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2020년 10월 24일 새벽 5시
쌤은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동안 나는 침통한 심정으로
아픈 쌤과 함께 고시텔로 출퇴근하면서 돌보았지만
어떤 묘안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내 가슴은
아주 예민하고 색다른 슬픔을 감지한다.
쌤의 떨림이, 깊은 숨결이 한 몸인 듯
그의 아픔이 나에게로 전달되는 것을 느낀다.
(중략)
갑자기 주위가 크게 부각되면서 환하게 밝아졌다.
높은 모래 언덕이 내 앞에 펼쳐지더니
그 가운데에 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면서 모래가 바람에 휘몰아치는데
그 모래들이 내 입으로 빨려들었다.
나는 숨이 막혀 더 이상 숨 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올 때,
영화 같은 한 장면이 나오며 스쳐 지나간다.
내가 운영하는 고시텔에서 속 썩이는 24번 방(그 사람)이었다.
모래 언덕에 서서 나의 왼쪽 팔을 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재수 없는 놈이 왜 지금 보이는 거야?’
의아해하면서, 죽음의 고통을 느끼며 나는 숨이 막혀
소스라치게 놀라서 잠에서 깼다.
그제야 내가 잠을 오랫동안 잤다는 걸 인식하였고
나는 자책하면서 얼른 쌤을 안았지만,
쌤은 기력을 모두 잃고 어느덧 하늘나라로 갈 준비를 하고
커다랗고 슬픈 눈망울로 엄마를 바라봤다.
나는 큰 소리로 가족들을 깨웠다.
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쌤은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경련을 일으키며, 팔과 다리를 쭉… 뻗으며
내 품 안에서 아주 편안한 듯
영원히 잠들었다.
우리는 쌤을 그렇게 이 새벽에 떠나보내면서
나는 슬픔 속에 오래도록 목 놓아 울었고,
남편은 멍하니 서 있고, 아들도 눈물을 흘리며
쌤의 뜬 눈을 손으로 살며시 감겨주었다.
사망 시간 2020년 10월 24일 토요일 새벽 5시
이날은 공교롭게도 내 생일(음력 10월 24일)과
쌤의 사망 날짜와 같은 숫자이기도 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희정
행복 뒤에는 슬픔도 뒤따라오지만이것은 인생에 또 다른 배움이었다.나는 우리 사랑하는 쌤을 보낸 뒤너무도 큰 슬픔에 직면했지만그는 이 슬픔을 잘 넘길 수 있도록항상 옆에서 위로해 주었다.그런 사랑을 보면서 하루하루 보낼 수 있었다.내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그들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이다.대부분의 사람은 그들에게 영혼이 없다고 한다.나 역시 쌤을 보내기 전까지는영혼은 사람에게만 있다고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그러나 이 책에서는 의심할 수 없는그들의 영혼을 경험할 수 있다.나는 이제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더 깊이 알게 되었다.이제는 지난날 쌤과 행복했던 추억 속에 살아간다.이것 또한 큰 축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