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철 재료와 노포의 가치를 조명하고, 음식에 얽힌 추억을 빼어난 문장력과 탁월한 입담으로 풀어내온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의 음식 에세이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가 출간되었다. 세상살이를 너끈히 견디게 해준 맛깔나는 요리와 추억을 담은 『뜨거운 한입』(창비 2014)의 11년 만의 개정증보판으로, 기존 원고를 세심히 다듬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더하여 한층 깊어진 울림으로 독자들을 만난다.총 4부로 재구성한 이 책은 매일을 책임지는 쌀과 달걀부터 다양한 제철 음식과 바다를 건너야만 맛볼 수 있는 해외 곳곳의 별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시공간을 유유히 넘나들며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펼친다. 익숙한 재료, 누구나 아는 요리도 그의 글 속에서는 새삼스럽고도 신선하다. 특유의 재치와 통찰이 그려내는 음식 이야기가 다시금 독자들의 침샘은 물론 추억까지 자극할 것이다.나는 요리를 배우면서 레시피를 수집하고 칼질을 하며 원가를 계산하고 마케팅을 공부했다. 이른바 전문 요리의 세계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진짜 요리는 어머니가 콩나물국을 끓이실 때 곁에서 마늘 까는 일을 도와드리고 콩나물 껍질을 수습하며 어머니의 움직임과 마음을 지켜보는 일이 아니었던가.
가지에 단 소스를 얹고 세지 않은 불에 천천히 익힌다. 가지들이 수군거리며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달콤한 소스에 다시 가지의 단맛이 쏟아져 나오고, 술을 부른다. 이런 가지요리를 먹을 때는 행복하다.
전주에서 콩나물국밥을 먹는다. 그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나는 ‘어른이 되는 맛’이라고 하겠다. 어른들만이 아는 맛이라고 하겠다. 무심하고 밋밋한 콩나물이 전부인 그 국물은 자극이라고는 모르는, 요즘 같은 선동적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맛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더 콩나물국을 찾는 것일지도. 노랗고 맑은 콩나물국을 한숟가락 뜬다. 거기에 내 어린 날의 냄새가 자욱하게 번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찬일
셰프. 남을 먹이는 일이 직업이기도 하지만, 먹는 일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으로 산다. 살아오면서 가장 좋아하는 말은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와 ‘밥 먹고 합시다’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먹는 일에 대한 환멸을 가지고 있다. 『보통날의 파스타』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어쨌든 잇태리』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밥 먹다가, 울컥』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