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순수와 진정성을 잃지 않은 개인정원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정원 에세이. 저자는 40여 년간 정원을 가꾸어 오고 있는 충남 공주의 소문난 생육 전문가 조구연의 정원 이야기를 통해 ‘슬기로운 정원생활’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탐색하며, 부담 없이 즐기고 지켜 나가야 하는 내 곁의 가장 가까운 정원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출판사 리뷰
한순간 찬란하게 빛나는 정원 뒤의 현실을 보자
언젠가부터 대한민국 전체가 ‘정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원박람회와 작가정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지방정원과 아름답기로 소문난 민간정원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이젠 아파트를 지을 때도 정원과 조경이라는 환경적 요소가 매우 중요해졌고, 천편일률적이던 길가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정원‧원예를 향한 개인의 관심도 크게 높아져 관련 교육도 많이 진행되고, 크고 작은 개인정원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원이 가장 아름다울 때 잠시 보고 찬사를 보내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리 아름답지 않은 현실이 존재한다. ‘인공적인 자연’인 정원은 노동과 비용, 인내의 시간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식물을 향한 사랑,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보여 주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나만의 특별한 정원을 만들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여하지만, 극단적인 날씨, 폭탄 같은 병충해와 잡초,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돈 등을 한두 해 경험하다 보면 정원사의 육체와 정신은 너덜너덜해지기 마련이다. 단독주택과 가드닝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순수와 진정성을 잃지 않은 개인의 소박한 정원은 가능할까?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눈에 보기 좋은 포장된 풍경으로 즐기는 정원이 아닌 정원의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조구연의 정원에서 찾은 지속 가능한 정원의 조건
조경학을 전공하고 방송사에서 오래 근무한 저자는 27년 차 정원사이자 전국 정원을 답사하며 기록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저자가 정리한 지속 가능한 정원의 조건은 네 가지다. ① 정원의 규모는 적절한가? ② 정원사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③ ‘가성비’가 좋은 효율적 공간인가? ④ 정원을 가꾸는 재미와 힘을 만들어 내고 계승하는가? 이 네 가지 충분조건을 설명하기 위해 충남 공주에 자리한 조구연의 정원을 찾아간다. 책은 조구연 전석준 부부가 가꾸는 정원의 규모와 구성, 정원사의 일과 역할 분담, 주요 식물 목록과 식물 키우는 방법까지 자세히 소개하며 조구연의 정원이 지속 가능할 수 있었던 조건을 찾는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남편과 정원을 가꾸고 있는 조구연은 아마추어의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소문난 생육 전문가다. 평범했던 40대 주부였던 조구연은 처음 일본산 철쭉의 자태에 반해 ‘꽃’에 빠져들었고, 명실상부한 ‘식물 덕후’의 길로 들어섰다. 책에 조구연이 손으로 기록한 일기 일부가 공개되어 있는데, 그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식물을 키웠는지 잘 알 수 있다. 무려 40여 년간 지속해 온 ‘덕후생활’의 공력은 작지만 어마어마한 식물 컬렉션을 보유한 그의 비닐하우스 온실에서 잘 드러난다(특히 만병초와 동백나무 컬렉션이 유명하다). 여전히 전문가도 쉽지 않은 접목, 삽목, 취목, 실생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희귀 증식본을 만들고 키우고 있는 조구연 부부의 정원생활을 저자는 ‘슬기롭다’라고 표현한다. 본격적인 원예 사업가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었지만, 부부가 진정한 애호가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팔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공부하고 있는 조구연은 다양한 증식작업을 통해 생명의 재탄생을 바라보며 큰 기쁨을 누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장미와 무궁화 키우기에 빠져 있다고 한다.
정원은 언제나 미완성, 그저 ‘정원의 순간’을 즐기자
저자는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가족이 꾸려 나갈 수 있는 개인정원의 최적 모델은 아파트가 흔치 않던 시절의 텃밭이라고 말한다. 개인정원이 지속되려면 가족의 노동력으로 일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생명‧자연과 교감할 수 있고 치유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관리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으로 보았을 때 소소한 먹을거리도 얻을 수 있고, 싱그러운 초록 생명을 만날 수 있는 작은 텃밭은 어쩌면 지속 가능한 정원의 좋은 대안일 수 있다(알고 보면 채소의 꽃은 웬만한 정원식물만큼이나 아름답다).
정원사 노릇은 결코 쉽지 않다. 심지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도 없다. 게다가 인간의 사랑은 변덕스럽기 마련이라, 애초에 정원의 완성이란 불가능하다. 저자는 정원이 보여 주고 자랑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매일 꾸준하게 자기만의 감성을 담고 위로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반려의 공간이 될 때에만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4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조구연의 정원 이야기와 저자가 지금까지 돌아본 여러 정원 이야기는 아파트 베란다, 먹을거리를 손수 기르는 작은 텃밭부터 외부 인력이 동원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정원까지, 우리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의 공간인지, 식물을 가꾸며 사는 삶을 계속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세상에는 규모와 감각을 내세우고 자랑하는 정원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시간을 관통하는 진심과 성실함, 꾸준한 관리다. 그 과정을 담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공간을 지켜보고 이해하는 데만 해도 6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기록은 기획이나 계획, 설계 등 그럴듯한 의도나 경관의 분석, 평가가 아니라 부담 없이 즐기고 지켜 나가야 하는 내 곁의 가장 가까운 정원에 관한 현실적 이야기다. 이를 통해 ‘슬기로운 정원생활’을 위한 진단과 해법을 찾아보고, 나아가 정원이 극히 제한된 자신만의 선택적 공간이자 전시장임을 깨닫는다면 세상 밖 정원 구경을 떠나기를 적극 권한다.”
“지속 가능한 정원의 조건이란? ① 정원의 규모는 적절한가? ② 정원사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③ ‘가성비’가 좋은 효율적 공간인가? ④ 원을 가꾸는 재미와 힘을 만들어 내고 계승하는가? 이 네 가지 관점에서 충분조건을 찾아야 한다.”
“정원의 주인은 1년 열두 달 사랑에 빠져 있다. 서로 교감하고 있다지만 짝사랑에 틀림없다. 사랑하는 이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려면 땅의 영양 상태 파악과 관수·시비 활동, 비·바람·온도·습도 등의 기후 관리와 살충·살균을 위한 방제 활동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정원은 가꾸는 이의 진심과 감성은 기본이고, 과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감성과 이성의 교차 현장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동협
조경학을 전공했지만 40년 직장생활 대부분을 방송사에서 보냈고, 정원 관련 일이나 사업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순수한 ‘정원 사랑꾼’이다. 1997년 파주에 집과 정원을 만들어 가꾸며 현재까지 살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을 6년 동안 기록하여 2009년 《정원소요, 천리포수목원의 사계》를 출간했고, 남도의 여러 정원을 답사하며 10년 넘게 정원의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