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9년 비평 활동을 시작하여 꾸준히 동시대 한국문학의 호흡을 짚어왔던 문학평론가 이소연의 비평집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작인 『응시하는 겹눈』이후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비평 활동을 묶어낸 두번째 비평집이다.
인공지능이 금세라도 세상을 바꾸어버릴 듯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신기술의 물결이 밀려오는 한편 나라 안팎에서는 흉흉한 소식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지금, 이소연은 시대를 가장 먼저 예민하게 감지하는 리트머스이자 온몸으로 시대를 반영하고 저항하는 현실의 담지자로서 그리고 지나간 사건과 역사가 남긴 상흔들을 그러모아 기록하고 끝내 그 의미를 묻는 증언자로서 문학의 역할은 여전하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에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어지러운 이 시대에 문학은 그 자체로 더욱 귀하고 소중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하는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대를 끌어안고 앓는 텍스트를 끌어안고 함께 앓는 비평가”(김승희 소설가/시인) “오늘의 낯선 슬픔에서 오래된 지혜에 이르기까지 비평가의 관심은 넓고 깊다”(우찬제 문학평론가)라는, 10년 전 첫 책을 펴낼 당시 이소연 평론가를 향한 선배 문학인들의 평가는 정확했다. 이소연은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을 통해 데뷔 이후 문학평론가로서 한결같은 자세로 활동해왔음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출판사 리뷰
“과거로부터 역사를 가로질러 온 문학은
현재를 위로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네트워크를 이룰 수 있을까”
현재 우리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시도를 꼼꼼히 지켜보고
‘기억의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꾸준히 기록해온 평론가 이소연의 새 비평집
2009년 비평 활동을 시작하여 꾸준히 동시대 한국문학의 호흡을 짚어왔던 문학평론가 이소연의 비평집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전작인 『응시하는 겹눈』이후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비평 활동을 묶어낸 두번째 비평집이다.
인공지능이 금세라도 세상을 바꾸어버릴 듯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신기술의 물결이 밀려오는 한편 나라 안팎에서는 흉흉한 소식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지금, 이소연은 시대를 가장 먼저 예민하게 감지하는 리트머스이자 온몸으로 시대를 반영하고 저항하는 현실의 담지자로서 그리고 지나간 사건과 역사가 남긴 상흔들을 그러모아 기록하고 끝내 그 의미를 묻는 증언자로서 문학의 역할은 여전하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에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어지러운 이 시대에 문학은 그 자체로 더욱 귀하고 소중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하는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대를 끌어안고 앓는 텍스트를 끌어안고 함께 앓는 비평가”(김승희 소설가/시인) “오늘의 낯선 슬픔에서 오래된 지혜에 이르기까지 비평가의 관심은 넓고 깊다”(우찬제 문학평론가)라는, 10년 전 첫 책을 펴낼 당시 이소연 평론가를 향한 선배 문학인들의 평가는 정확했다. 이소연은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을 통해 데뷔 이후 문학평론가로서 한결같은 자세로 활동해왔음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2024년은 한국인에게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문학이 오래 기다려왔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한강이 선정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을 충분히 축하하고 기뻐하기도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한밤중의 계엄 선포를 들어야 했고, 숨 가쁘게 이어진 계엄 해제와 이후 시민들의 저항이 함께 이뤄낸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불법 계엄 선포는 소중한 일상과 삶의 기반이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제든 단숨에 뒤집히고 부서질 수 있다는 경악과 불안 속에 우리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동시에 저마다 작은 빛을 내는 응원봉이나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쳐나온 이들은 흔들리는 현재에 참조가 될 지나간 역사의 갈피를 뒤적였고, 그 시리고 아팠던 기억을 흐느끼듯 담아낸 소설과 같은 문학을 통해 때로는 위로받고,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다짐했다. 역사를 담아낸, 고통을 체현한, 우리의 삶과 상처를 노래해온 문학이 정말로 우리 안에서, 가까이에서 불을 밝히며 많은 이와 호흡을 같이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밤의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똑바로 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환한 빛을 들고 거리로 나간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누군가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빛”을 들고 나왔다고 적은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나는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빛”이라는 구절 앞에서 오래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얼 들고 이 어둠을 밝혀야 하나. 내게는 그저 어두운 책상에서 책을 읽기 위해 켜두는 스탠드 램프가 전부다. 그러나 좁은 책상을 겨우 밝히는 이 희미한 빛과 그로 인해 읽을 수 있었던 수많은 책이 나를 살려왔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 활자가 모여 만들어낸 문학이라는 은하계가 수많은 사람을 살게 만든 희망의 네트워크라는 것도. 내가 이미 ‘가장 소중한 빛’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 비평집을 위해 지어두었던 제목을 고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책머리에: 미래는 빛의 영역」에서
광장을 메운 사람들이 품고 있는 빛들 사이에서 이소연은 그동안 자신이 꾸준히 지켜보아왔던 한국문학의 다양한 궤적과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기어코 그 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던 ‘희망’이라는 이름의 불빛을 길어낸다. 그리고 그 희망의 빛을 따라 내딛는 조용한 걸음의 발자국을 독자들 앞에 내놓았다.
