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라헬 작가의 첫 소설집 『랭보의 권유』가 푸른사상 소설선 70로 출간되었다. ‘견자 시론’을 외치며 세계여행을 떠났다는 시인 랭보처럼, 작가는 소설을 통해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친다. 그 자리에서 작가는 굳어진 것들을 뒤집어내는 진실을 궁극적으로 묵과하지 않는다.
출판사 리뷰
첫 소설집 『랭보의 권유』에서 작가는 마치 ‘견자 시론’을 외치며 세계여행을 떠났다는 시인 랭보처럼, 작가는 소설을 통해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친다.
소설은 승리자의 관점에서 기록되는 역사에서 배제되거나 억압된 존재들을 불러낸다. 진압군과 반란군, 두 개의 상이한 입장에서 여순사건을 다룬 「다크 투어」와 「암명―인구부 답감」, 천도재와 발인, 죽은 자를 위한 제의라는 점에서 공통적인 소재를 형상화한 「로마 병사의 일일」과 「홍합 수염」,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한이곡」, 「랭보의 권유」, 「하얀 꽃」까지, 이 땅을 넘어 전지구적으로 확산하는 작가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대의식이 돋보인다.

“어딜 가려구? 애걔, 고무신이 왜 한 짝뿐이니?”
아내는 얘가 누구한테 그래, 라면서 아이를 흔들었다. “너랑 나랑 통했어. 내 반짝이 구두끈도 떨어졌거든.”이라는 것이다. 곧 끈이 온전히 달린 구두 한 짝을 벗어 건넸다. “가져가라니까!” 하고 앙칼지게 소리쳤다. 곧 화가 난 얼굴로 구두를 던졌다. 멀리 가지 못한 것을 주운 아내는 할 말을 잃고 얼어붙었다. 아이 눈앞에 손을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했다. 가관인 것은 안타까지 같은 눈빛으로 출구 쪽을 바라보았다. (「다크 투어」)
기합을 넣어 말했는데 이내 머쓱해지고 말았다. 그녀는 이런 사실을 대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쯤으로 여길지 모른다. 손님이 말려 준 우엉이라면서 그녀가 차를 내게 더 따라주었다. 평범한 사람처럼 그랬다. 내가 한쪽 귀에만 하고 있는 달과 별 귀찌를 그때는 예리하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다. 젊네, 하는 소견을 빠뜨리지 않아서 앗, 나는 찻물에 입술이 데고 말았다. , 그녀가 누군가를 제압했던 것이 빠르게 스쳐갔던 탓이다. 그녀가 “모태?” 하면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눈이라고 해서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먼저 끄덕였다. 사실 내 둥글고 짧은 얼굴 때문에 동남아인인가 하는 오해를 종종 받곤 한다. 거기다 쌍꺼풀까지 굵게 졌으니. 그녀가 차를 따끈하게 마셔두라고 다시 말했지만 나는 적응이 좀 안 된다.(「로마 병사의 일일」)
목차
■ 작가의 말│독특하다 했지
다크 투어
암명 - 인구부 답감
로마 병사의 일일
장한이곡
다르지 않아요
랭보의 권유
하얀 꽃
발재봉틀
홍합 수염
■ 작품 해설 : 진실 내용을 가로지르는 어떤 말들 _ 김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