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네뷸러상‧로커스상‧크로퍼드상 수상★
★휴고상 최종 후보 선정★
★’SF‧판타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27인 선정★
휴고상 수상 작가, 찰리 제인 앤더스
국내 첫 단행본 출간
“커트 보니것의 문장으로 쓴 「해리포터」.” _《월스트리트 저널》
거대한 과학적 발상과 초자연적인 요소를 자유롭게 오가는 작가, 찰리 제인 앤더스
인간, 마녀, AI를 한곳에 모은 새로운 SF‧판타지
마거릿 애트우드와 J. K. 롤링의 뒤를 잇는다는 찬사를 받으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여성 작가, 찰리 제인 앤더스의 국내 첫 번째 단행본 『하늘은 모든 새들』이 허블에서 출간됐다. 휴고상과 네뷸러상 등 주요 SF문학상을 석권한 앤더스는 《뉴욕 타임스》등 주요 언론으로부터 “SF‧판타지 계에서 세대마다 등장하는 부조리주의 문학의 거장”이라는 평을 받았다. 앤더스는 소수자를 배제하는 사회에 내재된 광기 어린 편견을 직면하는 당사자의 심경을 유머 섞인 문장으로 풀어내는 작가로, 그 특성은 『하늘은 모든 새들』에도 선명히 드러난다. 작품은 네뷸러상, 로커스상, 크로퍼드상을 동시에 받고 휴고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으며, 《타임》, 《워싱턴 포스트》, NPR, ‘커커스 리뷰’, ‘허드슨 북셀러스’ 등에서 그해 최고의 소설로 선정됐다. 2020년 《타임》의 “역대 최고의 판타지 소설 100선”에 선정되는 등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너와 놀았다고 우리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면 돈을 줄게. 지긋지긋한 캠핑에 그만 가고 싶어.” 혼자 슈퍼컴퓨터를 만들 정도의 천재 소년 로런스는 ‘마녀’가 되겠다며 틈만 나면 숲으로 들어가는 괴짜 소녀 퍼트리샤에게 친구가 되기를 제안한다. 계약 친구에서부터 시작된 둘의 우정은 사랑으로 발전하지만, 지구 종말을 앞두고 이는 흔들린다, 『하늘은 모든 새들』은 로맨스코미디나 소녀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도입으로 지구의 운명을 읊는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하늘은 모든 새들』은 이런 만화 주인공 같은 등장인물 설정이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는 판타지적인 첫인상을 선사하지만, 등장인물이 자아를 찾으며 느끼는 슬픔과 허무감을 표현하는 작가의 냉소적인 문장이 위화감 없이 조합되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신선함을 풍긴다.
“사회란 다른 사람의 자유와 너의 속박 사이의 선택이야.” 작품은 멸망을 앞둔 지구 위,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실험을 가속하는 과학기술자들과 그들로 인해 상처 입는 자연을 보호하려 인류를 멸하려는 마법사들의 전면전을 그린다. 소녀와 소년의 사랑과 성장을 통해 세계의 공존 같은 심오하고 복잡한 문제부터 자아정체성이라는 내밀한 문제까지 밀도 있게 풀어내는데, 특이한 것은 문제들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페러그린’이라는 AI가 핵심적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페러그린은 입력된 질문을 무한히 자동 학습하며 전 세계 단말기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됐고, 결국은 그만의 방법으로 인간과 마법사들에게 새로운 소통 방법이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우리의 미래를 대비하라는”(《로스엔젤레스 타임스》) 이 작품의 메시지는 약 10년 전에 쓰인 작품임에도 마치 미래를 읽은 듯 지금의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온 세상이 혼란에 휩싸이면 우리는 혼란의 전면에 나서야 해.”
마법과 과학, 자연과 기술, 감정과 이성… 다른 방식으로 망가진 두 세계 속
인간과 마법사 사이에서 만들어진 AI의 목소리는 구원일까? 파멸일까?
“나는 명확한 이분법에 직면할 때마다 항상 그것을 분해하고 복잡하게 뒤섞으려 한다. 어쩌면 그 안에 내재된 모순을 조화시키고 싶은 것 같다.”_찰리 제인 앤더스
마녀가 되어 동물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 순수함을 악마에 홀린 것으로 오해받는 소녀 퍼트리샤. 과학고 합격증을 혼자 타올 정도의 두뇌를 지녔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반사회적인 어른으로 자랄 거라는 평을 받으며 병영학교에 강제 입학하게 된 로런스.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두 어린이는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는데, 로런스가 퍼트리샤에게 자신이 만든 AI, ‘페러그린’을 우정의 증표로 선물할 정도로 둘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재회한 둘은 멸망 직전의 지구를 두고 정반대의 의견을 펼치며 충돌하기 시작한다.
로런스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인류를 살리기 위해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려는 프로젝트를 꾀한다. 퍼트리샤가 속한 마녀 사회는 인간들 때문에 죽어가는 자연을 살리기 위해 인간 절멸 마법을 구상한다. 그사이 사랑에 빠진 퍼트리샤와 로런스는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브레이크 없이 달리기 시작한 종말을 멈출 수 있는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들은 함께 성장시킨 AI, 페러그린과 함께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전통적인 성장 소설처럼 보이는 줄거리지만 찰리 제인 앤더스가 그리는 ‘성장’은 일반적인 궤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이는 관계라는 개념을 언제나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자의 시점에서 서술하고자 하는 작가의 이력과도 관련되어 있다.
