낸 에세이다. 이번에는 32년간 근무해 온 직장을 떠나는 정년퇴직자로서, 지나간 시간에 감사하고 한편으로 쓸쓸한 감정을 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D-365로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 삶의 일부였던 정든 공간에 퇴직 인사를 고하기까지 1년의 시간이 기록된다.작가는 여전히 새벽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싣고 성실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앞으로 명함과 직책이 없는 삶에 내던져질 두려움과 외로움을 애써 털어내면서 평생 해온 자신의 업에 마침표를 찍어간다. 출퇴근길 한강의 불빛과 사무실 창가에서 바라보던 빌딩숲, 퇴근길 동료들과 기울이던 술 한잔의 추억, 힘든 업무로 하얗게 밝아오던 새벽까지, 정년을 앞둔 작가에게는 모든 것이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풍경이 되어간다.
정년 이후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자신과 오랫동안 마주하고 있어도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타인의 성(城) 안에서 누려왔던 혜택과 익숙함을 과감하게 지울 수 있을까?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노트북이 들어 있는 백팩을 메고,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책장을 넘기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인다. 오래전에 알고 있던 젊은이는 오간 데 없고, 낯선 사람이 덩그러니 남았다. (여름 #339)
선배! 무슨 계획이라도 있나요?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내게 묻는 말이다. 그렇다고 딱히 생각해 둔 것은 없지만,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 왔다. 이십여 년 전에 작성한 버킷 리스트를 보면서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이 또한 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난, 불확실한 긴 여행을 시작하는 자유인이다. (여름 #321)
작가 소개
지은이 : 박갑성
- 경남 남해 출생- SK텔레콤(1992~2024)- 들꽃아 피어라(2005, 비매품)- 풍경소리(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