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작시인선 543권. 2013년 『시와시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세상 붙여쓰기와 사람 띄어쓰기』 『난파선 한 척, 그 섬에』가 있다. 신진순 시인의 시세계는 고향(공간성)에 대한 깊은 기억과 역사의식이라는 두 핵심 심상을 통해 견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한다.
시인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기억을 미학적으로 구상화하며, 이는 시인의 존재론적 기원을 탐색하는 언어적 현장이 된다. 기억은 유한한 존재의 방식으로 작동하며, 고향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천경자 화백과 누리호 발사 등 구체적 서사를 통해 생동감 있게 재현된다. 시인은 세심한 기억의 언어로 과거 시공간에 현장감을 불어넣고, 지속적인 자기 탐구를 통해 고향에 대한 회귀 의식을 심화시킨다.
출판사 리뷰
신진순 시인의 시집 『찰나의 생이 여무는 숨소리』가 시작시인선 0543번으로 출간되었다. 2013년 『시와시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세상 붙여쓰기와 사람 띄어쓰기』 『난파선 한 척, 그 섬에』가 있다.
신진순 시인의 시세계는 고향(공간성)에 대한 깊은 기억과 역사의식이라는 두 핵심 심상을 통해 견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한다. 시인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기억을 미학적으로 구상화하며, 이는 시인의 존재론적 기원을 탐색하는 언어적 현장이 된다. 기억은 유한한 존재의 방식으로 작동하며, 고향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천경자 화백과 누리호 발사 등 구체적 서사를 통해 생동감 있게 재현된다. 시인은 세심한 기억의 언어로 과거 시공간에 현장감을 불어넣고, 지속적인 자기 탐구를 통해 고향에 대한 회귀 의식을 심화시킨다.
또한 시인의 견고한 역사의식은 시세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임진왜란부터 근대사까지 폭넓은 스펙트럼 가운데, 이순신 장군에 대한 깊은 탐구는 시집에 강력한 활력을 더한다. 이러한 역사적 기억은 단순한 과거 회귀를 넘어, 회귀적 항체이자 공공적 의미의 열망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열망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점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자신의 시쓰기에 대한 역설적 다짐으로 이를 승화시킨다. 삶의 환희와 비극을 동시에 담아내는 그의 시는 그리움을 통해 신성한 세계를 탈환하려는 예술적 시도로서 작동한다. 이처럼 신진순 시는 고향과 역사를 바탕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성찰적 시선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가을, 펜션의 뜨락
나로도 펜션 뜨락으로 한 무리 벌들 날아든다
발가락 가득 오후의 고요를 꽃가루처럼 묻히고서
꽃 위에 고인 햇살을 소리 없이 마신다
꽃들의 종아리 사이로 미지근한 바람이 달리고
가을볕의 무료함이 고여 드는 풀잎 위를
붉거나 노란 정원으로 착각한 벌들
햇살의 층계를 딛고 내려와 털신 신은 발을
푸른 잎 위에 사뿐히 올려놓자
공전하던 지구가 놀라, 순간 숨을 죽인다
펜션 안쪽에서는 커피 끓는 소리가 풀벌레 소리처럼 깊어 가고
바람도 구름도 우주 밖으로 한발 쉬러 나가는 시간
태풍이 지나고 채식주의자처럼 순해진 화단에서
바늘꽃이 남실바람과 손을 잡고 흔들며 놀고 있다
억척스럽던 폭염도 시들어버린 오후
남쪽 끝 섬 한 모퉁이에서 일손 놓고 앉아
바늘꽃, 자잘한 생에 깃든 은밀함를 만져 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신진순
전남 고흥에서 출생. 서울 언주중학교에서 정년퇴직 후 현재 고흥 나로도에서 거주하고 있음.2013년 『시와시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시집으로 『세상 붙여쓰기와 사람 띄어쓰기』 『난파선 한 척, 그 섬에』가 있음.시향문학상 수상. 한국작가회의 회원,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시학문인회, 닻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음.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는 아직, 중
하얀 질문 13
아직은 14
문득과 작은 16
종이 방패 18
바닥짐 20
가을, 펜션의 뜨락 22
갯바람 청소기 23
구월, 심포니 24
노을이 태운 흔적 26
떠난 자리엔 얼룩이 있다 27
얼음 열쇠 28
유자나무 유언 30
자화상 32
어둠 광합성 34
힌남노 주의보 36
제2부 우주로 출항하는 누리호
고(孤), 내 슬픈 전설의 페이지 41
우주로 출항하는 누리호 44
절이도 구름파수꾼 46
나로도 진터길 48
발포리에 와서 50
분청사기덤벙문달항아리 52
남쪽 섬굽이 54
우주로 이주하다 56
노린재의 고비 58
영하 3도 60
움직이는 주추 61
풀숲 이슬 63
거미줄 과녁 64
녹명 65
톤즈의 망고나무 그늘 67
제3부 오~메, 니가 왜 여그 있냐
무영無影 71
푸꿍새 72
오~메, 니가 왜 여그 있냐 74
모진 바람이 델꼬갔재 76
이불 홑청이 꽃무늬로 바뀌던 날 78
곡(哭) 80
그 연안에는 그림자 없는 치어들이 82
기억의 우물 84
된숨이 길러낸 시계꽃 86
볼바시옹 88
스테인드글라스 90
영결식장 92
금을 그은 시간 94
달랑게 어미 96
풍어의 덫 98
제4부 길은 남쪽 바다로
통곡 103
길은 남쪽 바다로 106
봄볕 108
함거 1 110
열선루 장계 112
회령포의 해후 114
강막지의 집 116
일심 118
숙부님, 편히 잠드소서 120
함거 2 122
태토에 꽂힌 심 124
북소리 126
울돌목, 불개미 떼 128
해 설
유성호 남쪽 끝 섬 한 모퉁이에서 부르는 사랑과 역사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