문학은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다양한 움직임,
이야기를 통해 삶과 고통을 위로하는 불빛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으며 각 부마다 다섯 편씩의 글을 담고 있다. 1부 ‘이 시대의 문학, 북극성에 길을 묻다’에서는 사상의 대립이 점차 희미해지고 대중문화가 활발해졌던 1990년대 문학장의 구도를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거대 담론의 퇴조와 함께 도래한 세기말의 감수성과 불안, 거기에서 솟아난 ‘진정성’에의 강박 등이 당시 문학을 둘러싸고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짚어본다. 저자는 “기존의 이념형들을 부정하는 동시에 초극하는 행위를 통해서” “복수의 문화들이 서로 경합하면서 경계를 수시로 조정하는 변증법적 운동에 의해 추동되는, 공동?실현의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상상한다”(p. 24). 또 2019년에 있었던 문학사 논쟁을 비판적으로 톺아보면서 이상적인 ‘문학사’에 대한 추구는 사실 불가능한 충동이지만,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다양한 움직임들이 서로 겹치고 충돌하는 장 그 자체가 바로 문학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 1980년대 문학사의 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전위, 실험문학의 위상과 의미를 짚어보고, 역사 속에서 교차하는 죽음, 억울한 죽음 들을 문학이 어떻게 이야기하고 애도할 수 있는지 묻는다.
1980년대, 90년대를 지나며 우리가 채 호명하지 못한 숱한 죽음들은 현재에 이르러 세월호 유족, 이태원 유족 들의 애끓는 흐느낌으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를 집단으로 묶어내는 트라우마가 되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이러한 사건들을 다룬 소설들을 분석하면서 죽음과 삶, 애도와 상실, 긴 어둠과 방황을 종식하는 연대와 사랑의 힘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2부 ‘길에서 만난 작가들, 잔존하는 빛을 따라 걷다’에서는 이청준의 소설론을 시작으로 김초엽, 정세랑, 듀나의 소설들이 보이는 재난 서사와 포스트휴먼적이라 할 수 있는 감수성을 짚어보고,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삶이라는 불가해한 운명의 그늘에서 때로는 분투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몸짓을 그려온 권여선과 정찬의 작품을 살펴본다. 숨겨진 이야기의 파편을 품고 가까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떤 위태로움과 비루함은 그 자체로 외면할 수 없는 비릿한 감동을 자아내는데, 저자는 이 성실한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삶의 무의미를 감싸 안는 것은 그 안에 머물렀던 사랑과 연민,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임을 읽어낸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함께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유일한 위로이자 구원이 아니겠는가, 하고 조심스레 되묻는다.
3부 ‘이야기의 징검돌을 짚고 한 걸음씩’에서는 새로운 실험 혹은 한국문학에 (아직은) 낯선 소재나 형식을 통해 우리 문학을 풍성하게 한 작가와 작품 들에 주목한 비평들이 눈에 띈다. 저자는 첫 글에서 고통을 체현하는 언어, 상처와 아픔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받아내는 언어로 독특한 시적 서사를 일구어낸 한강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언어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특징적 문체를 중심으로 새로이 접근한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1930년대의 이상, 60년대의 최인훈, 80년대의 이인성이 보여준 실험성과 전위성, 현대성이 ‘새로움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묻는다.