작가는 갈라진 세계, 다른 관점, 모순된 가치관 속에 등장인물을 던져넣고 결말을 지켜보는 작품을 주로 써왔는데, 삶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마법’, ‘AI’, ‘기억’ 등의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독보적인 그만의 ‘성장’을 구축해 왔다.
그의 데뷔작이자 람다 문학상을 받은 『성가대 소년Choir Boy』은 트렌스젠더 소년이 변성기에 대한 광기 어린 공포에 휩싸여 이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휴고상을 받은 그의 두 번째 작품 「6개월, 사흘"Six Months, Three Days"」은 변할 수 없는 운명을 볼 수 있는 사람과 변할 수 있는 미래의 변곡점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다. 개인적 성찰 그리고 개인 간의 이해를 그린 찰리 제인 앤더스는 시선을 세계 범위로 넓힌 『하늘의 모든 새들』을 세 번째 작품으로 써내며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과 다른 나머지 사람들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제시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망가졌지만,
그 망가짐이 서로를 보완하듯 맞물려 있어요.”
10대만이 지닌 불안정함으로 무장한 파괴적인 작품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생기발랄하고 괴상한 성장 소설『하늘의 모든 새들』은 사춘기에 걸린 것 같은 책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채도 높은 자연의 정경과 이질적이지만 계산된 아름다움을 지닌 기계들을 생생히 묘사하며 날카로운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웨스 앤더슨이 SF에 흥미를 가진다면 이 소설을 각색하고 싶을 것이다”라는 평이 어울리는 선명한 묘사는 눈앞에 장면이 펼쳐지는 것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정하고 미성숙한 주인공들의 내면을 적나라한 언어로 서술하며 진행되는 서사는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망가뜨려서는 안 됐어. 너한테 그러지 않았어야 했어.”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라는 존재를 그저 감내할 것인가, 혹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인가. 완벽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버둥거리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지켜보는 AI는 이런 인간들의 행동을 토대로 다시 학습하고, 분석을 다시 시작한다. 이 AI 성장의 구심이 된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나무는 붉은가?” 이 질문은 퍼트리샤가 마녀 사회에 소속되기 위해 부여받은 궁극적인 과제이자, 지구를 ‘바위’라고 말하는 인간이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인 나무를 인지하게 만들며, 단순한 연산기기였던 슈퍼컴퓨터가 ‘페러그린’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찾게 했다. 이 한 가지 질문을 통해 자연과 과학이라는 두 세계를 설득력 있게 연결한 찰리 제인 앤더스는 독자에게도 한번 이 질문의 답을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어른을 위한 성장 소설이다. 찰리 제인 앤더스는 도서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사실 성장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과거의 악몽을 이겨내는 멋진 성장을 잘 경험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라고 언급했다. 유년기에 겪은 문제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어린 채 머물러 있는 독자들에게 『하늘의 모든 새들』은 위로를 건넨다. 명확한 정답을 찾는 것만이 인생은 아니며, 계속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일지 모른다고.

퍼트리샤가 말했다. “소란을 피웠다면 죄송해요. 하지만 우린 당신들 도움이 필요해요!”
인간이 말하는 소리에 모든 새가 일제히 흥분하여 꽥꽥거리자 수리 옆에 있는 거대한 올빼미가 돌로 나뭇가지를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조용, 조용!”
수리는 흰 솜털이 덮인 머리를 앞으로 내밀어 퍼트리샤를 찬찬히 살폈다. “그러니까 네가 우리 숲의 새로운 마녀란 말이지?”
“난 마녀가 아니에요.” 퍼트리샤는 엄지손가락을 깨물었다. “공주예요.”
“마녀가 나을 텐데.” 수리의 거대한 몸통이 나뭇가지에서 움직였다. “만약에 네가 마녀가 아니라면 널 우리에게 데려온 더프는 법을 어긴 것이므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그의 날개를 고쳐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난 마녀예요. 아마도요.”
“제발.” 퍼트리샤가 말했다. “난 그저… 아무라도 좋으니 말 상대가 필요해. 설령 내가 본 것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좋아. 자연과 친숙한 다른 사람을 아는 것으로 만족해. 기다려, 로런스!”
그가 돌아섰다. “내 이름을 제대로 불렀어.” 그의 미간이 좁아졌다.
“당연하지. 그렇게 부르라고 했잖아.”
“흠.” 그는 한동안 그 말만 계속 반복했다. “그나저나 자연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
“자연은 진짜야. 그리고 엉망이야. 사람들과는 다르지.” 그녀는 로런스에게 자기 집 뒤뜰에 야생 칠면조들이 모인 이야기, 묘지 담장에서 길 아래까지 줄기를 뻗은 덩굴식물 이야기, 죽은 자들에게 가까울수록 더 단맛이 나는 콩코드 포도 이야기를 했다. “이 근처 숲에는 사슴들 천지고 엘크도 몇 마리 있어. 사슴의 천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그래. 수사슴은 다 자라면 크기가 말과 비슷해.” 로런스는 그 말을 듣더니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너 진심으로 하는 말이구나.” 로런스가 말했다. “그러니까… 야외 체질인 거지, 응?”
퍼트리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 이렇게 하자. 내가 자연에서 이미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부모님을 설득하도록 네가 도와줘. 그래서 이 지긋지긋한 캠핑을 그만 보내도록 말이야. 그러면 너에게 20달러를 줄게.”