또한 일상의 틈바구니에 숨어 있는 불온한 것을 불러내고, 경계를 깨뜨리며,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자 책임이기도 하다는 전제하에, 유령과도 같이 우리 삶과 사회의 밤과 낮, 진실과 거짓을 뒤집어 보여주는 존재로서 우리를 일깨우는 문학에 대해 셰익스피어와 카프카, 황정은과 이청준의 소설을 호명한다. 이어서 이른바 ‘순수문학’이라는 결계 바깥으로 내쳐지고 폄하되어온 우리 장르문학의 지난 궤적을 훑어보며 변화해온 지형도와 대중 독자들의 요구, 그 사이에서 ‘문학성’이라는 무형의 준거를 보루로 삼아온 기존 문단의 폐쇄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억압된 목소리를 복원하는 몸짓으로서의 여성 서사에 대해 최근의 움직임을 살펴보며, 페미니즘의 흐름과 함께 오히려 그것을 저해하거나 퇴행하는 듯한 사례에 대한 경계와 꼼꼼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그간 발표한 다양한 비평을 담았지만 이 비평집을 관통하는 몇 개의 단어는 고통과 삶, 애도와 위로, 마지막으로 이 책을 여는 동시에 닫아주는 열쇳말이 된 ‘빛’이다. 그리고 이 말들은 우리가 지난 역사를 떠올리고, 현재의 불합리에 분노하며, 생생한 고통의 현장에서 때로는 삶을 마감하거나 누군가의 유족으로 광장에 섰을 때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작은 흐느낌, 우리가 서로에게 내미는 떨리는 손과 겹친다. 그것은 바로 저자가 끝내 바꾼 이 책의 제목처럼 ‘빛의 길을 따라 한걸음’, 우리가 함께 나아가는 길이자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품은 희망일 것이다.
나는 기존의 이념형들을 부정하는 동시에 초극하는 행위를 통해서, 문학과 비문학을 포함해 복수의 문화들이 서로 경합하면서 경계를 수시로 조정하는 변증법적 운동에 의해 추동되는, 공동 – 실현의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상상한다.
―「진정성이라는 환상」
문학 양식으로서의 소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미덕 가운데 하나는 자기반성적인self-reflexive 구조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방법은 소설이 결함 많은 언어를 사용해 재현 불가능한 사건들을 기술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즉 우리는 소설을 사용해 차마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불가능성의 가능성’이라는 역설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즉 진술 ‘불가능’하다고 진술하는 일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끊어진 목숨, 잘린 역사를 잇는 길」
슬픔과 상실이 가시지 않고, 산 사람들을 계속 ‘생존자’ 혹은 ‘유족’으로 만들어버리는 이 불우한 시대에, 사람들은 소설에게서 이러한 사회적 의식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둠으로 가득한 혼탁한 영혼들을 정결케 하는 이야기들을.
―「비참한 생에 신성이 깃들 무렵」
목차
책머리에 : 미래는 빛의 영역
1부 이 시대의 문학, 북극성에 길을 묻다
진정성이라는 환상-1990년대 문학이 타전하는 것
문학사라는 열병-최근의 문학사 논쟁에 부쳐
영원한 동시대성-1980년대 문학 속에서 전위·실험문학이 갖는 위상
끊어진 목숨, 잘린 역사를 잇는 길-문학은 궁핍한 시대에 무엇을 하는가
더블클릭을 향한 열정-문학은 어떻게 애도의 시간을 발명하는가
2부 길에서 만난 작가들, 잔존하는 빛을 따라 걷다
낮은 기억의 뭍에서 가파른 망각의 하늘로-이청준의 소설론에 대한 소고
재난 서사의 새로운 동향과 포스트휴먼 감수성-김초엽, 정세랑, 듀나의 소설들
재현 (불)가능성을 시험하는 문학-정지돈의 소설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인생은 아름답다, 권여선식으로-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에 부쳐
비참한 생에 신성이 깃들 무렵-정찬 소설집 『새의 시선』
3부 이야기의 징검돌을 짚고 한 걸음씩
고통을 체현하는 문학-한강 소설에 나타난 ‘불가능한’ 언어 실험에 대한 소고
우리에게 ‘새로움의 전통’은 가능한가?-한국소설의 전위를 찾아서
황혼의 유령들-경계선을 깨뜨리는 문학의 모험
과거-미래, 안-밖으로 미끄러지는 문학들-한국 장르문학의 궤적을 돌아보며
역사에 틈입하는 여성의 목소리-몇 편의 여성 서사에 대한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